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았습니다. 많이요. 생일만큼은 주방 근처에도 가기 싫은 게 솔직한 심정이었거든요. 근무하고, 아버지 산소와 시어머니 메모리얼 파크를 돌며 쌓인 피로에 감기 몸살까지 겹쳐 몸이 천근이었습니다. 그런 내 속도 모르고 주방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려는 남편의 모습이 고맙기보단 부담스럽게 다가왔던 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몇 번이고 당부하던 재료를 삽니다. 고기 한 팩과 도라지, 오이를 냉장고에 넣고는 그에게 넌지시 물었습니다.
“나 정말 쉬고 싶은데, 이거 꼭 지금 해야 해?”
돌아본 남편의 눈빛이 너무나 영롱했습니다. 그 순수한 열정에 찬물을 끼얹을 수 없어, 항복하듯 미역을 물에 담갔습니다. "자, 지금 당장 시작해 봐요!"
그렇게 어제저녁, 남편의 생일상 차리기 미션이 막을 올렸습니다. 오직 이 날을 위해 요리 교실까지 다녔다는 그의 마음이 하도 갸륵해서 더 반대할 수가 없었어요.
몇 번의 수업에 불과한데도 그의 손놀림에 거침이 없습니다. 소금으로 도라지를 씻어내고, 오이 씨를 발라내 절이는 모습이 제법 능숙합니다. 미역과 고기를 볶아 국물을 내는 사이, 절여진 도라지를 손으로 바락바락 무쳐내는 뒷모습에서 진심이 뚝뚝 묻어납니다. 양념 고기를 정성껏 치대어 팬에 굽는 소리가 집안을 맛깔나게 채운 지 한 시간, 드디어 기적 같은 생일상이 준비되었습니다.
오늘 아침, 갓 지은 쌀밥에 그가 만든 반찬들을 곁들여 한술 떴습니다.
"맛있다. 정말 맛있어."
그 한마디에 아이처럼 기뻐하는 남편의 얼굴을 보는 게 또 큰 선물이네요. 식구들이 건네준 금일봉도, 미리 다녀온 근사한 외식도 다 좋았지만, 투박한 손으로 무쳐낸 찬과 국이 주는 울림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인생은 참 묘합니다. 몸은 고되고 마음은 시들해진 날에도, 누군가의 진심 어린 정성 하나에 다시금 살아갈 힘을 얻으니까요. 생각할수록 이 결혼 참 잘했습니다. 사랑해요.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 인생이여, 만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