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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Dec 28. 2023

마술피리와 만파식적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에는 피리가 등장합니다. 동물들을 끌어들이는 신비한 힘을 가졌다지요. 은종은 사람을  홀리고요. 오페라를 보며 신라시대의 <만파식적>이 생각났습니다. 낮에는 둘로 갈라지고 밤이면 합해지는 대나무로 만든 이 피리는 백성들의 걱정 근심을 해소해 주었다지요.


피리는 음악은 노랫소리는 구체적인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오페라를 보고 나오며 정작 기억에 남는 것은 밤의 여왕의 아리아였는데요. 높고 빠르고 날카로운 힘을 가진 노래에 비해 피리는 작고 약해 보였습니다. 좋은 것은 연하고 부드럽고, 그 반대의 것은 강하고 센 것일까요?


근심걱정을 해소시킨다는 얘기가 근심걱정할 일을 해결해 준다는 뜻은 아닐 것 같습니다. '잊게 해주는' 정도이지요. 피리를 쉬지 않고 불 수도 없을 거예요. 그도 숨을 쉬어야 하니까요. 길게 쉬고 있어서 오늘의 근심걱정이 깊은 것일 수도 있고요. 피리 주인이 근심걱정에 겨워 피리를 잊어버린 것일 수도 있고요.


같은 가사를 되풀이하는 욕실의 노랫소리, 흥겹게 걸어가는 사람의 해드폰에서 들리고 있을 음악들. 잘 잤어, 인사하는 목소리.


소리들이 우리를 감싸 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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