핑계를 대자면 책 때문입니다. 한 작가가 우울증이 심했을 때 카페에서 두 여자를 바라봅니다. 퇴근시간이 지날 무렵인데 고급 울 코트를 입고 즐거이 웃으며 대화를 하고 있더란 말이죠. 거기까지 읽다가 저녁 지으려 일어섰는데…
울코트, 고급 울코트가 있던가? 없더라고요. 예쁘고 멋있고 따스한 울코트, 그것을 욕망하기 시작합니다. 쇼핑 욕망 사라졌노라 외치던 사람이 저거든요. 죽을 때까지 입어도 다 못 입을 옷이 있다고, 사는 것보다는 버리는 게 중요하다고 믿고 있었거든요.
그래놓고 이박삼일 옷 검색이 시작되는데, 마침내 찾아냅니다. 비쌉니다. 예뻐요. 코트는 패딩보다 추울 텐데 그런 거 따질 이유 없이 아주 맘에 들어요. 장바구니 창에 넣었다 빼기를 열다섯 번 남짓. 사야 하는 이유와 사도 되는 허락이 마음속에서 돌개바람처럼 휘돕니다. 이길 수 없어요. 사고 만족하거나 후회하고 반품하거나 둘 중 하나가 남았지요. 살 겁니다.
드디어 옷이 옵니다. 상상보다는 덜 예쁘고 좀 크고 역시 너무 비싼 가격이었다는 자괴감. 그 옷을 입으면 여유만만 자신만만 해 보일 것 같았는데요. 아름다운 모델핏에 속아 넘어간 만만한 사람이 바로 저였네요. 그래도 구매 취소는 안 하려고요. 취소하면 미친듯한 코트 검색을 다시 할 것 같아서요.
여자라면 고급 울 코트 하나 있어야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좀 해주세요. 이렇게 부산 떠는 사이 소비의 욕망은 다행히 서서히 식어갑니다. 그래도 살아있으니 욕망하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해 주는 연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