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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돌직구.. 아빠

카드

가정의 완전한 회복을 위해 노력하며 산다고 공개글을 쓰고 있는 '남자'입니다.

회복을 위한 쌍두마차는 "아내와의 회복"과 "자녀와의 회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두 가지를 함께 노력 중이며 두 가지에 대해서 번갈아가면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특히 자녀와의 관계에서는  아이들 '마음 상처 회복'이 최우선입니다. 제가 몰라서 한 말과 행동으로 생긴 마음의 상처는 엄청 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금세 회복되지도 않고 어른이 되어서도 여차하면 그 상처가 아이를 '얼음'으로 만드는 것을 종종 보았습니다. 그런 깨달음을 깊이 새기고 조심하다가도 아이들을 혼낼 때면 아내가 한 마디 던집니다.  


"남편! 아이들이에요. 아이들의 시선에서 생각해 줘요. 맨날 어른 입장에서 이해 안 된다고 혼내지 말고요!"


이 말을 예전에 들었던 것이 아니라 요즘에도 종종 듣습니다. 아직은 온유한 아빠로 사는 게 멀었고, 아직은 아이들이 완전한 회복 상태가 아니라는 말이겠지요. 그런 말을 듣고 억울해하며 앉아 있다가 문득 작년 크리스마스막내딸이 줬던 크리스마스 카드가 생각났습니다.  카드는 부끄럽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공개해 봅니다. 함께 읽어보시지요.

 



아이의 크리스마스 카드


학교에서 막내딸이 종이를 자르고 그림을 그리고 색칠까지 한 다음에 삐뚤빼뚤 글씨로 메시지를 적은 '수제' 크리스마스 카드를 건네줬습니다. 우리 부부는 저녁을 먹고 동과 기대를 가지고 함께 펼쳤습니다. 온갖 그림이 그려진 겉면을 보면서 꼼꼼히 색칠한 아이에게  "잘했네. 예쁘게 만들었네!"라면서 칭찬을 듬뿍 해줬습니다.  그리고, 카드 안의 메시지를 천천히 읽었습니다.  '엄마 아빠에게'로 시작하는 메시지를 전부 읽고 나서 우리 부부의 반응은 매우 달랐습니다. 크리스마스 메시지는 이랬습니다.



엄마, 항상 따뜻하게 사랑해 줘서 감사해요.

아빠, 심하게 혼내지 않아 줘서 감사해요. 



예쁘게 만든 크리스마스 카드 안에 적힌 내용은 정말 '리얼'이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팩트 그 자체'였습니다.


"오호! 잘 만들었네. 고마워!!"-아내의 반응

"........" (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저의 반응



진짜 저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몸과 마음의 당혹스러움을 감출 길이 없었습니다. 그 카드를 만든 막내딸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계속된 칭찬'을 기다리면서 바라보고 있었고요. 뭔가 느낌이 이상한 것을 눈치챈 큰 아들과 둘째 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저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막내딸이 잘못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이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아니  못 하는 게 맞고요. 아이가 느낀 대로 기분 좋게 적은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솔직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왜 크리스마스 카드에다가...'라는 원망 먼저 했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칭찬하는 아내 옆에서 당혹스러움을  감추고 표정관리도 되지 않았습니다. 한편으로는 그런 솔직한 마음을 꺼내놓는 아이가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2023년 대한 '아빠 성적표'라고 느껴졌습니다. 그와 함께 '더 잘해주세요.'라는 당부가 곁들여진 것 같았습니다.  



그런 성적표와 당부를 건네받은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이들을 혼낼 때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서로 싸우고 위아래 없이 던지고 때리고 소리 지를 때면 잘 참아주다가  '버럭'화내며 혼내는 것입니다. 혼내다가 '번쩍' 정신이 듭니다. 그러면서 말합니다. 


"아빠. 요즘 노력하고 있다. 무조건 혼내지 않잖니.... 오늘은 너희들끼리 너무 심했다!"

"알아요. 근데 너무 무섭게 혼내요."

".........."


"아빠도 조금 더 부드럽게 말하도록 노력할게. 서로 잘하자!"

