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도 늘 걸으며 그냥 걷지 않습니다. 너무 더워서 줄줄 흐르는 땀방울을 손수건으로 닦다가도 깨알재미를 포착하면 그냥 지나가지 않습니다. 얼른 찍고 메모하고 즐깁니다. 이 시간통해 박카스 1병씩 공짜로 마시는 쾌감도 가집니다. 그 재미들이 깨알같지만 함께 나눠보려고 합니다.
#1 누군가 널..
길을 걷고 있다가 머리가 뜨끔하는 느낌을 받았다. 흔히 지하철에서 누군가가 보고 있거나, 수업시간에 누가 나를 보고 있으면 느껴지는 '느낌' 뭔가 이상해서 여기저기 두리번거려봤다. 이런..창문에서 누군가가 날 바라보고 있었다. 심장이 '툭'내려앉는 줄 알았다. 3초후 "풋"웃으면서 다시 올려다 보았다. 그렇게 이쁜 녀석이 날 보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서
보았더니
꽃이
창문너머로
바라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쳤다.
아니
사실은
꽃을 보고
내가 놀란 것이다
재밌네.
창문 넘어 그대
꽃!
By Dd
#2 도야지
길을 걷다가 드러누운 도야지를 만났다. 밤새도록 고기를 구워주고 아침이 되니까 지쳐서 쉬고 있는 것같기도 하고, 숙취에 집에 못 가고 길에 드러누워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이 집 고기맛을 자랑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굉장히 리얼한 육중몸매인데 얼굴이 까매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상상해 봤습니다.
아이고
얼마나
고단하게 일했길래
얼굴이 새카맣게 탔노?
얼마나
고단하게 일했길래
아예 드러누웠노?
어제 저녁
얼마나 먹은거야?
아침이 되었는대도
가게 앞에 누워 있으면 어쩌자는 거냐?
문득
누워 있는 너를 보니
오만 생각을 다해 본다.
너 때문에 재밌는
아침이었다.
고맙다.
By Dd
#3 스따벅스
길을 걷다가 바짝 짜부러진 스타벅스 컵을 보았습니다. 맛있는 커피 한 컵을 머금고 의기양양하게 주인과 함께 매장을 나섰을 것인데..지금은 바짝 짜부러져서 길바닥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묘한 느낌에 상상을 더해 봤습니다.
아.
님은 그렇게
길바닥에 누웠습니다.
짜부러 졌습니다.
바짝 짜부러 졌습니다.
아.아.
누군가는 먹고
누군가는 밟고 지나가고
우리는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스따-박스
By Dd
#4 하얀 통
어느 회사건물 모퉁이였습니다. 사용한 통들을 차곡차곡 쌓아두셨는데 너무 오밀조밀 잘 쌓아놓으셨습니다. 그리고, 그 센스를 꼭 알아줬으면 하는 것같아서 얼른 사진 찍고 상상을 더해봅니다. 정말 구석구석 흘리고 볼 것이 없습니다. 모두가 센스 있으시고 재미있으십니다. 신기한 세상입니다. 저는 그저 걸어다니며 즐길 뿐입니다.
사람 입 속 이빨같기도 하고
지붕까지 올라가려고 서로 돕는 난장이같기도 하고
특별한 통들이라 모아 놨나
마법에 빠져 못 나오는 건가
건물에 예술을 심어놨네.
빅 재미야.
지붕 끝까지 쌓아주세요.
그들이 결국 지붕에 올라갈 수 있도록요.
그들이 올라가는걸까?
올려주고 있는걸까?
By Dd
#5 또 노을 맛집
종종 저녁 산책을 합니다. 낮과는 또다른 감성이 풍기는 저녁입니다. 뜨겁고 밝은 낮과 까맣고 반짝거리는 밤이 교대하는 저녁은 더 오묘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그 오묘함을 느낄 수 있는 오감을 가지고 잠시 대화해봤습니다. 제 눈에는 아주 아름다운 보석 양탄자 같습니다.
걷다 보니
어느새 노을맛집
세상과 맞닿은 곳에
저렇게 물감을 뿌린 건 누구?
나는
그저 느낄 수 밖에 없다
잠시 길을 멈출 수 밖에 없다.
내가 노력하지 않았음에도
아름다운 것을
마음껏 느낄 수 있네.
신기한 저녁이야.
By Dd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비도 오고 쨍쨍거리는 해도 보고 걸어다니는 비둘기도 보고 축축 쳐지는 꽃들도 보고 다닙니다. 여전히 틈새 식물들도 모으고 있습니다. 또, 틈새식물전을 한번 하면서 그들의 생명력과 행운도 짚어볼까 합니다 세상에는 매우 예쁜 것도 많고 재밌는 것도 많습니다. 은근 위트 있는 분들도 많고요. 그 많은 것들을 잘 보고 다닐 생각입니다. 함께 나눈 이 시간도 감사합니다. 끝까지 읽고 1초 웃어 주실 분들께 미리 감사드립니다.
큰사람의 깨알 프로젝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