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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였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남자

향기

출근시간을 지키기 위해 지하철을 힘겹게 탑승한 승객들은 무사히 탔다는 마음에 한숨을 돌린 듯하지만 슬슬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남녀구분 없이 은근히 흐르는 땀은 서로 불쾌하고 힘들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극도의 예민함을 동반하게 된다. 쾌적한 출근환경을 위해 에어컨을 최대로 가동 중이라는 안내멘트가 있었지만 위로가 되지 않는다. 분주하게 휘몰아치며 나오는 에어컨 바람 때문에 여기저기 기침이 나오기도 한다. 그 와중에 나의 마스크를 넘어 느껴지는 향긋한 향기 있었다.  아직 이른 아침이다 보니 향기까지 신경 써서 출근하는 승객들이 많은가 보다고 생각하게 되고 마스크 안의 내 얼굴은 빙긋 미소를 짓는다. 지하철의 분주한 상황 속에서 나를 위로해 주는 향기 한 스푼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주변 승객들이 계속 바뀌는대도 향기가 끊기지 않는 것이었다.  


'어! 이상한대?'

"~~~~~~!! 하하하"


그 향기의 주인은 바로 나였다. 아침에 바르고 나온 목용용품에서 나는 향기였. 어쩌다가 턱밑까지 발랐더니 마스크 안으로 향기가 들어오는 것이었다. 알고 나서는 웃음과 동시에 무릎을 '탁'치는 깨달음이 있었다.



모든 것의 시작은 바로 내 마음이다.


모든 것을 바라보고 느끼는 것이 내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나는 혼자 향기를 느낀 덕분에 지하철이 꽉 차고 붐비고 더워도 전혀 짜증이 나지 않았다. 상황이 어떻더라도 나의 마음상태에 따라 주변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가정생활도 마찬가지였다. 내 마음이 각박하고 여유가 없다 보니 짜증이 대화의 시작이었다. 반복되는 일상과 함께 혼내고 짜증 내는 것도 같은 사이클로 반복되는 것 같았다. 



아이들이 매번 안 치우고 뛰어다니고 서로를 향해 비난하는 말을 며 싸울 때마다 혼냈다. 하지 말라는 행동을 기어이 하고, 엄마 아빠가 세 번 이상 불렀는대도 아무 대답도 없이 자기 할 일 하는 아이를 혼내기도 했다. 너무 과할 때도 있었다. 



아내가 깜빡 잊 해 놓지 않았거나 가끔 무심하게 방치해 두는 것들을 보면 짜증을 냈다. 아내는 물건을 놔둔 채로 며칠을 그 자리에 그대로 두기도 한다. "눈에 안 보이면 은근 방치하고 손도 안 댄다"며 아내에게 짜증을 냈다. 아내는 "그럴만해서 놔둔 것이며 기억하고 있고 치울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아내가 자기만의 계획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는 것이다. 내 생각대로 단정 짓는 것이다. 



'그럴 수도 있지~~'라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상황을 바라봐주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즐겁고 행복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동네를 산책하다가도 갑자기 생각지 못한 주제로 빠지면서 마무리가 냉랭해질 때가 있다. 오죽하면 이런 생각도 했다. "같이 안 살면 죽을 것만 같은 불타는 사랑을 했고, 그 사랑의 종착지 같은 결혼이 아니어서 그런가? 그래서 이렇게 서로를 포용해주지 못하는 건가? 매번?" 참 어리석은 생각이다. 다투고 나면 별 생각을 다한다.



그동안 아내는 나를 위해 기다려주고 참아주느라 힘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배운 것을 토대로 실수들을 고쳐가는 동안 아내도 내가 불만 가졌던 실수들을 스스로 고쳐주길 바랐던 것 같다. 그래서, 여전히 틈틈이 아내의 행동에 대해 트집을 담은 핀잔을 주고 여전히 신경전을 펼치기도 하는 것 같다. 내가 늘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면서 아내와 시간을 보내는 이유를 생각해 봤다. 



'내 마음이 여유롭지 못하니까 늘 주변의 모든 상황에  순간순간 짜증을 냈던 것 같다'




북적거리는 지하철 타고 가는 내내 느끼는 그 향기는 나를 기분 좋게 해 줬다. 마치 내가 향기 방울 속에 있어서 주변 상황이 어떻든지 간에 오직 은은한 향기만 느끼는 것 같았다.  결국 내 마음에 의한 것이었다. 



 " 그래. 이제는 마음을 다스리자."  "그럴 수도 있지."며  여유롭고 온유한 마음을 갖추자. 

아내가 자신의 실수를 스스로 고쳐나가길 바라기보다는 내가 먼저 최대한 노력해서 부족한 점을 고치다 보면 아내의 행동들이 이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꼭 바꿔야 할 것들은 아내가 스스로 고쳐 나갈 것이다. 나는 향기덕에 느낀 생각을 바탕으로 모든 것들을 여유롭게 바라봐주면 될 것 같다.



사람들이 우루룩 내리고 만큼 다시 면서 이번 지하철을 타기 위해 악착같이 밀면서 타는 사람들, 서 있을 자리를 잡느라 발을 밟거나 밀어대는 사람들과 부대끼지만 내 기분은 괜찮았다. 출근길 아침 우연히 깨달은 것들이 크게 작용했을 수도 있다. 

"마음먹기에 달렸다. 내 마음상태에 따라 모든 상황이 달리 보이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를 돌아보다 보니 내릴 시간이 되었다. 한결 여유로워진 지하철 안에서 내릴 문쪽을 향해 걷는데 아내 말이 생각났다. 


"남편, 기분 좋을 때는 뭐든지 들어주고 전부 해주다가 기분 나쁘면 절대로 안 해요. 당신은 늘~"









조금씩 더 노력하고 있고 나의 허물 같은 단점과 오류투성이 생각들을 바꿔가는 덕분에 아내와 대화가 좀 더 수월해지고 길어지고 있다. 몰맀던 나의 모습을 알아가느라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온유하고 성품이 좋분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내 모습이 거울 보는 것처럼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  그럴 때면 마치 발가벗겨져서 사람 많은 길에 서 있는 것같이 창피하고 수치스럽다.  아무렇지 않게 점잖게 앉아 있지만 비쳐 보이는 내 속모습은 지극히 옹졸하고 엉뚱한 생각들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것이 불편했던 때가 있어서 끔은 속마음과 남들이 보지 못하는 가정생활에서의 부족한 성품이 드러나는 솔직한 모임을 기피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감히 직면하면서 고치려고 끊임없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리고, 변화해야 함을 직시하면서 나의 겉과 속마음이 일치되도록 노력 중이다.  무리 깨끗이 씻고 단정한 옷을 입어도 속마음이 여전히 각박하거나 여유가 없다면 함께하는 모두가 불편한 시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나였다. 마음을 잘 다스리자."



출처: Unsplash의 Francesco Unga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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