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에게 패션 취향이 생겼다. 눈여겨보다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맘에 드는 디자인이 출시되면 약간의 고민 후에 구매한다. 그리고는 이거 어때, 멋지지, 뽐내며 그 디자인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피력한다. 반응이 엄지 척이면 흐뭇해 하지만 망설이는 기색이면 크게 실망하거나 몇 번이고 설득한다. 여기 보라며 뒤태를 보라며 별 다섯 개를 강요한다. 귀엽고 웃기다.
정작 옷에 살고 옷에 죽었던 나는 이제 소수 정예 몇 가지 코디로 한 계절을 살고 있다. 새 옷을 살 때도 새로운 디자인보다는 적합한 아이템을 고른다. 왜냐면 옷에 신경 쓰면 1 가산을 탕진한다, 2 그 옷이 그 옷이다, 3 타인은 내게 별 관심 없다. 4 시간이 아깝다.
G의 변화는 고무적이다. 이제 가산 탕진도 좀 해야지, 그간 스스로에 대해 청교도적으로 굴었으니. 옷에 대한 관심으로 삶의 즐거움이 늘었으며 자신감이 상승되었고 세상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는 것 같다.
취향은 중요하다. 확고해진 취향에 이를 때까지 시행착오를 거치게 되고, 그 취향 또한 바뀔 수 있지만 그런 과정은 즐겁고 신나고 재밌다. 맘에 쏙 드는 취향저격 대상을 찾아내고 갖게 되는 과정의 격정적 행복이란! 취향 추구는 아름다움에 대한 결정과 행동이고 스스로에 대한 사랑 아닐까.
김진영의 <아침의 피아노> 에는 이런 말씀이 나온다. "사랑과 아름다움에 대해서 말하기를 멈추지 않기." 물론 그 앞에는 "조용한 날들을 지키기."라고 하셨다.
G가 옷에 대해 말할 때 조용하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