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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되면 어때요?.. 아빠

그냥요..

어느 날, 갑자기 아들이 저에게 돌발질문을 했습니다. 같이 들은 아내도 흠칫 놀랐습니다.  


"아빠가 되면 어때요?"
"질문이 하찮을 수도 있어요.."



"왜?"


"그냥요. 궁금해서요."


'왜?'하고 물어본 것은 순간적으로 '왜 그렇게 물었을까? 뭐 때문일까?"라며 제 마음에 걱정이 앞섰기 때문입니다. 혹시라도 '지금 아빠 모습이 힘들어 보였나? 뭐든지 해줄 것같이 보였던 아빠가 언제부터인가 미루고 나중에 간신히 해주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던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짧은 순간에 여러 생각을 하느라 대답을 쉽게 못하는동안 아내는 "왜? 아빠! 괜찮은데? 왜에?"라면서 웃어넘겼습니다.



아내의 대답 이후 제가 얼른 정신 차리고 대답했습니다.

"하하하. 아빠는 좋다. 아기가 태어나니까 책임감 때문인지 이제 책임지는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아서 좋다."

"그리고, 아이가 셋이나 되니까 더 좋아! 해볼만해!"


"아~ 알겠어요.!"



아들은 그 말에 짧게 대답하고 피식 웃었습니다. 별거아니며 그냥 물어봤다는 느낌이긴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심각했습니다. 마치 아들이 뭔가를 알고 넌지시 물어본것같은 느낌이었고 저는 허둥지둥 대답하는 모양새였습니다. 책임감의 정도를 조금 덧붙였습니다.  



"책임감의 정도는 아빠가 두 손에 아기를 안고 있는 느낌이다.

축구공은 무거우면 놓쳐도 괜찮지만 아기는 무겁다고 놓쳤다가는 큰일나니까 꼭 안고 있어야 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안고 있는 팔이 아프지가 않아지더라. 신기하게도 안고 있을만큼의 팔근육이 생기더라고. 지금 너희와 사는 것도 그런것같아. 너희 세명과 살면서 책임감은 커지는데 신기하게도 살아갈 힘도 생기고 돈도 생기고 그래. 그래서 해볼만해. 좋아!"



그렇게 책임감과 능력의 정도를 설명해주고는 "왜? 아빠가 힘들어 보이니?"라고 되물었습니다. "아니요. 그냥 궁금했어요."라고 대답해주는 아들의 얼굴은 명쾌한 답을 들은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아들의 질문에 답해주고는 더 염려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꼬맹이때는 아빠가 '항상 뭐든지 해주고 할 수 있고 마냥 유쾌해 보였을 텐데.' 이제 아들이 중학교를 들어가고 세상을 알아갈수록 아빠의 모습이 작아 보이고 '당장 해줄게 많지 않은 사람이네.'라는 것을 알아가는 중입니다. 그러면서 나도 얼른 커서 '아빠가 돼야지!'라기보다는 '버거워 보이던 아빠가 되고 싶지 않다.'라고 할까 봐 염려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 질문을 했던 아들은 언제부터인가 매일밤 자기 전, 엄마 다음으로 저를 안아주면서 '오늘 감사했어요.'라고 말해줍니다.  '오늘은 해준게 별로 없는데..그래! 고맙다.'라고 말하면서 함께 포옹합니다. 그런 저를 아들은 '고마워요. 아빠.'라고 한번더 말해줍니다. 아들의 두 손을 잠시 잡아주고 방을 나오는것으로 밤인사가 마무리됩니다. 짧은 순간이지만 우리가 아들과 서로 포옹하면서  '감사하다. 고맙다.'라고 말할 수 있어서 감동스럽기도 합니다. 지금 느낀 감동을 잘 챙겨놨다가 사춘기로 접어들어 말수가 줄어들고 극도로 서로 대립각이 세워지는 '본격 중2'가 왔을때 잘 이겨내려고 합니다.  한동안 '오늘 감사했어요.'라고 말해주면서 안아줬던 아들이었다는 그 기억과 감동이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두려운 것은 여동생 둘이 오빠를 추월해서 사춘기를 먼저 시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무던하지 않은 시간이 동시다발로 시작되었지만 잘 견뎌내 주는 온유하고 지혜로운 아빠가 되어야햘텐대라며 매순간 벌써 주춤거립니다.



남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돈과 체력에서 '슈퍼맨 아빠'가 아니라, '망토 없는 슈퍼맨'이 된다고 하는데, 저는 남들보다 더 빨리 되고 있는 느낌이라서 두렵기도 합니다. 저의 뒷모습을 보고 자랄 아들이 걱정되고 저의 앞모습을 보고 자랄 두 딸들을 생각하면서 가정 회복의 속도에 박차를 가해 보지만 마음만 바빠집니다.





아들의 질문에 평상시 제 생각으로 답해줬지만 아들의 눈치는 아빠가 힘들어 보이고, 억지로 견디느라 지쳐 보이는데 '반대 대답'을 하는거라고 느끼는 것같아서 걱정된 것입니다. 그런 느낌때문에 나도 '이다음에 아빠처럼 아빠가 돼야지!'가 아니라, '아~ 나는 아빠 안되야지. 너무 힘들어 보였어!'라고 할까 봐 두렵기도 하고요.



매번 '나도 이럴 줄 몰랐다.'라고 마음속으로 소리치고 이불킥을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녹록지 않아도 아무렇지 않은 척 아이들과 지내면서 좋은 성품으로 세상 속에 나갈 수 있도록 돕고 있지만 점점 버거워지기는 합니다. 버거워지는 이유는 그동안 누적포인트처럼 마음에 쌓인 상처가 쉽게 낫지도 않고요.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처럼 돈으로 많은 것을 해주면서 채워줄 수도 없기때문입니다.   



"아빠가 되면 어때요?"라는 질문받은 저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살고 싶지만 전혀 그렇게 되지 못하는 모양새입니다.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1997년) 영화 속 주인공 '귀도'가 독일군에게 끌려가면서 아들이 상황을 모르도록 "마지막 숨바꼭질 놀이에서 독일군에게 들키지 않으면 된다. "라고 했었습니다. 그렇게 저도 현실을 아무렇지않게 살아내고 싶지만 여전히 어설프기만 합니다.



"아빠는 힘들지 않아! 괜찮아! 재밌고 할 만해! 너희들도 괜찮지?"라고 의연하게 굴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한살더 먹어갈수록 오감이 섬세해지는 아이들은 말해주지 않아도 모든걸 쉽게 눈치챕니다. '귀도의 숨바꼭질'이 먹힐 리가 없습니다. 그래도 '이제 틀렸어!'가 아니라, '더 노력하자! 좋아지고 있어.'라면서 박차를 가해 봅니다. 아들의 질문덕분에 그런 다짐을 하는 날이었습니다.


출처:사진: UnsplashChris Har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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