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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칭찬했다.. 아빠

어색한 공기

둘째 아이가 앙상블팀에 들어갔습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처럼 새로 사귀게 된 친구가 권유해서였고요. 바이올린 활을 들고 몇 번 밀어본 아이가 무작정 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새로 만난 친구가 마음이 잘 맞아서 함께 더 많은 것을 하고 싶다고 했다. "정말 할 수 있겠니?"라고 물어보고 "허락"을 했다. 



혹시나 해서 학교와 다른 클래스에서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는 첫째 아이가 함께 참여하도록 제안했다. 그래서, 결국 첫째, 둘째가 바이올린 앙상블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시작을 하니까 ‘친구 따라 강남'간 둘째는 비틀거리는 실력이고, 동생 따라 들어간 첫째는 나름대로 즐기면서 하고 있는 것이다. 지도하면서 지휘하시는 분도 처음에 두 아이의 실력에 대해 갸우뚱하셨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첫째는 얼추 따라가면서 연주를 하고, 둘째는 점점 하기 힘들어했다. 둘째는 악보에 숫자를 써놓고 그 숫자대로 짚어가며 연주하는 정도였기 때문이다. 



매번 앙상블 연습을 가거나 발표를 할 때마다 둘째 아이는 고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습도 매일 하는 적이 없었다. 그런 모습을 본 첫째가 늘 핀잔을 줬다. 


“하고 싶다고 해서 들어갔으면서 연습도 안 하네. 그러면서 매번 짜증 내고! 참 내!”


첫째뿐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가 하는 말이었다. 하고 싶다고 했는데 결국 최선을 다하지도 않고 실력도 늘지 않으면 앙상블팀에서 불협화음을 내는 것이라고 핀잔을 주곤 했다. "제발! 연습 좀 해라!!"



매주 그런 대화를 반복하고 있었다. 앙상블 전체 연습 후 파트별 연습할 때 실력이 항상 드러날 텐데 염려가 되었다. 그런 생각들 때문인지 아이를 대면할 때마다 “연습은 하고 있니? 앙상블에서는 잘하고 있니? 연습 좀 해라!!”며 이제는 핀잔보다는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화를 내며 말할 때도 있었다. 


“진짜 하고 싶은 게 맞니? 연습은 하나도 안 하고 너무 한 거 아니니? 폐를 끼치는 건 아니니?”


잘하고 있다거나 기특하다는 표현을 하면서 격려하고 싶었다. 아무나 못하는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그 자체로도 기특하긴 하다. 덕분에 즐기고 잘 치던 피아노도 끊었기 때문에 더 못마땅해하며 매번 핀잔을 줬다. 다만 칭찬하는 날도 있다. 정기적인 발표를 끝마치고 옆구리에 바이올린을 들고 지나가는 아이를 볼 때이다. 

 “잘했다. 떨지 않고 잘하더라. 네가 자랑스럽다.”


그러다가 또 일상 속에서는 “연습했니? 네가 하고 싶다며? 하기 싫으면 하지 말아라. 우리가 억지로 시킨 것이 아니지 않니! ” 그런 말만 반복하고 지냈다. 내가 생각해도 서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둘째 아이는 친구와 함께 앙상블에 참여하고 있다는 자체로 매우 만족해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매번 앙상블에 민폐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서 “연습체크”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름대로는 큰일이 생겼다. 

또 정기발표 날짜가 정해졌다. 첫째, 둘째는 악보를 외워야 하고 연주도 완벽해야 했다. 그런 계획을 알게 된 우리는 또 말하기 시작했다.


“연습 안 하니? 너네가 연습 안 하고 참여하면 앙상블 화음이 망가지는 거야. 그렇게 되면 안 하는 것보다 못해!" 

“알아요. 연습할 거예요.”

