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통
이 시간을 또 시작하면서 감정 키워드를 열어볼 때마다 묵직한 마음을 느끼면서 시작합니다.
'이런 감정을 언제 느꼈을까?' '이 느낌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왜 이런 마음을 숨기려고 했을까? 나는 그때 왜 그랬을까?'
그럼에도 이 시간을 또 시작하고 정성을 들이는 이유는 그런 묵직함에 눌리지 않고 저의 속마음을 꺼내는 것은 곧 제가 저를 알아가고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마음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감정 단어들을 보석 꺼내듯이 또 조심스럽게 시작해 봅니다.
그렇게 시작하는 것으로 열두 번째를 이어가 보겠습니다. 그러면서 시도를 이어갈수록 타인의 감정이 눈에 보이고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보니 공감이 되면서 위로의 손길을 내미는 일도 생기다 보니 덕분에 계속 이어갈 의지가 생기고 있습니다.
아내가 "다행이에요. 지금이라도 느껴서요."라는 느낌으로 웃어주는 횟수가 늘어가고 있는 것도 이어갈 이유이기도 합니다. 적을 알면 백번 싸워 백번 이긴다고도 합니다. 그전에 중요한 것은 내가 가진 것과 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 것처럼 내 마음을 정확히 알아야 타인의 마음도 알아갈 여력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부정적인 감정중에서 찾은 키워드를 나눠보겠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은 우리의 삶에 스트레스와 불안을 가져올 수 있지만, 이 또한 중요한 감정입니다. 대표적으로 분노, 혐오, 부러움, 두려움, 질투, 슬픔, 수치, 죄책감이 있습니다. 그중 분노의 마음에서 꺼낸 단어입니다.
단어를 읽는 순간 '윽'했습니다. 이렇게 느껴지는 것들이 정확한 것인지 학습 속 단어들을 알아보겠습니다. 관계있는 단어들을 통해 뜻을 한번 더 확인해 보겠습니다.
한문으로 번역해 보면
분통(憤痛)"이라는 말은 본래 분노하여 가슴이 답답하고 치밀어 오르는 상태를 뜻합니다.
憤(분): 성낼 분, 분노하다, 마음이 치밀어 오르다
痛(통): 아플 통, 고통, 마음의 아픔
관련 단어
憤痛(분통) : ‘분노하여 아픔을 느낌’이라는 뜻.
憤慨(분개) : 분노하고 개탄함.
忿怒(분노) : 성내고 화를 냄.
憤鬱(분울) : 분노가 가슴에 맺혀 답답함.
영어로 번역하면
기본적으로는 분노와 답답함, 억울함을 담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anger"나 "rage"보다는 뉘앙스를 살리는 번역을 제안받았습니다.
Indignation : 분개, 억울하고 분한 마음
Resentment : 원망과 분노가 뒤섞인 감정
Outrage : 격분, 강한 분노
Vexation : 짜증과 분노가 뒤섞인 상태
Anguished anger : 고통스러운 분노 (憤痛의 직역 느낌)
"분통이 터지다"는 영어로 "to burst into outrage", "to explode with indignation", 혹은 "to be beside oneself with anger" 정도라고 합니다.
뱅골어(방글라데시아)로 번역하면
রাগ (rag) → 라그 → 분노, 화
ক্ষোভ (kṣobh) → 크쇼브 → 격분, 분개
অসন্তোষ (asantosh) → 아산토쉬 → 불만, 불평
বেদনা (bedonā) → 베도나 → 고통, 아픔
রাগ ও বেদনা (rag o bedonā) → 라그 오 베도나 → 분노와 고통
"분통이 터지다" → রাগে ফেটে পড়া (rage pheṭe poṛā) → 라게 페테 포라
"분통을 참다" → রাগ দমন করা (rag damon kôra) → 라그 다몬 코라
독일어로 번역하면
Zorn → 촌 → 분노, 격분
Wut → 부트 → 격렬한 화, 분통
Empörung → 엠피룽 → 분개, 격분
Entrüstung → 엔트리스툰 → 분개, 분통
Ärger → 에어거 → 짜증, 화
직역 느낌으로는 Wut이나 Zorn이 가장 가까우며, "분통이 터지다"는 독일어로 "vor Wut platzen" (포어 부트 플라첸)이라고 표현합니다. '분노로 터지다'라는 느낌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수도 없이 배운 한문, 영어로 번역해 보고 고등학교 제2외국어였던 독일어로 번역해 보고 가끔 만나는 방글라데시아인을 생각하면서 번역해 봤습니다. 언제나 느끼지만 전 세계 어느 단어로 번역해 봐도 그 감정은 정확하게 전달되도록 단어가 구성된 것이 너무 신기합니다. 그렇다면 제가 '분통'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느낀 제 감정이 맞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그 단어의 느낌을 느꼈던 상황과 저의 표현에 대해서 짚어보겠습니다.
