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를 아우르는 음식. +39

몰랑 몰라!!

돼지 껍질 먹을래?

싫어요. 너무 이상해요. 색깔도 맛도

뼈감자탕 먹으러 갈래?

예에? 우리한테 왜 그래요? 아빠앙....


딸들 반응은 이렇습니다.


그런 것들로 이거 만든데?

진짜? 안 먹어!! 안 먹어!!


그런데, 막상 제가 사 오면 아이들이 늘 춤추며 맞이해 줍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를 하나로 뭉쳐주기 때문에 간식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합니다. 간식에서 승격시켜서 음식 특히 '소울 푸드'라고 명명하고 싶습니다.


젤리


이 간식은 아이들 건치 지키기에는 최악이고 체중조절에도 최악이라고 합니다. 다만 유일하게 '식감' '색깔' '모양'에 따른 만족도가 최상이기에 우리 가족을 하나로 뭉치는데 늘 일등공신입니다. 물론 자주 일등공신을 찾아서 치과 가면 늘 듣는 말이 "젤리처럼 말랑거리는 것 많이 먹지 말기예요. 알았지요?"라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퇴근하거나 아이들과 걷다가 심심하면 주로 사 먹습니다. 저는 특별한 젤리를 보면 꼭 사는데 주로 퇴근길에 살 때가 많습니다. 배가 고파서 닭가슴살 한 개 데워서 먹으면서 퇴근길을 재촉하려고 들어간 편의점을 들어갔다가 처음 보는 젤리, 특이한 색깔, 색다른 식감을 자랑하는 젤리봉지를 보면 멈춰 섭니다. 식탁에 앉아서 처음 보는 젤리 봉지를 뜯으면서 사진을 찍고 하나씩 먹어보면서 "오오~"하고 감탄하거나 인상을 쓰면서 "내 스타일 아니야!" 라면서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 삼 남매를 떠올립니다. 이 순간만큼은 중2, 초6, 초4 가릴 것 없이 모두가 '명품감정단'처럼 '감정활동'을 하느라 분주합니다. 그리고, 그 모양과 색깔과 맛을 평가하고 자기들이 앞으로 계속 먹을 것인가 안 먹을 것인가를 가려냅니다. 5분이면 충분합니다.



그런 모습이 상상되면서 어느새 처음 본 젤리에 손을 대고 웃고 있었습니다. 이럴 때마다 아가를 바라보는 엄마 미소처럼, 아이들을 상상하며 웃고 있는 아빠의 흐뭇한 웃음이 어느새 얼굴에 퍼져 있었습니다. 손톱만 한 크기이며 노랗고 동글동글한데 마치 감처럼 이파리까지 구현한 동 골동골 한 젤리가 여러 개 플라스틱 케이스에 포장된 젤리, 마치 육상트랙처럼 기다란 모양에 설탕이 발려있고 몇 가지 색깔인데 시고 달고 가 기본인 젤리, 젤리를 씹으면 그 안에 또 다른 맛의 젤리가 나온다는 젤리 등등을 요즘 새로운 젤리로 생각해서 삽니다.



그렇게 들고 온 젤리는 아이들에게는 비밀로 합니다. 젤리를 보관하는 방법에도 차등을 둡니다. 바로 먹을 경우는 그냥 실온에 두고요. 바로 먹지 않고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경우 일단 냉장고에 넣어둡니다. 그렇지만 먹으려고 할 경우 10분 정도 미리 꺼내 놓습니다. 자칫하면 고무를 씹는 식감을 느껴야 해서 큰 재미를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신기한 젤리들을 사 온 것을 아이들 모르게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저녁식사 후 꺼내면 아이들은 언제나 똑같습니다.


"오오... 처음 보는 젤리네!"

"야아!! 귀엽다. 맛있겠다."

"이거 내 거. 내 거야."


한바탕 난리가 납니다. 봉지를 찢기 전에 사진을 찍습니다. 찍고 나면 조심스럽게 봉지를 찢어서 안에 내용물을 하나씩만 맛을 봅니다. 거의 새로운 것들은 먹고 씹고 나면 2번째 난리가 납니다.


"오우야!! 맛이다."

"색다른 맛이야. 먹어봐. "

"식감이 달라. 재밌다.. "


그런 대화가 오고 가고 나면 이어지는 대화가 있습니다. 이 말에 저는 감동합니다.


"엄마, 이거 먹어보세요. 이거! 정말 새로워요!!"

"아빠. 아빠아!!! 이거 먹어봐요. 하나만.."


