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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게 뭐니?.. 아빠

혼내려고 그랬죠?

아이들과 저녁을 먹고 방에 둘러앉아서 게임하며 놀고 있었다. 그러다가 둘째 딸 귀아래 송충이처럼 대롱거리는 것을 보게 되었다. 내 시선을 느낀 둘째 딸이 흠칫 놀라며 얼른 잡아 뜯는 것이었다.  


"어! 그게 뭐니?"

"아~~ 하하하. 저도 놀랐어요. 느낌이 이상해서 만져보니까 머리핀이 매달린 거였어요. "

"깜짝이야! 나는 네가 손가락만 한 귀걸이를 한 줄 알았다야!"


"아빠! 혼내려고 그랬죠?"


그 모습을 보고 순간적으로  첫째 아들이 물었다. 그런 의도가 전혀 없었다.  

 

"아니! 뭐가 매달려있길래 떼줘야 하나? 귀걸이를 했나? 놀랬다야! 혼내기는 무슨"

"하긴! 요즘은 덜 혼내더라고요."

"아빠가 요즘 많이 노력하고 있잖니!!!"

"그렇긴 해요."


둘째가 앞머리에 꽂아 놓은 머리핀이 어느새 흘러내려서 귀밑머리에 걸쳐진 채로 달랑거리고 있었다. 언뜻 보고 귀를 뚫은 것인가? 아니면 귀아래에 뭘 달고 노는 건가 싶어서 바라보는 중이었다. 잠시 당황했긴했다.   



이런 대화가 오고 가는 동안 순간적으로 "아!!! 아직도 그런 생각을 하는구나!"라고 생각되면서 '아직 많이 멀었다'라고 느꼈다. 사실 9번 잘 참고 타이르다가 1번 '버럭'화내면서 혼내기도 하니까 아이들은 "아빠는 여전히 똑같애!! 힝!"이라고 말하며 아빠의 노력을 못 믿겠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 상황에서도 첫째 아들이 "아빠! 혼내려고 그랬죠?"라면서 한마디 던진 것이다. 그런데, 아이의 질문이 당황스럽긴했으나 한편으로는 다행이기도 했다. 아들이 그런 말을 내게 던질만큼 관계가 조금은 나아졌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아빠가 잘 놀고 대화하다가  갑자기 굳은 얼굴로 쳐다보면 혼내거나 잔소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때로는 비난하는 말도 사용하기도 했다. 그럴때면 아이들이 순간적으로 긴장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아무 말도 안 한다. 더 길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당사자는 놀라기만 했고 다른 아이는 "혼내려고 그랬죠?"라면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내게 말을 던지기까지했다.  일상 속에서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사회 속에서 눈치빠르게 돈을 많이 벌고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해주며 '능력자 아빠'로 자리매김하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한동안 진짜 몰라서 했던 행동들로 상처받은 아이들과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시간에 억만금을 투자중이다. 다시는 돌이키지 못하는 '금쪽같은 시간'을 위해 노력중이다.   

 


"아빠! 혼내려고 그랬죠?"




라는 말은 내게  '칭찬 조금과 경계 경보'같은 말이었다. 아직은 아빠의 노력은 알겠는데 여차하면 혼내는 아빠로 각인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니, 부단한 노력을 하라는 당부로 번역되어 들렸다.  더 노력해야하긴 하다.





별거 아닌 일이었지만 아이와 대화하면서 많은 생각이 스치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그런 말을 내게 던질 수 있을만큼 관계가 나아졌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그런 분위기도 되지 않았고 아이들도 그런 말도 건넬 용기도 내지 못했다. 저녁 대화시간에 귀한 것을 느껴서 감사했다. 끝까지 아이들을 혼내지 않았다.  



확실히 마음의 상처는 쉽게 생기고 깊게 자리잡는다. 회복되는데 오래 걸린다. 그러니까 상처가 생기지 전에 온유한 아빠로 가정생활하는 게 중요하다. -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생각


출처: 사진: UnsplashYukon Haugh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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