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막내에게. +48

안경

사랑하는 막내에게


늘 아빠는 네가 또래보다 키가 작고 몸무게가 늘지 않아서 너를 보면서 많이 걱정하고 있어. 그런 마음에 뭐든지 먹이고 싶고 좋은 것을 먹이면서 잘 키우고 싶은데 좋은 것은 잘 안 먹고 안 좋은 것만 즐기는 것을 보면서 맘이 아프기도 해.



아빠는 그렇게 너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가득하단다. 그런데, 막상 상황마다 너에게 사랑 가득한 표현은 잘 못해주는 것 같아.


그래도 너의 미모를 신경 쓰겠다고 눈이 나빠져서 안경을 써야 하게 되었을 때 얼마나 속상해서 화를 내고 화를 내고 울었는지 모른단다. 그러면서도 너의 작고 이쁜 얼굴에 아빠처럼 불편한 안경을 써야 하는 게 너무 싫어서 돈이 열 배나 들지만 잘 때 착용하고 자면 다음날 눈이 보인다는 '렌즈'를 구매하도록 결정했지. 그날 기억하지. 미안함도 있었지만 너를 조금이라도 챙길 생각에 돈보다도 마음이 급했단다.



그렇게 렌즈를 착용하고 지내니까 아빠처럼 안경을 착용해서 겪는 불편함, 눈매가 달라지는 것이 일어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너와 지내고 있단다. 처음에는 아빠처럼 안경을 착용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면서 열심히 하더니 어느새부턴가 아빠의 마음과 달리 착용시간을 맞춰야 해서 일찍 자야 하며 착용하는 자체를 귀찮아하면서 엄마에게 짜증 섞인 마음을 섞어서 함부로 하는 말들을 들으면서 '복에 겨워서 건방을 떤다.'라면서 아빠가 나서서 또 혼내고 혼냈던 것 같아!


"그렇게 귀찮고 싫으면 그냥 안경 써라!"



화를 섞어서 그렇게 내뱉었지만 마음으로는 '제발 우리 두 딸이 안경 쓸 날이 오지 않도록 해주세요. 작고 귀엽고 이쁜 얼굴이 잘 커가도록 지켜주세요.'라면서 얼마나 가슴 졸이는지 모른단다. 특히나 태권도를 하고 싶다는 너를 보면서 안경을 착용하면 하고 싶은 일들이 제약조건이 많은데 어떡하니.. 라면서 바라보고 지내고 있었지.


비싸기도 하고 늘 조심해야 하는 렌즈를 언니처럼 혼자 착용하며 늘 짜증 내고 불편해하는 너에게 어느 날 큰 사건이 일어났지. 같이 간식 먹고 놀다가 이제 렌즈를 착용하고 자야 할 시간이라면서 말했더니 너와 언니는 짜증을 내면서 '렌즈를 착용하는 자체'에 대해서 엄청난 화를 내면서 불평을 하고 방에 들어가길래 혼낼까 하다가 참고 있었는데 네가 엄마를 부르길래 조마조마했단다.


"렌즈를 떨어뜨려서 깼어요."

"어! 그래? 괜찮아! 다시 사 줄게! 괜찮아!!"


라고 말해주면서 너의 놀라고 혼날까 봐 당황한 마음을 잠재워주는 엄마와 달리



"이그! 조심하래니까! 그게 뭐니! 넌 이제 안경 껴라! 얼마나 아빠만큼 힘든지. 왜 안경을 착용 안 하도록 애쓰는지 겪어봐라! 이제 끝이다!!"



라면서 막말 아닌 막말을 퍼붓는 아빠를 대면하고 한없이 쫄아드는 너를 보았다. 그런 말을 하는 아빠도 황당하지만 그런 말에 마음이 더 힘들어서 한없이 작아지는 너를 보면서 그제야 정신이 들었단다. 상황이 수습되고 내일 안과에 다시 가서 안경을 하던지 렌즈를 알아보던지 하자며 추스르는 엄마와 달리 아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거실에 서 있었단다. '뭐지? 왜 또 그렇게 말했을까? 애는 얼마나 가슴 졸였을까? 왜 날뛰듯이 그렇게 말하고 막내를 몰아세웠지!! 왜 그런 거지?'라면서 혼란스러운 마음에 멍하니 있었단다.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고 큰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천만다행인 것을 깨닫지 못한 것이었지. 눈이 안 다친 게 천만다행인데 말이야. 렌즈 한쪽보다 네가 더 소중한데 그것을 까먹은 아빠를 원망하고 서 있었단다.



얼마나 너는 힘들었을까. 거대한 '큰사람'이라면서 늘 무섭고 힘든 존재라는 아빠,

실수를 하면 잘 받아주다가도 한 번씩 엄청나게 혼내서 무서운 아빠,

그런 아빠가 이번에도 또 혼내버렸어.


