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요리를 배운다

by 김박은경

저녁 타임 쿠킹크래스. 메뉴는 육개장, 코다리강정, 소고기미역국, 멸치고추장볶음, 두부조림, 짜글이, 생선조림, 콩나물무침, 된장국, 돈육장조림, 부추겉절이, 김치찌개, 바싹불고기, 도라지생채, 조랭이떡국, 깻잎전, 고등어추어탕, 도토리묵무침, 곤드레밥, 콩자반, 오징어볶음 등등. 준비물은 선불 강의료와 앞치마.


남자도 요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정말 그런 날이 올까 의심했는데 그도 바라던 일이었다고 하고, 마침내 좋은 강의를 만났다. 일하고 배우고 피로할 걱정. 칼조심, 기름조심, 불조심 등등 물가에 어린애 내보내듯 염려의 잔소리를 하면서도 든든하다. 한시름 놓았다. 스스로 먹을 것을 만들 수 있다면 된 거지. 나도 못 하거나 안 해본 메뉴들이 있어서 함께 배우고 싶을 정도다.


누구나 독거의 시대를 맞을 수 있으니 준비가 필요하다. 내가 주방일에서 졸업하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매우 좋음) 그가 언제든 혼자 배곯지 않게 되었으니(될 테니) 기쁘다. 고래박수를 보낸다. 그의 용기가 귀엽고 사랑스럽고 기특하다. 강습 끝나고 싸 온다는 음식을 바라며 하는 말이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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