그런 느낌을 언제 느꼈을까?
결혼 전에는 주로 일할 때 느끼는 감정이었습니다.
저는 일하면서 나름대로 편법과 접대는 지양하고 열심히 일하고 싶어 했습니다. 객관적인 기준과 평가를 토대로 일을 진행해 보려고 노력할 때도 있었습니다. 일을 넘겨줄 때는 가능하면 정공법을 알려주고 자기에 맞는 방법으로 일을 진행하도록 넘겨주려고 노력했습니다. 때로는 넘치도록 기준과 매뉴얼대로 처리하고 스피드 한 방법이 아닌 유럽식 방법이 불평스럽지만 나름대로의 매력을 느끼면서 맞춰서 일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일방법을 고수하다 보니 편법이나 접대를 통해서 제가 준비한 일들이 방향이 바뀌는 것에 상당히 분노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6개월간 실무담당자, 팀장, 결제권자까지 잘 협의하여 객관적으로 진행된 발주권이 제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와 맞물려서 이어지도록 준비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양한 방법의 접대를 통해 막판 1주일 만에 발주의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좀 더 신뢰가 가는 업체가 진행토록 결정했다고 공표가 되었지만 내밀한 이유는 필요한 만큼의 접대와 리베이트들이 보장되지 않아서 업체가 바뀌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차피 저도 회사를 위해서 발주를 받고 일을 하는 것인데 실질적으로 일을 진행하는 발주권 실무진들은 '적당한 재미'를 봐야 '일할 맛'이 난다면서 그렇게 했다는 것입니다. 제가 싫어하는 '일할 맛'을 채워주는 편법들이 정상적인 방법의 업무방향을 바꾸는 것에 분노를 넘어서서 분통의 극치를 경험하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결혼 후에는,
아내에게 종종 분통 터지곤 했습니다. 물론 그것이 옳은 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15년이 지나서야 느꼈습니다. 저는 걸어 다니면서 의도치 않게 전후좌우사방을 보기도 하고 여러 가지에 대해서 재미를 느끼는 것이 다이내믹하게 사는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아내는 특별한 일이 없다면 보는 것만 보는 사람입니다. 목적지가 있을 때 저는 이길 저 길로 다르게 가는 것을 즐기면서 가고요. 아내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가던 길로만 가면서 목적지를 향하는 것을 추구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다 보니 저는 늘 아내를 보면서 답답해하면서 투덜거렸습니다. 안정감 있게 살고 싶어 하는 아내를 답답하다 여기며 늘 다그치고 몰아붙이면서 여기저기 바라보고 이 방법 저 방법사용하지 않는 아내에게 길길이 날뛰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면 속에서 울화가 치밀면서 분통 터지기도 했습니다.
"왜? 나와 이렇게 안 맞는 아내를 만나게 한 거야!!"
"아! 답답해! 재미가 없잖아! 세상 다양한 게 많던데 왜 이리 답답해!! "
그렇게 늘 불평했습니다. 그러면서 석쇠에 올라온 장어처럼 늘 에너지 있게 살자고 투덜거렸습니다. 그때마다 할 수 있는 것들만 하자고 하고 수많은 것들에 대해 관심 가지기보다는 할 것들만 하면서 지내자고 '워워~'하는 아내와 의견충돌도 일으켰습니다. 그런 삶의 시간들을 아무 생각 없이 지냈는데 부부상담을 하고 나니까 저를 알게 되었습니다.