라며 잔소리로 들리는 부모의 거듭된 체크에 둘째 아이는 짜증 섞인 말을 뱉었다.  우리가 보기에는 전날저녁에 조금이라도 연습하면 좋을 텐데 계속 놀다가 자는 것이다.  보다 못해서 "아침에 연습 좀 하고 가라! 제발!"이라며 짜증을 뱉고 잠을 잤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 밖에 나갈 준비를 했다. 아내와 아침에 먹을거리를 찾아보려고 거실로 나왔다. 

그런데, 거실 소파밑바닥에 부스럭거리는 아이가 있었다. 늘 그렇듯이 아침에 일어나서 소파에서 비비적거리고 있는 줄 알았다. 


“뭐 하냐? ”

“연습하고 있어요. 다들 일어나면 본격 연습할 거예요.”

“응? 아!! 그래. 그렇구나. “


둘째 아이였다. 일찍 일어나서 소파 밑에 앉아서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었다. 아직 아무도 안 일어나서 ‘드라이연주’를 하고 있었다. 악보를 보면서 왼손은 바이올린 줄을 짚고  오른손은 활 없이 연주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모습에 감동받았다. 물론 벼락치기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너무 예뻐 보였다. 



혼자서 악보를 보면서 외우고 있었다. 아직 가족들이 일어나지 않은 아침이라서 활 없이 연주하고 있는 것이었다. 정말 진지하게 열심히 연습하고 있었다. 나는 진심으로 울컥했다. 그리고, 바로 칭찬을 했다. 



“혼자 연습하는구나~잘하네! 오늘은 맘껏 칭찬해주고 싶다. ”라고 말하면서 ‘엄지 척’을 해줬다. 아이는 멋쩍어하면서 빙긋이 웃었다. 나는 그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아이는 칭찬을 받는 상황을 어색해했다. 그러면서도 흐뭇한 건지 뿌듯한 건지 빙긋이 웃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왼손은 선율 위에서 계속 자리를 짚고 있었다. 정말로 정말로 아이의 모습이 이뻤다. 잠옷을 입고 쪼그려 앉아서 연습하고 있지만 칭찬에 멋쩍어하며 웃는 모습은 더 이뻤다. 



“잘하네. 오늘 아침 아빠는 너를 맘껏 칭찬하고 싶네. 정말 이쁘다.” 내가 할 수 있는 찬사를 맘껏 사용했다. 아이는 다시 고개를 돌리고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그 일은 아이에게는 단순히 오늘 아침 칭찬받은 잠깐의 시간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내게는 큰 의미가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아이의 성장을 위해 많이 칭찬을 했을까? 답은 그렇지 않다. 이왕 혼내는 거 다시 실수하지 않도록 잘 설명하면 좋은데 압도되는 분위기로 혼내기 일쑤였다.


“왜 그랬니~” 보다 “왜 그랬어?”라고 했다.

곱게 바라보면 좋을 텐데 째려보거나 노려보면서 혼내기만 했었다. 고칠 것들이 참 많은 아빠이다. 


 



후기: 아이는 결국 그날 앙상블 정기 발표를 잘했다고 했다. 그리고, 내심 흐뭇한 표정으로 웃어 보였다. 악보도 거의 외워서 잘했다고 했다. 특히 혹여 실수해도 티 나지 않도록 맨뒤에 자리를 배치해 줘서 좋았다고 했다. 기분 좋게 끝내고 흥분해서 말하는 아이를 보고 있으니 정말 이뻤다. 말이 끝나자마자 꼭 안아줬다. 꼭 안아주면서 아이의 얼굴을 보았다. 커다란 눈망울이 더 크고 촉촉하면서 기분 좋음이 느껴지는 눈이었다. 평상시에 볼 때는 큰 눈망울이 눈치 보며 여차하면 아래를 보는 눈이었다. 오늘 아이의 이쁜 모습을 두 번이나 제대로 봤다.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생각 : 많이 칭찬하자! 무조건 무섭게 혼내지 말자!

출처: 사진: Unsplash의 Sebastian M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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