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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징이와 못 사는.. 아빠

당나귀 귀

"징징대지 마!"

"알았어? 징징대면 못 들어준다고 엄마가 말했다."

귓가에 들리는 몇 문장들이 너무 섬뜩했다.


아내와 들어간 돈가스 체인점 옆테이블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엄마와 아이들 총 4명이 둘러앉은 테이블이었다. 엄마가 매몰차게 뱉어내는 지시사항이 내 귀에 바늘로 쑤시듯이 빨려 들어왔다. 들으려고 듣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귓속으로 파고드는 말들이었다. 그 말덕분에 아내와 마주 보고 앉은 내 몸에는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너무 무섭고 소름 끼치는 말이었다.



아내와 아이들과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을 하다 보니 부작용일 수도 있는데 귀가 커진 것이다. 정말 커진 것이 아니라 주변의 모든 소리가 들린다. 그 많은 대화 중에 부모들끼리 대화 또는 부모와 아이들 사이의 대화들만 들리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부부사이에 무심히 내뱉는 말들, 자녀에게 거름막 없이 뿜어대는 거친 말들이 내 귀에 쏙쏙 들어오는 것이다. 예전에 내가 했던 말이 있을 때면 아무도 모르지만 내 몸이 진저리 처지면서 소름이 돋곤 했다.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내가….” 후회에 따른 소름 돋움인 것이다.



그런 말을 듣고 있는 동안 소름이 돋는다는 것은 내가 뭔가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 아! 저런 말들이 들어보니 참 안 좋은 말들이구나!” 그런데, 특이하게도 예전에 자녀에게 그런 말을 하고 있을 때는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그냥 상황에 따라 무심코 말을 뱉어내는 것이다. 제대로 된 말을 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시간이 흐른 뒤에 소름까지 돋아가며 함부로 말한 것들이 후회되는 것은 무척 아쉽다.



예전에는 아내가 아이들에게 너무 물렁거리는 말과 행동으로 대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행동은 결국 아이들이 엄마를 우습게 생각하고 엄마의 말에 대해 순종적이지 않을 거라는 무작정 염려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아이들에게 엄하게 대하고 잘못한 것에 대해 정확한 대가를 치르게 하고, 혹여 잘못할 것이 보이면 미리 말해서 원천차단하는 냉철한 아빠이자 부모가 되려고 노력할 때도 있었다. 그런 행동의 부작용은 심각하다.



과도한 마음이 과한 행동을 낳고 결국 최소한의
행동만 하는 자녀를 만든다.



늘 아이들 교육과 훈육에 대해 다른 의견이 결국 감정싸움이 되고 결국 부부사이가 자꾸 틀어지는 일이 종종 생기게 되었다.



돈가스 집에서 들었던 말은 몸서리친 것은 나도 쓴 적이 있던 표현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징징거리지 마!"

아내에게 "그만 좀 울어요!"

말을 청산유수처럼 잘하는 것도 좋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이왕이면 예쁜 말을 사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나는 매번 규칙을 만들고 지키도록 요구하고 실수한 것에 대해 혼내거나 하면서 들으면 상처가 될 말들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뾰족한 말들을 많이 했다. 내 귀가 커진 만큼 다양한 관계에서 오는 말들을 들으면서 반성도 더 많이 하게 된다. 많이 들리는 만큼 후회도 많이 하고 고치려는 노력의 시간도 더 많아진다. 나름대로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표현법에 따를 면 요즘에는 ‘뾰족한 말“보다는 ”동글동글한 말“들을 사용하는 횟수도 늘어나고 있다. 물론 100% 개선되어서 ”좋은 아빠“라고 주장할 정도는 아니다. 항상 ”공사 중인 아빠“라고 나를 설명한다. 언젠가 학교 정문까지 아이와 동반 등교할 때였다. 아이 눈높이에 맞춰본다고 키높이만큼 바닥에 무릎을 꿇어 보았다. 아이 시선에서는 모든 것들이 무시무시하게 커 보였다. 자동차는 산더미 같은 크기에 으르렁거리며 쌩쌩 달린다. 신호등 기둥도 하늘에 닿을 듯이 커 보인다. 담배 피우는 어른들 손가락이 내 눈앞에서 지나간다. 어른들 몸이나 가방들이 아이들을 아무렇지 않게 툭툭치고 지나간다. 정말 무엇이든지 크고 무시무시했다. 아이 눈높이에서 바라본 세상이 너무 크고 거대하다 보니 아빠는 얼마나 무시무시할까 싶었다.



무시무시한 아빠가 원천봉쇄하듯 내뱉은 말들, 실수에 대해서 추궁하며 몰아붙이는 말들, 작은 실수에 "너는 맨날 그렇더라"라고만 한다면 자녀는 그냥 공포감을 느낄 것 같다. 몸도 거대한데 말도 칼처럼 쑤셔대니 그것보다 무서운 게 어디 있을까? 돈가스 집 옆 테이블에서 들은 말들을 잊지 않기로 했다. 그 말을 잊지 않으면서 더 부드럽고 넓은 그릇으로 아이들을 감싸주는 아빠가 되기로 다짐한다.


“징징거리지 마!!”


이 말은 지금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동글동글한 말들을 더 많이 사용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출처: 사진: Unsplash의 Gustavo Sánch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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