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거 다 해주고 산다.. 아빠

정말?

나는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가능하면 해주고 산다고 자부했었다. 반대로 아내와 나와 관련된 것들은 돈을 따져가며 쉽게 결정 못했다. 결국에는 구매하지 않거나 최대한 저렴한 걸로 사는 것으로 늘 마무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만족도는 떨어진다.


만족도가 떨어지는 이유는 ‘해주지만 내가 원하는 건 안 해주는 아빠.’ 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처럼 온라인 게임을 하고 싶어 한다. 신나게 축구를 하고 쉬거나 끝나고 나서는 거의 온라인게임들을 한다고 한다. 그럴 때면 컴퓨터, 휴대폰 게임을 하지 않는 아이는 더 이상 할게 없어진다. '로블록스' '어몽어스' ' LOL' 'FC 모바일(FIFA) ' 등이 아이들이 주로 하는 게임이다. 그런 게임들을 아이들이 틈만 나면 하다 보니 모이면 대화보다도 게임을 시작한다. 함께 식사를 해도 게임을 하는 아이들은 음식을 기다리는 사이 휴대폰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런 것들을 보면서 우리는 나름대로의 룰을 정해서 온라인 게임은 고학년이 되면 하도록 했다. 그렇게 정한 룰에는 이유가 있었다.



남이 만든 것을 즐기는 아이보다 자기가 뭔가를 만드는 과정과 만든 결과물에 대한 보람을 느끼는 아이가 되었으면 해서였다. 그리고, 모든 상황 속에서 '남들이 하면 나도 한다'보다 자기 소신을 가지는 아이가 되었으면 했다.



그렇다고 매정하게 구는 게 아니라 아이패드로 온라인 아닌 게임만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아이들은 '꿩 대신 닭'으로 허락된 게임시간을 즐겼다. 게임을 하는 경우는 저녁때 특별한 시간, 놀러 갔을 때, 주말등의 시간에 무제한 또는 3시간 이상을 허용했었다.



다른 아이들처럼 온라인 게임은 아니더라도 모바일 게임을 30개 이상 깔아놓고 마음껏 선택해 가면서 즐기도록 해주었다. 그렇게 하고서 "가능한 선에서 허용했다."라고 자부했다. 아이들은 만족할 수 없다고 볼멘소리들을 했다.





아직 초등생인 아이가 화장하고 싶어 한다. 이제 외모에 부쩍 신경을 쓴다. 귀걸이를 못하게 했더니 귀찌를 하겠다고 한다. 중학교 언니들처럼 꾸미고 싶다고 한다. 그런 것들은 천천히 해도 된다고 설득을 한다. 아름다운 피부를 최대한 아끼는 게 좋다며 아내도 설득을 한다. 아이돌과 중학교 언니들이 선망의 대상이다 보니 그럴수록 아이는 더 외모 꾸미는 일에 관심을 가진다.



아이는 올리브영과 복합몰 가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셀 수 없이 많은 색조화장품과 이쁜 언니들이 홍보한 립글로스, 물광피부를 위한 화장품들을 브랜드별로 실컷 볼 수 있고 테스팅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는 들어갈 기회만 되면 광속도로 들어가고, 들어가면 화장품 한 개라도 사보고 싶어서 안간힘을 쓴다. 나는 함께 들어가기는 하지만 구경만 하도록 끝까지 버틴다. 결국 아이가 올리브영을 간 목적은 하나도 해결되지 않고 나올 때가 많다.



그래놓고선 아이가 원하는 올리브영을 볼 때마다 늘 함께 들어가 준다고 자부했다.





막내가 언니 오빠처럼 휴대폰을 너무 쓰고 싶어 했다. 명분은 학원 다녀오는 길이 위험하고 바로 친구집 가려면 엄마 허락받아야 한다. 그러려면 늘 친구폰을 써서 미안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 가장 유명한 ‘아이폰4’를 쓰게 했었다. 어느 날인가 100% 충전해서 나온 배터리가 19%였다가 30%로 바뀌는 등 불안하다고 하소연했다.



