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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Dec 29. 2023

불가능한 매혹

예술은 어째서 인간을 매혹시킬까요? <도라에몽>은 재미도 재미지만, 완결된다는 것, 훼손되지 않는 시공간 같은 것들이 좋습니다. 그 속의 방은 정결한 상태 그대로 유지되니까요. 뜨거운 밥은 뜨거운 그대로, 피어나는 꽃도 그대로, 그렇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고 하는 결말 또한 영원하니까요. 불멸의 서사를 가공으로 만족하는 방식이지요.


샤르트르의 <구토>에서는 일상에서 구토를 느끼던 주인공이 음악을 들을 때 구토가 그치는 경험을 합니다. 존재하지 않음의 매혹에 대해 느꼈어요.

"In the midst of the nauseating odor of existence, there are moments of respite, where one breathes for an instant the pure air of nonexistence." (La Nausée, Jean-Paul Sartre)

"존재의 역겨운 냄새 속에서도, 순간적으로 존재하지 않음의 순수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휴식의 순간들이 있다."


한 배우의 죽음에 대해 무엇을 더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면서 말하고 있습니다만) 그의 과오도 고통도,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도, 허망함도 말해 뭐 하겠어요. 다만 그가 보여준 가상의 세계에서의 위로가 작지 않았음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몇 번이고 보았지요. 그런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불가능할 것 같아요. 불가능하여 매혹되는가 봅니다.


p.s. 사진은 <나의 아저씨> 촬영지입니다. 저곳에서 그들은 한잔하면서 울고 웃고 사랑하고 위로받았지요. 현실은 개인주택이고요. 문을 열고 들어가면 세트장의 장면으로 이어지는 방식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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