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시뮬레이션 하세요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를 보셨나요? 영화의 내용은 대충 이렇습니다. (스포일러 없음) 갑작스러운 외계인의 침략으로, 전쟁터에 참여하게 된 주인공 톰 크루즈는 우여곡절 끝에 본인이 직접 전투에 참여하게 되고, 바로 죽음을 맞게 됩니다. 주인공이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바로 죽다니, 정말 당황스러웠는데요. 더 당황스러운 일은 그때부터 일어납니다. 주인공이 그 전쟁터에 끌려가기 직전의 과거로 돌아가 다시 깨어나게 되는 거죠. 그 이후로 수백 번 다시 전쟁터에서 죽음을 당하고,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것을 반복하게 됩니다. (비슷한 영화로 '해피 데스 데이'도 생각이 나더군요.)
주인공 톰 크루즈는 다행히도 경험한 기억을 그대로 유지한 채로 과거로 돌아갑니다. 덕분에 새롭게 태어난 인생에서는 이 전쟁을 승리하기 위해 조금씩 더 발전하게 되고, 자신의 운명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그때로 돌아간다면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판타지가 이 영화를 통해 충족됩니다. 하지만 금세 현실에서는 우리의 인생을 뒤로 돌릴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죠.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v7MmEPmpI3o&feature=youtu.be
맞습니다. 우리의 인생을 과거로 돌려 다시 살아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반대는 어쩌면 가능합니다. 바로 미래를 미리 살아보는 것이죠.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상상력을 조금만 발휘하면, 미래를 미리 경험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만은 아닙니다. 또한 이렇게 미리 상상한 내일을 맞는 것과,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맞이한 내일은 어마어마한 차이가 납니다. 오늘은 그 경험을 공유드릴까 합니다.
내일을 미리 상상하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우선,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적혀있는 내일의 일정을 확인합니다. 혹시나 그 안에 빠진 부분이 있다면, 적어둡니다. 마지막으로 내일 꼭 해야 하는 3가지 개구리 (꼭 처리해야 하는 업무)를 적어두고 기억합니다. 그리고 눈을 감습니다.
이제부터는 나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내일을 미리 살아보면 됩니다. 아침에 일어나고, 씻고, 옷 갈아입는 것부터… 밥 먹고 출근하고, 하루의 업무를 시작하고 다시 끝맺는 것 까지… 우리는 이미 여러 날을 비슷한 패턴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내일을 미리 살아보는 것이 생각처럼 어렵지 않습니다. 상상력은 디테일할수록 좋습니다. 업무 중에 매번 나를 방해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상황도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나를 괴롭히는 상사가 있거나 고객이 있다면 언제쯤 그런 일들이 일어날지 미리 상상해보세요. 저녁에 약속이 있다면, 저녁 약속 전에 내 업무를 모두 마칠 수 있을지 상상해봅니다. 평소 나도 모르게 게을러지며 빈둥거리는 상황도,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으면 좋을지 고민하는 순간도 하나하나 곱씹으며 내일을 미리 살아봅니다.
이 상상력이 더 재미있으려면 계획한 대로만 되지 않는 상상을 더하는 겁니다. 뻔히 예측되는 영화가 재미없듯이,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을 그 상상 안에 포함시키면 더 흥미진진해집니다. 예를 들어 갑작스럽게 추가되는 중요한 업무가 생긴다거나, 가족 중에 누가 아픈 일이 생기거나, 교통 체증이 심해져 미팅이 늦어지거나 혹은 접촉사고가 나는 것과 같은 상상을 하는 것이죠. 우리는 실제의 삶에서 이러한 예측 불허의 상황을 맞이하면 당황하여 일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곤 합니다. 어찌어찌 그 상황이 지나고 나면 결국 크게 후회하게 되고 말죠. 오히려 이러한 당황스러운 순간을 나의 내일의 상상에 추가함으로써,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지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습니다.
저는 하루를 충분히 상상하기 위해 최소 30분에서 1시간 가까이의 시간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꼭 '내일을 상상하기' 시간이 미리 마련되어 있어야 합니다. 가장 좋은 시간은 잠자리에 들기 직전 씻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침대에 누워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의 시간입니다. 이러면, 따로 시간을 마련하지 않으면서도 적당한 시간 확보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충분히 미리 상상했던 내일을 이미 한번 마치고, 눈을 뜨는 순간 두 번째(?) 인생이 시작됩니다.
단지, 이렇게 내일을 상상만 하는 것이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 걸까요?
이전 당근 메일을 통해 '나의 한계를 인정합니다’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바로 현실적인 나의 체력과 일을 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그렇지 않으면 항상 지키지 못할 무리한 계획만 세우게 됩니다. 내일을 미리 상상하는 것은 나의 오늘의 계획이 현실과 얼마나 맞아떨어지는가를 이해하게 도와줍니다. 하루 24시간 중 우리가 깨어 있는 시간은 많아야 20시간도 채 되지 않습니다. 그중에서도 내가 집중하는 시간은 현실적으로 5시간만 되어도 엄청난 성공입니다. 그 한정된 시간 동안 무리하게 모든 일을 하는 것보다는 꼭 해야 할 일들을 우선순위를 두고 실천해야 합니다. 내일을 시뮬레이션하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은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되고, 동시에 지금 내가 집중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두 번째 인생을 사는 동안 빠르게 상기시켜줍니다.
현실에서는 언제나 갑작스러운 상황들이 만들어집니다. 오늘 하려고 했던 중요한 일들이 다른 프로젝트 혹은 다른 사람의 부탁 때문에 어그러지는 경우. 갑작스러운 사고가 발생하여, 일이 중단되는 경우 등 현실에서는 예상치도 못한 일들이 자주 발생됩니다. 이러한 일들은 동시에 굉장한 스트레스가 되어 버립니다. 그리고 우리는 스트레스가 가득 찬 상태에서 언제나 좋지 못한 행동들과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내일을 미리 시뮬레이션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스트레스받는 상황을 미리 경험하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우리는 미리 그런 상황을 경험함으로써, 그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예방을 한다거나 나름의 매뉴얼을 준비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매뉴얼은 스트레스받지 않는 상태에서 미리 만들어놓아야 제대로 작동되기 때문이죠.
너무 피곤하다는 핑계로, 혹은 귀찮다는 핑계로 내일의 시뮬레이션을 스킵하는 날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맞이한 내일은 시뮬레이션을 충분히 한 내일에 비해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심지어는 오늘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조차 모르게 지나갑니다. 그저 하루를 쳐내는 삶을 사는 것이죠. 그 이후부터 보다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자기 전 꼭 내일의 시뮬레이션을 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충분히 상상한 내일일수록 더 만족스러운 내일이 된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오히려 시뮬레이션하지 못한 내일이 두려울 정도입니다.
하루 30분만 투자하면 더 행복해집니다.
자기 전 하루 30분만 내일을 상상해보세요.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상상하고, 심도 깊게 고민하면 막연한 걱정과 불안도 더 나은 해결방법으로 내 앞에 나타납니다. 상상력의 크기만큼, 고민의 깊이만큼, 우리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됩니다. 참 좋은데~ 정말 좋은데~ 어떻게 더 설명할 방법이 없네요. 그냥 한 번 해보세요. 상상만으로도 우리는 몇 번의 내일을 더 살아가고, 덕분에 더 멋진 마무리를 지을 수 있으니까요. 마치 톰 크루즈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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