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
사랑하는 막내딸에게
오늘은 너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단다. 그리고, 감동했던 것도 함께 나누고 싶어지고 그렇단다.
무슨 일들이 너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을까?
사실 아빠가 너에게 "고맙다"라고 말하면 엄청 놀라면서 감동하더라. 그 자체가 아빠는 미안하게 생각해.
일요일 네가 발레발표가 있었는데 아빠가 근무하느라 참석을 못해서 함께 봐주지 못한 날의 이야기란다. 아빠가 참석하지 못했기 때문에 엄마가 찍은 사진과 영상을 받아서 봤단다. 작고 마른 네가 나름대로 외운 동작들을 다른 아이들과 함께 최선을 다해서 연기하는 모습이 감동스럽더라. 그렇게 작은 백조가 빛나는 모습으로 오고 가는 속에 네가 있다는 것이 엄청 자랑스럽고 감사했단다. 그렇게 잘 마무리된 모습을 보면서 엄청 자랑스럽고 감동했기에 퇴근 후 꼭 너에게 '잘했다'와 '고맙다'라는 말을 해주고 안아주고 싶었단다.
퇴근하자마자 하교 후 집에 온 너에게 아빠의 마음을 잘 전해지도록 말했지.
"고맙다. 잘했다. 이쁘게 잘해주는 모습에 감동했단다."라고 말했더니
"아빠. 고마워요." 라면서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너를 느끼면서 아빠는 또 감동했단다.
사실 아빠가 야근 후 집에 와서 누워 있었지만 너에게 아빠가 느낀 감동과 감사를 전하고 싶어서 눈은 반쯤 뜬 채로 너에게 말했는데도 엄청 감사하고 행복해하는 너를 느끼면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했단다. 그러고 나서 다시 눈을 감고 잠에 빠져 들고 있었다. 침대에 가서 제대로 누워잔다면 하루 종일 자다가 저녁을 맞이해서 하루가 허무할까 봐 거실에 대충 누워서 있던 아빠 모습을 너는 걱정스러웠나 봐.
"아빠! 그렇게 누워 있으면 감기 걸려요."
라고 말하더라. 사실 너희가 학교 다녀와서 매트리스만 던져놓고 누워있으면 늘 내가 하는 말이었지. 뭔가를 덮고 누워있던가 또는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서 제대로 자지 않는다면 감기에 걸릴 수 있다고 잔소리를 했었지. 그 말을 네가 아빠한테 하고 있어서 마음으로 웃으면서도 그대로 누워있었단다. 너무 졸리고 피곤했었거든. 그런데, 네가 한 행동 때문에 아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단다.
너는 뭔가를 들고 오더라. 너의 이불이었는데 아빠가 거부했지.
"아빠가 옷을 갈아입지 않은 채 누워있으니까 너의 이불이 더러워져! 아니야! 괜찮아!! 차라리 아빠 후드집업으로 덮어줘!" 그 말에 너는 얼른 아빠 후드집업으로 대충 엎드려 누워있는 아빠의 등을 덮어주더라. 그리고, 양말만 벗어놓고 누운 아빠 발을 보면서 "추워 보여요."라더니 뭔가를 덮어주길래 뭔가 했더니 아빠가 대충 벗어놓은 양말로 두 발을 덮어주더라. 마지막으로 아빠 몸 위로 다른 매트리스를 덮어주더라고.
아빠는 마음으로 웃었단다. 왜냐하면 너희들이 그냥 밖에서 오자마자 피곤하다면서 놀이용 매트를 깔고 누워서 있으면 감기 걸린다면서 놀이용 매트로 너희들을 샌드위치처럼 덮어주고 웃곤 했었는데 네가 아빠에게 그렇게 해준 것이었어. 그런데, 생각보다 따뜻하고 편안했단다. 그런 느낌을 느끼면서 아빠는 다시 누워 잤단다. 한참을 자다가 주변이 너무 조용해서 깼더니 너도 침대에서 자고 있더라.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했단다. 왜냐하면 네가 좋아하는 친구들, 학교에서 함께 노는 친구들 몇 명이 있는데 모두 하교하자마자 학원으로 가기 때문에 하교 후 놀 친구가 없어서 집에 온다는 것과 집에 오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면서 그냥 침대로 직행해서 잔다는 것이 너무 마음 아프더라.
