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수풀림에서의 치열한 전투

by 김박은경

"당신 생일에 미역국 끓여주려고 배우는데?"

일주일 한 번 요리를 배우던 그가 말합니다.


예상치 못한 이유입니다. 저로서는 언젠가 혹시 독거의 상황이 되어도 밥 굶지 말라는 이유에서 권했거든요. 그의 말에 깊은 감동을 받고 펑펑 울어야겠으나 쿡쿡 웃음이 나왔어요. '샘터'나 '좋은생각'에 나올 법한 이야기라서요.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남자가 귀여워 보이면 끝이라던데 말이죠.


딸아이가 선물한 이름 새긴 푸른 앞치마와 제가 챙겨준 락앤락 통을 들고 첫 수업을 다녀왔습니다. 그의 소감은 전투보고서였습니다.

'한식 정말 어렵다, 양념의 세계는 너무도 광활해서 도무지 모르겠다, 설거지가 너무 많이 나온다' 등이었어요.


요리 과정을 설명하는 대목에선 배를 잡고야 말았습니다.

"여보, 그 '느티나무 버섯' 있잖아(느타리버섯입니다)."

"고기 '피비린내'를 빼야 한대(핏물입니다)."

그에게 요리란 주방이라는 거대 수풀림에서 벌이는 치열한 혈투였나 봅니다.


포복절도하며 맛본 육개장의 맛은, 세상에 너무 맛있었어요. 조미료도 없이 그런 맛을 내다니요. 아껴가며 식구들이 나누어 먹었어요. 아무래도 장차 흑백요리사 추천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생일 미역국, 고맙지만 외식이 더 좋은데(편한데) 이런 말하면 서운해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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