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식
별거 아닌 간식을 먹으면서 느낀 감정들을 적어보면서 아이들과의 관계, 아내와의 관계, 가정 안에서 저의 역할과 실수들, 감동들을 적어가고 있습니다.
세상에 수많은 간식을 먹으면서 즐기다 보니 편의점에서 시작된 간식놀이가 24시간 이어지니까 살로 이어집니다. 요즘 경제상황과 각자의 경영상태에 따라 24시간 편의점이었는데 한정적인 시간 또는 한정요일에 한해 문을 닫는 편의점도 있어서 입맛을 다시면서 간식놀이를 하지 못할 때도 생기곤 했습니다.
그런 간식놀이의 안타까움을 해결해 주는 곳이 있었습니다. 무인문구점이나 무인 세탁방이었습니다. 요즘에는 무인문구점이 24시간 불을 켜고 맞이해 주며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간식들로 반갑게 맞아주다 보니 건강을 챙기기만 하면 아이들과 자잘하고 깨알 같은 간식들로 놀 수 있습니다. 또, 예전에는 24시간 세탁방에 안마기가 놓인 곳들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세탁방에 간식코너와 결합해서 어떤 분은 세탁하러 들리고 어떤 분은 간식 사러 들리고 어떤 분들은 세탁기 이불빨래 돌리면서 간식을 먹는 경우도 보게 됩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간식놀이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여전히 젤리를 먹고 야식으로 작은 컵라면을 먹고 함께 즐기기도 하고요. 때로는 아이들이 신상 과자를 먹고 즐기면서 웃을 때 건빵을 씹어먹으면서 함께 웃어주는 날도 있습니다. 작은 발레공연을 하는데 맞춘 발레복이 사이즈변경이 있을까 봐 몸무게를 관리하는 두 딸들을 위해 오이를 깎아놓은 것을 먹으면서 함께 웃어주기도 하고요.
아내의 간곡한 부탁이자 조언이 이어지는 매일을 겪으면서 가진 돈이 없어서 할 수 있는 작은 것으로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서 놀고 즐기고 함께 울고 웃으면서 지내는 시간이 쉽지 않다는 생각도 합니다. 이제는 아이들이 무한정 신상 과자나 젤리들에 재미를 두기보다는 어른들이 즐기는 새로운 문화와 떠오르는 음식에 관심을 부쩍 두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런 것을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한계에 부딪치곤 합니다. 예를 들어 큰아들이 초밥에 관심이 있다고 하고 아이들이 신기한 음식이라고 하기에 저렴한 회전초밥집을 갔다가 아이 셋 어른 둘이 먹고 나온 음식가격이 삼십만 원을 훌쩍 넘기는 것에 놀라서 웃다고 울다가 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물론 우리 부부는 식사량과 접시의 색깔을 신중히 검토하면서 먹었지만 아이들은 돌아다니는 초밥접시도 신기하고 가져다 먹기만 하면 되고 먹고 나서 레고블록처럼 알록달록한 그릇을 쌓아가는 맛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배가 불러오는 줄도 모르고 먹었습니다. 아이들이 신나게 먹고 그릇을 쌓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기는 '아이들 손'을 붙잡아야 하는 부모의 심정은 참담했습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소소한 간식으로 소통하면서 감정을 나누다 보니 아이들이 눈높이에 맞춰주지 못하는데도 작은 간식들로 저와 놀아준다는 생각이 들어서 감사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감사할 것인지 감동할 것이지 헷갈릴 때가 종종 있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내와 대화하다가 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말해준 것이 생각났습니다.
"당신은 상황에 대해 자기가 느낀 것을 말하라는데 엉뚱한 얘기를 할 때가 있어요!!"
그 말은 제게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느낀 대로 제 마음을 얘기했다고 자부했는데 듣는 사람으로서는 답답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기뻤나요? 슬펐나요?"를 물어보는데 당신은 전혀 다른 말을 하더라고요. 그런 당신의 말에 사람들 속에 있으면서 "나는 창피했던 적이 많아요."라고 말하는 아내 말에 정말 당황했었습니다. 작은 간식을 먹으면서 나누는 대화 속에 저에게 화두를 던지는 아내 말을 새겨들은 날, 저는 결심한 것이 있었습니다.
'내 감정을 점검해 보자. 어떤 상화에서 어떻게 느끼고 말하는지 점검해 보자!'
그런 생각으로 '간식을 먹으면서 느끼고 웃고 깨닫는 시간'은 잠시 중단하고 저의 감정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물론 '간식 먹고 느끼는 것은 계속 쓰고 있습니다.'만 그것보다 제가 저의 감정에 대해 얼마나 솔직하고 얼마나 잘 표현하고 있는지 돌아보려고 합니다.
아이들과 간식을 먹다가 깨달았습니다.
초등학생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과자, 젤리, 요구르트를 먹고 웃고 즐기다 보니 어느새 큰아들이 내일이면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중3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문득 저는 아이들이 커가는 눈높이에 맞게 어떤 부모이고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간식 눈높이'덕분에 점검해 보는 마음도 품게 되었습니다.
중2아들과는 색다른 간식도 즐깁니다.
정말 별것 아니지만 중2아들과는 컵라면 소통을 합니다. 아들이 친구들과 축구게임을 하고 온 늦은 저녁에 마치 어른들이 "퇴근 후 한 잔?"이라는 말처럼 "컵라면 하나?"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아들은 상황에 따라 "그래요!" "아니요! 배가 아직 불러요."라고 호응해 줍니다. 그러면, 물을 끓이고 컵라면에 물을 붓고 김치와 다른 반찬을 조금 담아서 컵라면 두 개, 일회용 젓가락 두 개를 마주 보고 배치합니다. 그러고, 완료되면 "먹자!"라면서 아드를 부릅니다.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아빠가 먹으면 먹을게요."라는 말과 "아빠가 해주면 먹을게요."라는 약간의 전제 같은 아들의 딜을 받아들여서입니다. 그렇게 마주 보고 앉아서 먹는 5~10분은 진짜 아무런 말이 필요 없어도 처음 만난 사람들이 소주잔 석 잔을 주고받다 보면 말문이 트이는 것처럼 그냥 "좋은데요."라는 말로 모든 게 끝나기도 합니다.
간식을 통해서 새로운 화두를 얻었습니다.
간식을 먹으면서 아이들과 재미를 즐기다가 저를 돌아보게 되고 아내가 해준 말을 귀담아듣고 저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뭔가 당신은 솔직하지 않은 것 같아서 답답해요."
아내의 그 말은 제게 이해하지 못하는 말이었기에 별다른 대응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이들과 간식을 먹고 웃다가 이 상황이 '감동인가? 감사인가? 흐뭇함인가?'라면서 제 감정을 정의 내리지 못하는 저를 느끼면서 어쩌면 제 감정을 늘 숨기고 지냈던 학창 시절을 떠올리면서 한 번쯤 저를 돌아볼 시간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아이들과 간식을 먹고 즐기고 있습니다. 다만, 커가는 아이들 시선에 맞게 간식보다는 음식을 통해 소통을 하고 있겠지만 '잠시' 제 감정을 솔직하게, 아니 잘 드러내지 못하는 것 같은 저를 돌아보면서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바람에 무심히 흘려보냈던 내 감정여행"이라는 테마로 목요일 찾아뵙겠습니다.
항상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by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출처:사진: Unsplash의Keenan Beaucham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