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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Dec 25. 2023

가드 블레스 유


냉동피자 네 판을 선물 받았다. 한 판은 먹고 세 판 남았는데 언제 다 먹지? 두 판은 경비아저씨께 드려야겠다. 둥글어지는 달은 환하고 구름 없이 맑은 밤이다. 빛나는 저 별은 금성인가. 비행기는 동쪽 방향으로 날아간다.


아파트 입구 경비실은 밤처럼 깊고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처럼 쓸쓸해 보인다. 문을 두드리고 피자를 전해드리며 메리크리스마스입니다, 인사드린다. 짙은 갈색 안경을 쓰신 아저씨는 처음 뵙는 분이다. 잘 먹겠다며 큰 소리로 답해주신다. 가드 블레스 유!


집으로 오는 잠시, 기분 좋게 웃고 나니 걱정근심이 가벼워진다. 다 좋을 것 같다. 냉동피자 나누는 것으로 정말 신의 은총을 받은 것 같다. 겨울밤, 불면의 신도 근처에서 우리의 기도에 귀 기울이고 있을 것 같다.  


Edward Hopper’s painting “Nighthaw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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