통화와 메시지를 위한 목적에 충실한 ‘아이폰4’가 키즈폰보다 낫다고 설득을 했었다. 언니 오빠가 초등 3학년 이후 사용하게 된 것과 비교하면 엄청 빨리 사용하게 해 준 거라고 부연설명도 해줬었다. 아이에게는 맘에 안 드는 골동품하나 쥐어준 셈이었다. 말만 아이폰이지 되는 건 통화, 메시지뿐인 이니까.



그렇게 해주고선 막내에게 말했다. “아빠는 네가 원하는 거는 언니 오빠보다도 늘 빨리 해주고 그런다. ” 어깨를 으쓱하면서.





아이들이 하도 툴툴거려서 언젠가 물어보았다.

"아빠가 가능한 한도 내에서 너희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데 왜 툴툴거리는가? 너무 싫은가? "라고 물었다. 아이들의 대답은 이랬다.

"원하는 게 아니라서 싫죠. 그런데, 그거라도 안 받으면 아예 없을까 봐 일단은 받는 거죠. 만족하지는 않아요."



아이들의 대답이 황당했지만 사실은 정확히 맞는 말이다. 여력이 안 되어서 못 해주는 것도 있고 아직 허용해 주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런 것도 있다. 그런 것을 모두 아는 아이들이 일단은 주는 대로 받고 또 다음번에 요구를 해서 더 원하는 것에 근접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아이들이 세상 속에서 다른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살고 있다. 다른 아이들이 하는 것을 하고 싶어 하는 아이의 마음은 당연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말하는 게 있었다. “어떻게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할 수가 있니? 그럴 수는 없지만 최대한 해보는 거 지모. 그래도 아빠는 늘 너희가 원할 때 옆에서 놀아주고, 같이 어디라도 가주고, 함께 자전거 타고 늘 곁에서 함께 해주잖니”



그 말에 예전에는 이렇게 말했다. “맞아요. 아빠가 최고예요. ”

지금은 이렇게 말한다. “알아요. 아빠의 마음. 이제는 덜 놀아줘도 되고, 함께 안 가도 돼요. 대신 원하는 것을 사주고 하게 해 주세요. 네?!!!!!!! “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돈이 없는 것을 대놓고 말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다른 아이들이 하는 것들을 함께 하면서 평범하게 지내고 싶은 것이다. 요즘은 그게 평범한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나서는 아이를 불러서 아이가 원하는 휴대폰 게임을 다운로드했다. 가끔 아이가 원하는 뷰티용품들을 허용했다. 막내에게도 카톡이 되는 비교적 최근 휴대폰을 손에 쥐어 주었다. ‘아이폰4’는 또 서랍 속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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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이 진짜 원하는 걸 아는 사람이 되자. 제발.”



원래 아내와 관계회복을 하면서 깨달았던 것이다. 진짜 아내가 원하는 것을 모르고 엉뚱한 일에 힘쓰던 나를 알게 되었었다. - 그래서 , 아이디도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이다.— 아이들과 이런 상황들을 겪으면서 또 생각났다. 그래서, 나는 잊지 말고 계속 노력할 ‘작정’이다.




더하고 싶은 말:

아이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원하는 게임을 휴대폰에 깔아줬을 때 아이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꿈인가 싶기도 하고 허용해 준다는 자체로 컸다는 것을 인정받는 기분이었나 보다.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혹여 너무 좋고 기쁜 감정을 솔직하게 터트리면 아빠가 또 다른 말로 속상하게 할까 봐서인지!! 저절로 벌어지는 입을 다물기 위해 입술을 질끈 깨문다. 그랬더니 눈이 똥그라 지며 흥분이 되는데 들킬까 봐 고개를 숙인다. 그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아내의 말도 잊을 수가 없다.

“진작 그러지 그랬어요. 남편. “


이제는 원하는 것을 해주는 아빠가 되어가고 싶다. 엉뚱한 것으로 해주지 않을 ‘작정’이다.



출처:lawrence chismor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