참!!

할 말도 없어지고 얼굴을 바라볼 용기도 없어지더라.

잘 자라라면서 안아 줄 용기도 사라졌단다.


왜!!

또 이 상황이 발생했지....

너는 얼마나 힘든 밤을 보냈을까...



많은 순간마다 너의 마음을 먼저 위로해 주고 알아주겠다고 약속을 했으면서도

안경에 대해서는 안경을 평생 착용한 아빠의 후회 가득한 마음, 또 큰돈을 준비해서 해줘야 한다는 절실한 마음에 그런 말로 너를 몰아세워서 미안하다. 아빠가 부족했단다. 너의 아름다운 얼굴과 마음을 챙겨주고 싶다는 아빠의 진심이 엉뚱하게 표현돼서 미안!!



미안하고 미안해!

오늘도 또 사과를 하니까 더 미안해지더라.

초 4인 네가 아빠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단다.


왜냐면 아빠의 생각과 다르게 너는 생각이 깊고 많은 것을 느끼고 살고 있더라.

그래서 아빠가 잘못했을 때는 얼른 빨리 사과하려고 해!!

그리고 더 빨리, 더 많이 고치려고 하고 있단다.


고마운 것은

너와 살고 있다는 자체를

잊지 않을게.


오늘도 미안하고 고맙다.



여전히 갈 길이 먼 저를 직면했습니다.

아이들이 예전과 달라지고 있는 아빠를 덜 무서워해주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지내는 동안 저의 바람과 달리 아이들이 늘 아빠에게 혼날까 봐 실수하면 눈치먼저 봅니다. 그런 순간마다 아빠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여전히 왜 그러니?'라면서 웃어주면서 가끔씩 또 이런 실수를 하면서 아이를 혼내고 나면 그런 모습이 다시 반복되는 것이 한스러워서 혼자서 멍하니 앉아서 마음으로 울고 웁니다. 이러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닌데 이렇게 또 실수를 했구나라면서 자책합니다. 포인트가 쌓이듯이 아이들 마음에 작은 상처들이 또 쌓여 살 텐데라고 걱정합니다. 몰랐을 때는 아이들이 실수를 하거나 사고를 칠 때마다 잘못했으니 혼나고, 실수의 경중에 따라 엄하게 혼나는 게 맞다고 생각했지만 제대로 된 부모의 모습을 알아갈 때마다 이런 실수는 뼈저리게 아픕니다.



사실 아이의 실수는 큰 잘못은 아닙니다.

3년 이상 착용한 렌즈가 이제 교체시기가 왔고 아이의 작은 손으로 그것을 눈에 넣다 보면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2년여를 엄마가 넣어줬고 언니가 하는 것처럼 하겠다는 마음, 아내가 늘 넣어주면서 힘든 마음을 반영해서 병원에서 제안한 대로 아이가 직접 하게 했는데 초4 딸이 얼마나 조심스럽게 할 수 있겠는가를 생각한다면 "아이고. 렌즈를 깨서 얼마나 놀랬을까! 괜찮니?"라고 달래주는 게 아빠 몫인데 말입니다. 제가 안경을 착용하다 보니 안경 착용이 두 딸들에게 엄습할 때마다 얼마나 싫고 싫은지, 안경 대신 몇 배나 비싼 렌즈를 사주고 얼마나 전전긍긍하는지를 직면한 날이라서 저 스스로 더 속상했습니다. 말을 내뱉었지만 밤새 속상해하면서 후회하고 새벽에 출근하면서 아내에게 "아이에게 새 렌즈를 사줍시다. 안경은 말고요."라고 미안함을 건넸습니다. 저는 여전히 부족하고 부족합니다.



성품 좋은 아빠, 인자한 아빠, 바다같이 딸바보로 살아가는 아빠들을 존경합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딸을 둘이나 둔 사람으로서, 늘 혼내고 비난의 말도 감정을 섞어서 하는 실수를 반복하고요. 딸아이가 하는 행동, 말, 생각들을 겪어본 적이 없어서 늘 '이해가 안 되네!'로 바라보다 보니 '딸바보'가 되지 못하고 늘 엄한 아빠로 돌아가는 것이 속상합니다. 그러다 보니 딸들이 원하는 것을 맘껏 카드로 긁어주지 못하는 아빠라는 자책은 뒤로하고 성품 좋고 딸바보인 아빠들이 제일 부럽습니다. 그런 아빠가 되기 위해서 지금도 반성하고 사과의 편지를 딸에게 쓰고 있고요. 이런 모습을 저만 알고 고친다고 해본들 쉽게 고쳐지지 않으니 공개해서 노력 중입니다.


큰사람(by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출처:사진: Unsplash의 Alexander Krivitski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