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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꼭 쥐어준 것은.. 아빠

인정

아이 눈높이에서 어려울 수 있고, 고민스러운 것을  과감한 결정으로 해결해 준 날이었다.

그렇게 해결해 준 덕분에 나는 아이들에게 인정을 받았고 그날 저녁 오랜만에 '좋은 아빠'가 되었다.

늘 부족하다고 자책하는 내가 무슨 일로 능력자가 되었을까?



1. 큰 아이에게 노트북을 양도하다. 


첫째가 작년에 초등학교 졸업을 했다. 그런데, 방과 후 선생님께서 자격증 하나 더 따도록 졸업 이후에도 도와주신다고 해서 '줌'으로 수업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컴퓨터 자격증까지 준비한다.



그래서, 첫째는 자기만의 노트북이나 태블릿이 필요하다. 그래야 '줌'수업도 하고 실습도 혼자 해보면서 시험준비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이만의 노트북을 제공해 줄 현실은 아니다. 그렇다고 마냥 여력 없는 현실을 탓할 수는 없었다.



현실을 탓하기보다는 또, 현실에서 가능한 방법을 찾아내야 했다. 아내와 상의를 하고 빠른 결론을 내렸다. 우리가 공동 사용하는 구버전 노트북을 큰 아이에게 '전격양도'하기로 했다. 수업을 하면서 매일 혼자 실습하면서 결과물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아이의 말을 흘려들을 수가 없었다.



그 결정 후에 첫째에게 바로 통보했다, 그러면서 바로 노트북을 지급해 줬다. 그랬더니 아이 얼굴이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받자마자 "배경화면을 바꿔도 돼요?" 바로 물었다.  좋아하는 선수들 사진으로 바꾸면서 얼굴은 주체할 수 없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그날 '줌' 컴퓨터 수업 중 실습은 잘 진행되었다고 했다. 그 말에 마음이 아팠다. 자기 소유의 전자기기가 있었다면 진작 더 좋은 결과를 만들고 호기심 충족도 할 수 있는 아이인데 뒷받침이 못 따라간 것 같았다. 아이는 매우 행복한 하루였고, 나는 또 나를 자책하는 슬픈 날이었다.




2. 둘째에게 아이패드를 양도하다. 


둘째는 배우는 중에 이해가 더뎌서 뒤처지는 것을 싫어한다. 사전학습을 하도록 학원을 희망하지만 우리는 마음껏 학원을 보내줄 형편이 안된다. 그리고, 학원을 다니면서 무리가 지어지는 친구들을 보면서 더 학원을 가고 싶어 한다. 고민하다가 우리는 무료학습강의를 찾아서 듣기로 했다.



그런 결정을 하다 보니 둘째에게도 전자기기를 제공해야 했다. 그래야 매일 자기 계획하에 청강하면서 공부가 가능하다. 그래서, 아내와 상의 후 또 결단을 내렸다. 우리가 공동으로 사용하던 구형 아이패드를 양도하기로 했다. 일하면서 직장에서 얻은 것을 여러모로 가족 공용으로 사용 중이었다. 이제는 둘째 전용으로 지급되었다.



둘째도 자기가 좋아하는 이미지를 내려받아서 원하는 배경화면으로 즉시 바꿨다.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인터페이스를 자기 스타일로 커스터마이징 했다. 둘째도 뛸 듯이 기뻐하면서 '좋은 아빠' '고마워요.'라면서 거듭 엄지 척을 해줬다.



결국 우리도 최신기기는 아니지만 사용하던 구형 노트북, 구형 아이패드를 아이들에게 이제 물려줬다.

허탈하기도 하지만 진작 다른 아이들처럼 자기 것으로 제공 못해준 것이 미안하기까지 했다.

 

"우리 아이들이 진작 전자기기가 있었다면 마음껏 활용해서 더 다양한 일들을 만들어냈을 것 같네요."

"그러게요. 엄청 좋아하네요. 놀라운 건 건네주자마자 자기 것처럼 활용하네요."