이 말을 듣고 나면 몰랑몰랑한 젤리 덕분인지 마음이 물컹하면서 감동이 가득 차오릅니다. 아이들에게 먹는 것을 사주고 아이들이 맛있다고 할 경우에는 전부 먹고 즐길 수 있도록 안 먹는다고 말하곤 합니다. 특히, 젤리는 비싼 가격에 비해 봉지 안에 개수가 얼마 없기 때문에 거의 안 먹는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색다른 젤리를 사준날은 꼭 "먹어봐요! 진짜! 한 개만요!!"라면서 입 안에 넣어주고는 색다른 식감, 맛, 색깔, 모양을 함께 즐기자면서 강하게 권유합니다. 봉지 안에 몇 개 있고 없고 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자기들이 즐긴 새로운 재미를 꼭 함께 즐기자면서 손을 내밀어 줍니다. 봉지 안에 자기들이 먹을 개수가 몇 개 줄어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함께 즐겨요!"라고 손을 내밀어주는 것입니다.



이 순간을 종종 경험하기에 저는 중2, 초6, 초4 아이들과 지내면서 아직도 길거리, 편의점, 공항을 오고 가면서 젤리를 사서 혼자 빙긋 웃음을 지으며 가방에 넣곤 합니다. 집에 오면 식감을 챙겨주겠다면서 냉장고에 넣었다고 꺼내서 미리 먹을 수 있게 준비해주기도 하고요. 물론 알고 있습니다. 여전히 치아에 좋지 않으며 체중조절에 좋지 않은 것도요. 이제 아이들이 함께 젤리를 나눠 먹으면서 둘러앉아서 낄낄거리고 엄마 아빠와 '새로운 젤리'를 즐겨 줄 시간들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아직은 부담 없이 사서 들고 옵니다.





젤리는 나름대로 우리 가족 진리입니다.

하나로 뭉치게 해 줍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모이고 먹고 웃고 하나가 되게 해줍니다. 예전에는 딸의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하리보 곰을 탄산에 담궈서 재운후 손톱만한 것이 주먹만해진 것을 보고 즐거워하기도 했습니다. 아직까지는 세대차이없이 우리가 하나되게 해주는 건 젤리입니다.



이제는 아이들이 사 옵니다.

친구들과 젤리를 나누는 시간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특한 것은 친구들과 사서 먹다가 맛있고 신기하다면서 1+1을 이용해서 하나는 친구들과 먹고 하나는 가족과 먹겠다고 들고 옵니다. 하루 종일 노느라 가방 안에 있었기에 탱탱하고 몰랑몰랑한 식감보다 물컹거리고 질겅거리는 식감으로 변한 젤리일지라도 아이가 하루 종일 가방 안에 넣고 다니면서 가족과 먹겠다면서 신나게 놀다가 들어온 그 마음을 가득 담은 젤리라서 하나도 이상하지 않고 고맙고 감사하며 감동으로 마음이 물컹거리곤 합니다.



웬만한 젤리는 거의 먹어보는 것 같습니다.

동결건조, 봉지를 열고 케이스를 열면 바로 흘러내릴 것 같은 젤리, 딱딱한데 씹으면 속은 몰캉거리는 젤리, 곰젤리, 곰젤리를 카피해서 만든 더 작은 곰젤리, 줄넘기하고 놀아도 될 것같이 긴 젤리(실제로 거실에서 줄넘기를 해봤음. 삼 남매 모두), 까먹는다는 젤리, 문어모양 콜라모양 두 겹젤리 등등 웬만한 젤리는 다 먹고 다니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몰랑거리고 손톱만 한 젤리를 사 먹고 기분 좋게 가족모두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도 친구들과 어디를 가던지 혼자 다니다가도 새로운 젤리가 있으면 사서 들어옵니다. 자기 수준에서 가격이 부담스러우면 은근슬쩍 아빠를 데리고 나가서 사자고 권유합니다. 못 이기는 척 사주는데 그 이유는 그 순간만큼은 아이와 제가 하나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것도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들과 할 일들이라서 그때까지 감사하며 즐겨줄 생각입니다.



늘 별거 아닌 음식으로 가족과, 또는 아이들과 먹고 즐기는 것을 나누고 있습니다. 최근에 오랜만에 재밌는 젤리를 먹고 재밌어서 또 쓰게 되었습니다. 국민 간식이지만 치아건강을 위해서 줄여야 하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어떤 일이 생겨서 힘들어도 우리를 하나로 뭉쳐주고 웃게 해주는 젤리를 아직은 함께 나눠 먹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젤리들 덕분에 부모세대와 자녀세대가 하나가 되고 있는 에피소드를 나눠보았습니다.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항상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by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출처:사진: UnsplashMatt Seymou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