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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Dec 27. 2023

나흘간의 검색


검진 결과지에서 유방 '미세석회 판정유보' 란다. 뭐지, 갸웃. 그래도 검색. 15프로는 악성일 수 있고, 검사가 필요. 당일 초음파를 했던 병원에 전화한 게 금요일. 토요일은 나의 근무일, 월화는 병원 휴무일. 수요일 오픈 시간에 맞추어 가기로.


나흘의 밤과 낮. 괜찮겠지, 아닐 수도, 그럼 어쩌지. 어찌 되었건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기다렸다가 걱정하자. 괜찮을 거야, 아님 어쩌지. 지금 뭘 해야 하지? 마감 글쓰기, 버릴 거 버리기.


퇴근하고 저녁 먹고 책상에 앉는다. 집중이 되질 않는다. 미세석회 검색. 다시 글, 안 써진다. 책을 읽는다. 다시 미세석회 검색. 다시 책을 잡고 휴대폰은 멀리. 늦게 잠을 잔다. 깊은 밤, 엄마와 둘이 큰 집에 있는데, 대문을 잠그면 뒷문이 열리고 뒷문을 잠그면 창문이 열리는 꿈.


건강, 건강 중얼거린다. 정신이 없어서 물을 틀어놓기도 하고 유리병을 떨어뜨려 박살내고. 그래도 걱정을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는다. 근심이 더 크게 자라고 부풀까 봐. 우선 내 마음을 단단히.


방금 재검사 결과는 괜찮다고. 조심의 차원에서 6개월마다 정기검진하자 하신다. 긴장하여 꽁꽁 언 발이 풀리지 않는다.


검진과 검진 사이, 우리는 살아 있다. 무사히 다행히 소중하고 감사하게.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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