"네" "네" "네에....."


"여보. 애들 아직 초등학생이에요.. 잊지 말아 줘요." 

"싸워도 자기들끼리 풀고 조정하도록 놔둬도 돼요."

".........."



결국 아이들 사이를 비집고 중재해 보겠다고 엄하게 또 혼내고 돌아서 방에 오면 아내가 한 마디 합니다. 그런 말을 듣고 있다 보면 아직 제가 한참 멀었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여전히 열 번 중 아홉 번 잘하다가 한 번만 '버럭'하면 다시 '리플레이'된다는 것도 압니다.   그런데도 여차하면 실수를 하곤 합니다. 그래서, 막내딸이 잊지 말아 달라고 솔직하게 '크리스마스 카드 성적표'를 건네줬는가 봅니다. 예전에는 하도 혼내다 보니까 '아빠 무서워요.'였다가 요즘에는 '여차하면 아빠 무서워요. 잘해주다가 버럭 해요.'라고들 말합니다. 아직 한참 멀었지만 가고 있습니다.  







막내딸이 뿌듯해하면서 자신의 직접 만든 '수제 '크리스마스 카드를 건네준 것은 여러 가지를 느끼게 합니다. 꼬물거리면서 혼자 걷지도 못하던 아이가 이제 글씨를 쓰고 생각을 표현하게 되었다는 것이 감개무량합니다. 그리고, 자기 생각을 때로는 아이의 시선으로 '아주 솔직하게' 쓰고 있다 것이 감동스럽습니다. 아이의 천진난만하고 솔직한 감성에 비해 당혹스러워하는 아빠도 정상이긴 합니다. 미안함과 잘못한 것과 앞으로 해야 할 일을 깨닫긴 하니까요. 그렇지만 쪼금의 아빠 마음으로는 '근데 굳이 크리스마스 카드에다가?'라는 원망도 있긴 했던 날입니다.



세상에는 저처럼 부족하고 시도 때도 없이 엄하게 구는 아빠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다행인 것은 그런 아빠들보다 인자하고 성품 좋은 아빠들이 많다는 것이 다행입니다. 엄마보다 아빠와 더 많은 얘기를 나누는 딸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저는 그런 온유한 아빠가  되기에는 '아직 멀었습니다.' 그렇지만 '노력 중'인 아빠입니다. 막내딸의 크리스마스 카드는 저에게 '잘하고 있어요. 더 잘해 주세요.'라는 격려로 받아들였기에 2024년도에 더 노력 중이긴 합니다. 막내딸은 점점 커갈수록 옭고 그름과 싫고 좋음이 분명한 아이로 커가고 있습니다.



이번 글을 읽고 나면 어떤 생각이 드실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이들과 에피소드들을 9개월째 적고 있다 보면 매번 창피하긴 합니다. 아이들과 놀아줄 때만 '어른이 감성'이면 되는데 매일 매 순간 '어른이'로만 함께 살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가끔은 '얼른얼른'이라는 생각도 들면서 분주한 마음도 생깁니다.  그래도 읽어주시고 격려와 응원해 주시는 분들 덕분에 '더 많은 노력'을 하게 됩니다.



격려와 응원해 주시는 손길은 저희 가정의 완전한 회복을 도우시는 손길이면서 동시에 사회에 새로운 구성원 3명을 함께 키워주시는 손길이기도 합니다. 제가 완전한 회복을 이뤄가도록 격려해주시는 것은 아이들이 성품 좋게 잘 자라도록 가족 분위기가 변화하는것을 도와주시는 것이니까요. 더불어서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침으로 더 좋은 사회로 가는데 기여한다고들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전히 아이들과 에피소드들도 공개하면서 브런치 발행날이 소중합니다. 변화되는 저와 잘 자라는 아이들이 되도록 도와주시는 손길에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도 매사 관계가 형통하시길 소원합니다.

 


읽어주심에 미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실수한 것 후회했다. 회복은 실수한 시간의 두 배가 걸리니까. 그렇다고 포기할 생각은 없다.  -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출처:사진: Unsplash의 Jonathan Bor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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