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고 일하라는 말

by 김박은경

악뮤의 <기쁨 슬픔 아름다운 마음> 얘기 조금 더할게요. 뮤직비디오 끝까지 보시면 헐, 하실 수 있어요. 행복한 기승전결이 끝나고 나면 멀리서부터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운석, 그걸 바라보는 찬혁의 눈동자, 줌인되는 캠핑장의 밤, 운석 충돌, 대폭발이 마지막 장면이지요. 악동스러운 발상입니다. 그런 장면 안 넣어도 삶과 죽음의 전개 패턴은 아주 잘 알고 있는걸요. 특급 경고장을 날렸네요.


빌헬름 슈미트의 <삶으로 다시 날아오르기>를 읽습니다. 독일의 철학자인데요.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던 어느 날, 아내의 식도암 얘기를 듣습니다. 모든 게 허무하여 손 놓고 있는 작가에게 아내는 당신이 글을 써야, 날 도와줄 수 있다고 말해요. 결국 아내가 세상을 떠나며 인생의 절벽을 경험한 그는 인생이란 환희와 절망, 기쁨과 슬픔이 끝없이 오고 가는 것, 그것이 마치 그네를 타는 것과 같다고 말합니다.


다시 숨을 고르기 위해서는 냉철함이 필요하다고, 삶이 그네처럼 앞뒤로 진자 운동을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인생을 즐기고 제대로 사는 기술의 전제 조건이고, 여느 기술이 그렇듯이 가장 중요한 건 연습이라고요. 힘들게 노력할 때만 회복할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니고 즐겁고 기쁠 때도 그 강렬함을 되찾기 위해 잠시 쉬어갈 시간이 필요하다고요. 그렇지 않으면 기쁨도 곧 진부함으로 변한다고요.


작가는 삶의 행운이었던 아내 덕분에 통찰력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아내에게 인생을 즐긴다는 건 서로 반대되는 측면을 모두 포괄하여 받아들이는 일이었다고요. 여기서 금욕주의야말로 삶을 온전히 즐기는 태도라고 강조합니다. 그것이야말로 늘 새로운 즐거움을 만들어내는 토대가 된다고요. 농밀한 즐거움을 위해 잠시 숨을 고르며 기대감을 부풀리는 과정이기 때문이고요. 이미 가진 것을 다시 볼 수 있을 때, 모든 것을 가치 있게 볼 수 있다는 거죠.


고대에서부터 전해 내려오는 ‘기도하고 일하라’는 명언이 기억에 남습니다. 베네딕트 성인의 가르침에서 유래한 베네딕트 수도회의 이념인데요. 기도와 일 사이를 성당의 종이 움직이듯 왔다 갔다 하는 것, 애쓰고 노력하는 일과 의식적으로 숙고하는 일 사이를 오가는 것, 만족과 포기 사이를 오가는 것과 같다고요.


작가의 긴 이야기가 악뮤 노래와 똑같습니다. '기쁨 슬픔 아름다운 마음'은 그네 타기의 상승과 하강, 만족과 포기와 같은 이야기였어요.

악뮤의<기쁨 슬픔 아름다운 마음> 뮤직비디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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