아내와 결이 맞지 않다고 투덜거리고 상자 안에 든 쥐처럼, 석쇠에 올라간 장어처럼 날뛰고 불평거리기만 하던 저의 모습이 생각나면서 저는 분통 터트렸습니다.
'내 모습이 너무 창피하다...... 어떻게 그렇게 지냈을까....'
한심하고 창피했습니다. 아내와 결혼해서 살아가면서 우리는 우리 모습에 맞게 살아가는 것이 맞는데 저는 현실은 소박하게 살아가야 하는데 현실을 직시하려고 애쓰고 미래를 위해 준비하려는 아내에게 '지금! 기회가 된다면!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은 충분히 경험하고 살자고 우기기만 했던 것이 너무 창피했습니다. 아내 말을 듣고 현실을 직시하면서 살았다면 지금 더 나은 삶을 살면서 아내의 마음도 편안하게 지내고 있었을 것입니다.
분통 터지는 것은 아내가 참아주면서 제가 제발 제때 알아주기를 기다리면서 몸과 마음이 아파하던 아내를 귀히 여기고 아내 말을 듣지 않았던 모습이 창피해서 너무 분통 터지는 것입니다. 아내는 지금도 제가 고집부리고 말을 듣지 않고 결정해서 힘들게 지낸 시간, 제 마음대로 행동해서 생긴 관계의 부작용에 대해서 감내하느라 몸과 마음이 아플 때도 있습니다. "그때 생각만 하면 아직도 마음이 아파요!"라는 말이 제가 제 스스로에게 분통 터지게 합니다.
결혼 전과 결혼 후 분통 터지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분노하여 가슴이 답답하고 치밀어 오르는 상태- 그것이 분통 터지는 상화이라고 했습니다. 결혼 전에는 분통 터지는 일들은 주로 제가 겪는 상황 속에서 저를 둘러싼 모든 상황에 대해서 분통 터트렸습니다. 그리고, 결혼 후에도 여전히 주변 상황들에 대해서 제 생각과 다른 것들에 대해서 분개하고 분통 터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나서 분통 터지는 것이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갑자기 끼어든 차, 예의 없이 말하는 사람들에 대해, 거짓과 편법으로 일하고 그것이 실력인 것처럼 자랑하면서 인센티브를 받고 한 턱 쏘는 자들에게 분통 터트리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배우자가 아무리 말해도 듣지 않고 제멋대로 하면서 배우자를 힘들게 한 '저. 본인'에 대해서 분통 터트리는 일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결혼하고 제일 좋은 것은 '내 편, 언제나 내 편'이 생긴 것입니다.
결혼하고 나니까 항상 '내 편'은 언제나 '내 편'이었습니다. 생각이 달라서 투덜거리고 화를 내더라도 참아주다가 '그러지 않도록' 말하면서 기다려주는 아내가 있어서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아내에게 결혼할 때 '항상 아내만을 사랑하겠습니다.'라고 우렁차게 대답해 놓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남의 편'행세를 하곤 했습니다. 그랬던 저를 알고 나니까 점점 더 분통 터지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점점 더 분통 터질 것 같습니다.
감정과 상황들을 매주 점검하다 보니 결혼 전과 결혼 후 제 주변 상황들, 저의 행동들을 짚어갑니다. 그러면서 분통 터지는 순간들이 많습니다. "왜 그랬을까? 미쳤나 봐요!"라는 말도 자주 합니다. 되짚어보다 보니 제가 상황마다 한 행동과 말들이 너무 옹졸한 때가 많았고 그런 순간들이 속상했습니다. 그래서 분통 터질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고치는 노력을 하다 보니 제일 부러운 것은 '성품 좋은 남편, 아빠'입니다.
부정적인 감정의 단어 '분통'을 통해서 또 여러 가지를 돌아보았습니다. 앞으로도 감정단어들을 통해서 저를 알아가고 저를 알아가는 만큼 타인의 마음,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더 노력하는 자가 되도록 노력을 이어갑니다. 읽으면서 격려해 주심에 감사합니다.
함께 살고 있음에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Dd
출처:사진: Unsplash의Simran S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