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척 금지

by 김박은경

카페 정적을 깨는 일갈, "여기 책임자 누구야? 사장 나오라 그래!" 이런 광경을 목격할 때 눈살을 찌푸리며 무식하다거나 거칠다는 낙인을 찍곤 합니다. 타인의 평판 따위 안중에도 없는 안하무인의 전형처럼 보이니까요.


이들의 고함은 일종의 '과잉 방어 기제' 같습니다. 차분한 대화는 정원용 고무호스처럼 미덥지 못합니다. 속은 불타오르는데, 언제 물줄기를 끌어오느냐는 조바심이죠. 문제를 속전속결로 해결하고 싶다는 욕구, 그리고 내가 지금 무시당하고 있다는 피해의식이 결합할 때, 이들은 가장 강력한 화력인 '소방차(사장)'를 호출합니다. 무례함은 역설적으로 그가 느끼는 불안과 억울함의 크기를 반증하는 셈입니다.


반면 꾹꾹 참는 사람도 있습니다. 대다수의 우리는 침묵을 선택합니다. "다음에 안 오면 그만이지"라며 돌아서는 사람에게는 갈등을 회피하는 마음이 있을 겁니다. 싸움에 동반되는 감정적 소모와 '나쁜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도 있지요. 그 화살은 자신을 향합니다.


조용하고 강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연습을 합니다. 연습을 통해 단련된 언어적 근육이 다음번 무례한 상황에서 내게 힘을 더해줄 거라 믿어요. 연습은 배신하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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