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내 진동하는 삶의 자세

by 김박은경

이유리의 <브로콜리 펀치>를 읽었습니다. 단편들이 모두 상상을 뛰어넘어요. 환상소설처럼 읽히지만 현실성을 놓치지 않습니다. 말도 안 되는 설정인데 그게 또 말이 되어버리며 예상치 못한 감동을 주고야 맙니다.


그중 <왜가리 클럽>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반찬가게를 폐업하고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채 천변을 걷던 주인공이 왜가리를 관찰하는 동네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이야기입니다. 끝 부분에 다음의 깨달음들을 주고받습니다. 대략 다음과 같아요.


왜가리가 매번 물고기를 잡는 데 성공하는 게 아니다. 다섯 번 중 한 번 정도는 실패한다. 그래도 왜가리 얼굴에는 아무 표정이 없었다, 성공했거나 실패했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린 듯 다음 사냥에 몰두한다, 사냥에 실패했을 때 사람이었다면 민망하여 헛기침이라도 했을 텐데, 왜가리는 그러는 법이 없다, 왜가리는 실패를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게 아니라 성공과 실패를 같은 무게로 여기는 것에 가까웠다고나 할까, 합니다.


왜가리 입장에서 민망한 포즈가 있었을 수 있다, 깃털 삐죽임이라거나 한쪽 다리 떨기라거나 미세한 실망과 무안의 표현이 있을 수 있다고 억지를 부릴 수도 있겠으나 그건 왜가리 세계의 일이니까요.


물고기를 잡고 못 잡고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연이은 승전보에 일희일희하지도 않고, 다음 동작에 집중한다는 것. 그야말로 쿨내 진동하는 삶의 자세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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