그런 마음을 느끼면서 아빠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옷을 갈아입고 씻으면서 이제는 훌쩍 시간이 흘러버린 오후를 시작하기 시작했단다. 그러다가 아빠의 부스럭 소리에 깬 너를 아무 말 없이 안아줬지. 살은 하나도 없이 뼈만 있는 너를 느끼면서 안아주는데 감사한 마음과 짠한 마음이 계속 교차하고 있었단다. 그러면서도 아빠가 너희들에게 해준 것처럼 아무렇게나 누운 아빠를 아빠가 했던 대로 챙겨준 너의 손길에 감동을 했었어.
그런 마음을 꼭 말해주고 싶었단다. 이런 아빠 마음을 말로 하면 "아까 고맙다."라고 말하고 끝났을 것인데 이렇게 편지로 전한다면 '왜 감동했는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어떻게 너를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차근차근 말해줄 수 있어서 좋단다. 이런 아빠 마음을 읽어서 느낄 너도 조금은 덜 불편하고 편할 수도 있고 말이야.
사랑해!
작은 네가 어느새 초4 사춘기가 시작되어 신경질적으로 말하고 행동하기 시작했지.
그렇지만 절대 잊지 않을게
아빠를 향한 사랑의 마음이 마음에 가득하고 그 마음에서 우러난 행동을 여전히 하고 있다는 것을,
아무 말없이 너를 안아줄게
아빠 품이 얼마나 따뜻한지, 아빠에게 의지하고 안겨서 위로와 휴식이 되도록,
사랑하고 사랑해
막내라서 느끼는 불편함보다는
막내라서 누릴 수 있는 것이 많고
그것을 아빠가 해주는 사람이라는 것 때문에 위로와 평안을 느끼도록 해줄게
사랑하고 사랑해!
너와 함께 살고 있어서 행복해!
이제 달라져가는 막내를 미워할 때도 있었습니다.
초6 언니처럼 사춘기가 시작되어 순식간에 짜증을 내고 화를 내고 들이대는 막내가 미울 때도 있었습니다. 정신없이 3명을 챙기느라 지친 아내에게 언니처럼 똑같이 반말하고 대드는 막내가 너무 밉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행동과 말이 자기 자신도 제어하지 못하는 때가 온 것을 머릿속에 인지하지 못하고 "괘씸하다."라고만 생각했던 것을 반성하면서 적은 글입니다.
세심하게 아빠를 챙겨주고 싶은 막내의 쪼그만 손에 감동했습니다.
아빠가 하는 행동을 재미로만 느끼지 않고 하나둘 기억해 뒀다가 아빠에게 고스란히 하면서 아빠가 감기 걸리지 않게 챙겨주는 모습에 감동했습니다. 물론 막내의 발레발표를 영상으로 보고 매우 잘해다면서 칭찬해 준 것이 '인정'받았다는 마음에 기분이 좋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막내가 가끔 아빠에게는 사랑을 표현하고 사랑받고 싶어서 목말라하는 것만 느낀다고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그런 생각과 정반대로 아빠를 사랑의 마음으로 챙겨주고 싶은, 이제 챙겨줄 힘이 생겨서 챙겨주려고 애쓰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날이었습니다. 마음으로 엄청 감동하고 막내가 너무너무 이뻐 보였던 날입니다.
소소한 감동을 나눌 수 있는 집, 그 안에 가정에 막내와 살고 있는 것이 감사입니다.
우리 집이라는 공간에서 우리 가족 안에서 막내와 제가 느끼는 감동과 감사가 이어지고 있는 일상이 감사입니다. 매번 챙겨야 하는 아이에서 챙겨줄 때가 있고 챙김 받을 때도 생기는 관계가 된 것이 감동스러웠습니다. 중2 아들과 초6 딸은 이제 자기 뜻대로 하루를 보내고 그러면서 자기가 내키는 대로 엄마 아빠를 챙기기도 합니다. 막내는 그런 관계는 되지 못하는 아기 같은 존재라는 생각으로 치부하고 살았는데 이번 일을 통해서 막내도 서로 사랑하기에 챙김을 주고받는 관계로까지 성장했음을 인정했습니다. 그런 사랑을 주고받고 살고 있는 집이라는 물리적 공간에도 감사하고요. 사랑을 주고받는 가정 속에서 여전히 살고 있음도 감사했습니다.
소소한 것들로 감사하며 감동할 수 있고 그런 일들을 만들어주는 막내와 살고 있는 것이 또 감사한 날이었고요. 이런 일상을 적어서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이렇게 매주 이어질 수 있는 것은 읽어주시는 분들 덕분임을 늘 잊지 않고 있습니다.
항상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by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출처:사진: Unsplash의Aziz Ans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