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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Jan 02. 2024

우리의 관계는 여기까지


김광진의 그 노래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이제 나는 돌아서겠소. 억지 노력으로 인연을 거슬러 괴롭히지는 않겠소. 하고 싶은 말 하려 했던 말 이대로 다 남겨 두고서 혹시나 기대도 포기하려 하오. 그대 부디 잘 지내시오"


이렇게 끝나는 건 서운한 일입니다. 그래서 연말 안부를 묻지요. 답장이 오면 그 관계는 이어집니다. 오지 않으면 끝일 수도 있어요. 항상성은 미련한 인간의 표상입니다. 제가 그래요. 친구는 계속 친구로 유지되길 바라죠. 자주 보진 못해도 어떻게든 이어져 있고 싶어요. 지난 세월 동안 쌓인 시간, 공유된 추억들이 소중해서요. 외로워서요.


연말연시, 보낸 문자에 묵묵부답인 친구를 생각합니다. 매년 하나 둘은 생기는 듯해요. 그러다가 다시 이어지기도 하고요. 제가 먼저 그럴 때도 있었네요. 버겁고 불편하고 무겁고 무의미하다 싶어질 때요.


친구는 귀합니다. 나이 들어가며 더 그래요. 극내향인들은 더 그런 것 같아요. 자신에 대해 다 얘기하지 않으니(못하니) 타인과는 불투명한 막 같은 것이 놓여요. 이걸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프고 힘들고 수치스럽고 어려운 이야기들을 할 수 없는 마음은 왜일까요.


혹시 내가 사과할 일이 있나 물어볼까요? 혹시 내가 용서할 일이 있었나 물어볼까요? 그런 시험을 치를 정도로 돌이키고 싶은 우정일까요? 그저 서로가 서로에게 어울리지 않게 된 것은 아닐까요? 이미 변해버려서 오래 전의 감정들이 무의미해진 것일까요? 다시 이어지면 자주 만나고 연락하게 될까요?


질척대는 건 이제 그만, 우리의 관계는 여기까지인가 봅니다… 그런데 항상성이 '정'의 속성은 아닐까요? 사랑보다 무서운 건 정이라는 노래도 있는 것 같은데요. 그 친구에게 봄날의 안부를 다시 물어볼까요? 이러는 게 질척대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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