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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최고의 간식이다. +41

아이들과 혹은 가족과 함께 먹는 작은 것들을 통해 느낀 것을 나누고 있습니다. 오늘은 말도 안 되는 간식에 대해 나눠 봅니다.



홈런볼


늘 제가 나누는 것들이 대단하지 않아서 관심이 적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이 간식은 별로 대단하지도 않고 호불호도 갈리는 간식이기도 합니다.



제가 어릴 때부터 홈런볼을 사주셔서 먹으면서 해태, 롯데, OB, MBC청룡의 열띤 경쟁을 즐긴 세대입니다. 아삭거리는 과자와 달리 씹으면 순간 사그르르 녹으면서 그 안에 초콜릿이 입안에 들어가는 것은 늘 천국의 황홀함을 맛보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릴 때부터 늘 즐기는 간식이었습니다. 심지어 어른이 되어 술 한잔하면서 배가 부를 때 이 간식을 골라서 덜 배부르게 먹기도 했습니다. 가격을 넘어서서 이 간식을 먹을 때마다 마음은 훈훈해지고 입안은 늘 부드러움과 편안함으로 채워지면서 힘들 때마다 위로가 되기도 했습니다. 양이 작아서 아쉬움이 큰 것은 마치 요구르트 1개가 부족해서 2개를 사 먹고 싶거나 박카스 작은 1병이 부족해서 2병을 들이켜고 싶은 것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중, 고, 대학생을 거쳐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전히 먹는데 점점 가격은 비싸지고 크기는 작아지고 과자 1개의 크기가 작아지는 것이 과자회사의 원가와 매출이익을 생각한 치밀한 기획보다는 제가 커가면서 느끼는 저만의 생각이라고 치부하며 서운함을 일부러 멀리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즐긴 간식을 삼 남매가 먹기 시작했습니다. 이유식을 먹고 이제 떡뻥 등등의 부드러운 간식을 먹기 시작하면서 어른들의 식사와 티타임 때 한 번 두 번 손에 쥐어준 부드러우면서 안에 든 초콜릿이 살살 녹는 홈런볼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아들이 먹다 보니 딸이 따라서 먹기 시작했고, 딸이 먹는 것을 보면서 막내가 하나씩 먹다 보니 삼 남매가 같이 속도전을 하면서 먹는 국민간식이 되었습니다.


3개를 사서 먹이기 시작했고 어느새 큰 사이즈가 나와서 아주 흡족하게 먹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큰 사이즈는 아이들이 신나게 먹다가 은근히 지겹다면서 남기기도 했습니다. 점점 색다른 맛들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기본 초코맛에 커스터드 크림 바나나 스플릿, 멜론, 딸기, 무지방 우유, 티라미수, 치즈 (현재 크림치즈 맛), 까망베르 치즈, 그릭요구르트 등등 상상만 하던 맛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포장지도 살짝씩 바뀌고 속포장지도 플라스틱인데 바닥이 올라와서 많이 담기지 않더니 급기야 환경을 생각한다면서 종이케이스가 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과 간식을 사면서 새로운 맛이 나오면 새로운 맛 두어 개, 기본 초코맛 6개를 사면 아이들이 두 팔로 힘껏 안아야 될 만큼 양이 많아집니다.


"아빠! 아거 다 사주는 거야?"

"당연하지. 많이 먹어! 뭐든지 사줄게!!"


가격에 비해 무겁지 않으면서 양이 엄청나니까 사주는 저로써는 어깨가 승천해서 하늘 구름 위에서 놀고 있을 정도였습니다. 아이들은 아빠가 다른 간식을 사면서 엄청 많은 양의 홈런볼을 거리낌 없이 사주는 것에 감동과 감사를 하기도 하고요.



그렇게 홈런볼은 저의 어린 시절과 아이들 지금 시절을 이어주는 기특한 간식입니다. 시대를 거치면서 가격, 양, 사이즈가 달라지면서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음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여전히 홈런볼을 볼 때마다 특히 새로운 맛이 나올 때마다 함께 도전하자고 사 오기도 합니다. 시대를 넘나들며 부모세대와 자녀세대를 이어주는 홈런볼은 제게 엄청 감사한 존재입니다.


그러나, 슬슬 늘 어깨승천하던 저의 의기양양한 결제자리가 위협당하기는 합니다. 중2인 큰아들을 위시하여 초등6학년 딸이 보기에 홈런볼이 이제는 대단하지 않으며 세 개 이상 구매해서 한아름 안겨줘도 아빠의 엄청난 사랑을 받는 느낌이 아님을 알기 시작해서입니다. 그래도, 아직 제가 기분 좋게 즐기며 행복을 나누는 순간도 있습니다. 초4인 막내가 홈런볼을 너무 좋아하며 여러 개를 사면 아직도 좋아해 줍니다. 단, 막내는 새로운 맛은 과감히 도전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아직까지 어깨승천하는 순간을 느낄 수 있어서 홈런볼은 최고의 간식입니다.



별거 아니지만 15년간 홈런볼은 최고입니다.

많이 사주면 많이 사줄수록 엄청난 아빠 사랑이라고 느껴주던 간식이라서 행복했습니다. 이제 슬슬 입지가 애매하지만 그럴 때마다 젤리가 채워줘서 고맙기도 합니다.



홈런볼은 효자입니다.

부모가 제게 사주던 달콤 간식이었고 지금은 제가 먹던 대로 또 자녀에게 사주며 즐길 수 있어서 사랑을 이어준

주는 효자입니다. 물론 아이들이 커가면서 이 간식을 즐기지 않는 시간이 슬슬 오기 시작하지만 그래도 함께 즐긴 15년이 감사할 만큼 홈런볼은 최고입니다.



홈런볼이 멸종하지 않기를 소원해 봅니다.

수익이 나지 않아도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그 존재와 명맥을 이어가는 노력이 있어서 감사하고요. 이 간식이 "since 1981"이래로 계속 이어져서 삼 남매가 자기 자녀들에게 "이것은 할아버지가 아빠 할아버지가 사주셔서 먹었대. 그리고, 나한테 사주셔서 너네만 할 때 먹었는데 지금 너한테 사주고 있네. 와우. 신기하다." 라면서 웃는 날이 이어질 수 있도록 홈런볼이 단종보다 '멸종'하지 않기를 소원해 봅니다.



진짜 별거 아닌 간식을 나눈 이야기를 이번에도 나눠 봅니다. 별거 아니지만 이 간식을 통해 3대에 걸쳐 나눈 사랑과 행복이 커서 여전히 이어지길 소망하는 마음에서 적어 보았습니다. 이렇게 나눌 수 있는 것이 읽어주시고 공감과 격려해 주시는 분들 덕분임을 알기에 감사를 기억하며 한 자 한 자 적어봅니다.



항상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출처: unsplash의 you lei

덧붙여서: 홈런볼이 위트 넘치는 포장지와 속포장지, 작은 사이즈의 간식이지만 저에게는 정성을 가득담은 슈크림 디저트같이 느껴져서 그 느낌을 살린 사진을 골라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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