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전철이 20분이나 정차, 다른 경로로 퇴근한다는 아이의 문자. 무슨 일인지 모르는 채로 지났는데 알고 보니 사상사고. 20대 남성이 철로에 누워 있었고, 현장에서 숨졌다고. 기사의 댓글에는 사고 당시 어떤 느낌도 없었다고. 막연히 기다리던 승객들의 짜증은 사고 소식을 전하는 기관사님의 떨리는 음성에 잦아들었다고 한다.
지금 전철에 앉아 그 청년을 생각한다. 그 밤의 충동을 참고,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무사히 귀가하고 가라앉는 기분은 조금 가벼워지고, 절망하던 상황이 좋아지고, 원하던 바를 천천히 이루어가고, 이루지 못해도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며 넘기고, 사랑을 이루고 결혼을 하고 귀여운 아이의 아빠가 되고, 늙어가는 일이란 어쩔 수 없지 하면서 경로우대권으로 전철을 타고 전화벨이 울리고 '아빠 조심히 가요' 말하는 아이의 음성, 중동역 창밖으로는 눈발이 아니 봄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그런 평범한 삶. 부자는 아니지만 돌아갈 집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흔하고도 귀한 삶까지는 갈 수 없었을까.
극도의 절망감이 있었겠지. 오랜 기간 누적된 고통, 우울, 실패감, 상실감 등이 겹치면서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인식에 갇혀 있었을 수도. 선택지가 실제보다 좁아 보이는 터널 시야 상태였을 수도. 그리고 충동에 휩싸였겠지. 오래 계획한 일은 아니었기를. 죽음을 원한 게 아니라 고통을 원치 않아서 그렇게 했겠지.
해당 역은 급행열차가 서지 않는 완행구간으로 급행철로에는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역을 찾아 배회했을까. 안전선을 손으로 짚고 내려가 차가운 철로에 눕는 심정을 어떻게 짐작도 할 수 없지만. 남겨진 사람들의 어젯밤과 아침과 이어질 날들은 어쩌나. 그가 살아 겪을 수 있었을 기쁨들이 서리처럼 내려앉는 아침이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기관사님도 현장 관계자분들도 늦은 밤 무겁게 귀가했을 560명의 승객분들도 위로의 인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