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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와.. 아빠

1일과 20일

막내 아이와 앉아서 아무 의미 없는 말들로 장난치고 있었다. 요즘에는 아이들과 아무 말대잔치를 하거나 아이들 학교에서 일어난 일들을 화젯거리로 대화하다가 잠을 자러 간다. 그리고, 잘 놀다가 감정 상해서 아이들 혼낼까봐 조심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던 중에 막내 아이가 문득 이런 말을 했다.



어른이 되고 싶어요.
왜?
하고 싶은 거 맘대로 하니까.


이제 막내 아이도 그렇게 말할 나이가 되었나 보다 싶었다. 둘째 아이가 그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그 이유는 어른들을 보면 하고 싶은 거 모두 하고 사는 것 같다는 말이었다. 특히, 아빠를 보면 그렇다고 했다.


아무거나 다 먹을 수 있고

아무 데나 다 갈 수 있고

아무거나 다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게 어른 같아요.


사실과 다른다.

아이들이 도전했다가 못 먹는 음식을 내가 먹어준 것이고, 아무 데나 가는 것이 아니고 아내와 미리 상의해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곳으로 가는 것이고 아무거나 하는 것이 아니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내가 먼저 하면서 '미끼'를 던진 것이고 뭘 해도 즐거운 척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하려고 노력 중인 아빠로 살고 있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사전에 상의해서 진행한 것을 모르고 늘 "자유롭게 뭐든지"하는 아빠로 알고 지내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기에 예전에 둘째 아이가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었다. 그때, 아이에게 어른이 되면 '자유'도 있지만 '자유'에 따른 '책임'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초딩시간' 재밌게 즐기라고 말해줬다.  둘째는 너무 현실적인 설명에 좌절했었다. 그랬는데도 또 말했다.



"그래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요."



그 말을 듣고 아내와 나는 한참 웃었다. 그랬는데 이제 막내 차례가 온 것이다.  일단 '어른이 되면 좋은 것과 싫은 것 모두 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아이는 갸우뚱하면서 어른들은 "하고 싶은 것과 좋은 것만 하는 것"같다는 말을 했다. 이해가 안 될 나이라서 또 다른  설명을 해주기로 했다.



"아주 좋아하는 맛 츄파춥스를 1일 먹고 , 20일 동안 먹기 싫은 거 먹으면서 지내야 하는 게 어른이다. 하하하"


그 말에 막내 아이는 바로 이해를 했다. 그러고는 얼굴을 찡그렸다.  아이의 찡그린 얼굴을 보고 아내가 말했다.


" 왜 그렇게 비유를 들어요. 아이는 얼마나 어른이 되고 싶고 부러운대요."

" 현실적으로 와닿도록 말해주고 싶었어요. 하하"

우리의 대화가 끝나자 막내가 한번 더 말했다.


"그래도 어른이 빨리 되고 싶어어!"


그 말에 우리는 웃으면서 말했다. " 그래, 얼른 어른이 되어라." 그 말 이후에 나는 한마디 더 덧붙였다. "아빠처럼 늦게 결혼하지 말고 정말 좋아하는 사람 만나면 얼른 결혼해서 행복하게 지내!!"


그랬더니 어느새 둘째 아이가 옆에 있다가 한 마디 더 했다.

"그럼 나는 대학생 때 결혼할래!"

"윽. "


나는 '의문의 1패'라며 더 이상 말하기를 중단했다. '말이 씨가 된다'라는 말을 되새기며 더 이상 말을 이어가길 포기했다. 아내는 옆에서 또 웃었다.


"남편, 아이들에게 아무 말이나 해주면 안 돼요. 무섭다니까요."라고 아내가 마무리했다.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아이들과 대화를 하면서 웃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아직은 아이들이 엄마 아빠와 대화하고 싶다고 방으로 몰려 들어온다. 초등학생 삼 남매와 사는 맛이 쏠쏠하다. 그래서, 나는 그 행복에 힘입어서 발칙한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진행이 된다면 차근차근 과정을 적어 볼 예정이다. "더더ㅇ더더더ㅇ더더더"



그래도 다행이다. 너희들이 어른이 빨리 되고 싶어 할 만큼 '어른'을 부러워해서
-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생각



출처: 사진: Unsplash의 Anuja Til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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