그렇게 하고 나서 잠시 멍하니 앉아 있었다. 지금 어떻게 살고 있고, 무엇을 위해 살고 있고, 어떻게 살아가는 게 맞는 것인가?라는 나름대로의 자문자답을 했다. 뿌듯함은 잠시였고 자책하기에 바빴다.



3. 아이에게 아빠가 위로받다.


그런 생각하고 힘없이 앉아 있는 아빠에게 아이가 다가왔다.

그러더니 내 손에 뭔가를 쥐어 주었다. 손을 펴보니 아이가 아끼는 유산균 사탕 1개였다.


유산균 사탕


 다이소에서 아이들과 필요한 물건들을 사고 있을때, 아이가 맛을 궁금해하는 사탕이었다. 딱딱할까? 몰랑몰랑할까? 사탕인가? 젤리인가? 달달할까? 요구르트 맛일까? 매우 궁금한데 한 봉지 가격이 생각보다 비쌌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사탕 봉지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정말 먹고 싶으면 사도 돼!" " 너무 비싸!" " 그래도 사줄게!"

"진짜?"


계산이 끝나자마자 봉지를 뜯고 바로 입에 넣었다. 정말 신기한 맛이고 예상보다 더 상큼한데 재밌는 맛이라면서 만족해했다. 이제 자기의 최애템이라고 했다. 그래서, 집에 와서도 방에 넣어두고 아껴 먹는 사탕이었다.


그런 사탕을 내 손에 쥐어준 것이다.


어떤 비싼 선물보다도 아이가 애지중지하는 유산균 사탕 1개를 준 것이다. 아이가 나를 인정해 주는 시간이었다.

'아빠가 어려운 결정을 한거 알아요.고마워요.'라면서  아이가  자기 방법으로 '인정상'을 준 것이다.  

 




아이가 필요로 하는 것을 부모 입장에서는 두 눈 딱 감고 해결해 준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자신이 매우 아끼는 '유산균 사탕 1개'를 손에 쥐어 준 것입니다. 어른이 보기에는 다이소 한편에 있는 대수롭지 않은 사탕이겠지만, 아이에게는 자기 전부와 같이 아끼는 사탕을 아빠에게 쥐어 준 것입니다. 우리가 가진 것들을 아이들을 위해 과감히 결정한 것을 느끼면서 아이도 자기가 아끼는 것을 과감하게 건네준 것입니다.



진심으로 마음이 울컷했습니다. 유일하게 가지고 사용하고 있는 것들을 급한 아이들에게 과감하게 내어 준 것인데 그 마음을 안다고!! 고맙다며!! 인정해 준 것입니다. 우리 아이지만 이쁘고 순수한 마음에 진한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그런 감동의 순간에 불행을 느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막내 아이입니다. 막내는 아직 그런 것을 활용할 기회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아직은 아니라고 설득합니다. 그렇지만 늘 삼 남매가 함께 지내기 때문에 오빠, 언니와 동급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눈물을 꾹 삼키고 아이가 제게 물어봤습니다.


" 나도 언니 나이되면 언니가 가진 거 다 해줄 거지? 응? 응? 응? 그렇죠?"

" 그럼!! 약속할게!"


이렇게 대답해주고는 마음 속으로는 또 미안함에 자책했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혹여 아이가 매달리거나 계속 시무룩하게 있다면 감동을 잊어버리고 아이를 혼내면서 무마시킬 것 같아서입니다. 이런 상황을 늘 지켜보고 제 능력과 마음을 아는 아내가 아이들에게 잘 설명해주곤 합니다. 그런 아내가 정말 예쁩니다. 그리고, 그런 설명에 대해 '이해해 주겠다고' 한발 물러서주는 아이들에게 감사함을 느낍니다.  


그렇게 저는 '좋은 아빠'로 인정받았고, 상으로 유산균 사탕 1개를 받았습니다.

훌쩍...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미리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Dd


출처:사진: Unsplash의 Patrick F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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