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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 하지 말라니까!! 에이씨..아빠.

신발끈

토요일에는 저렴한 금액으로 취미 바이올린을 배운다. 그러다 보니 주말은 아이들을 태우고 다니다 하루가 금세 지나간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도 아깝지 않다.  그런 이유는 아이들과 함께 있으며, 기다리면서 아내와 차 한잔하면서 속 깊은 대화를 많이 하기 때문이다.




훌륭한 아빠를 보다.


교육 후 나올 두 아이들을 막내 아이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맞은편에 앉은 한 아빠를 보게 되었다. 아이에게 뭔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재밌게 설명해 주며 반복까지 하고 있었다. 아이의 호기심이 자극될 정도였다.



성품 좋고 아이들을 인격적으로 대하는 훌륭한 아빠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느끼고 나니 나 자신이 참 초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직 아이들의 상처를 완벽히 회복시키지도 못했고 여차하면 아이들을 혼내는 아빠이기 때문이다.



'나보다 훨씬 낫네.'라는 마음으로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아까 열심히 설명 듣던 아이는 어느새 일어나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심지어 뛰거나 옆의 아이들에게 부딪히기도 했다.  



돌아다니기 시작한 아이는 집중해서 책 보고 있는 막내 아이와 수차례 부딪쳤다. 그래도, 아이는 책을 열심히 보고 있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뿔싸!


그러던 아이가 다리 꼬고 앉아 있는 자기 아빠 주변을 여러 번 맴돌았다. 나는 아이가 저러다가 자기 아빠 다리에 걸려 넘어질까 봐 보는 내내 불안했다. 그런데, 예상외의 일이 발생했다.



한참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아이는 자기 아빠 운동화의 끈 한쪽을 갑자기 잡아당겼다. 그랬더니 신발끈이 스르르 풀렸다. 그리고 신발끈 두 가닥이 힘없이 나뉘었다.



그 순간,



"야.. 이... 하지 말라니까!! 에이씨."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너무 민망했다.

그리고, 이내 쥐구멍에 숨고 싶었다. 어떤 생각이 들어서 그랬을까?



못된 마음으로  

"거봐라. 좋은 성품도 아니었구먼. 괜스레 나보다 더 좋은 아빠인 줄 알았네. 칫!!"


이라면서 비웃었을까? 그런데 그런 느낌이 아니었다.



실제 마음 속에 든 생각은?


"나도 저렇겠지? 내가 좋은 아빠로 노력하다가도 저렇게 폭발하는 말로 아이들을 대했겠구나."


라면서 거울 보는 느낌이 들었고 순간적으로 반성까지했다. 



그래서,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었던 것이다. 노력해서 조금 달라진 모습만 본 사람들이 나와 대화하면서 온화해 보이고 아이들과 신나게 노는 아빠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그런데, 가끔 저렇게 성질내며 순간 버럭할 때면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 아빠라고 아내가 수시로 말해주곤 했었다.



우연히 보게 된 아빠를 보면서 나의 부족함으로 초라함을 느꼈다가 더 큰 반성까지 하는 날이었다.





종종 요즘은 가족을 이루기 힘든 세상이라고 합니다. 가족을 이루었더라도 자녀를 낳는 자체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세상이라고까지 합니다. 가족을 이루고 자녀를 얻었더라도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대학을 간신히 들어갔지만 장학금 받기는 결코 쉬운 일 아닌 것과 같은 정도일까요?



이런 세상에서 근로소득이 시원치 않으면서 "세 아이와 살고 있는 용기 있는 남자"인 저는 매 순간 저의 부족함을 느끼게 되는 상황을 자주 마주하게 됩니다. 가족의 회복을 꿈꾸고 바람직한 아버지, 남편의 모습을 추구하다 보니 점점 주변에서 보고 느끼는 것들도  많아집니다.



이번에  맞은편 아빠의 모습을 통해서도 정말 화들짝 놀라고 저를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여전히 부족함을 느끼고 한결같은 노력이 이어져야 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심리상담 또는 가정상담 전문가가 아니라서 거창한 해법을 제안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제가 아무것도 모르고 했던 언행들과 상담 후 알아가면서 고치는 중인 현실들을 솔직히 나누면서 함께 회복과 성장을 하고 싶습니다. 



항상 격려와 응원 및 공감해 주시는 모든 분들 덕분에 꾸준히 노력하면서 글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2024년도도 저와 같은 부족한 분들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과 저와 비슷한 남편 때문에 마음이 아픈 아내가 없기를 소원하는 마음도 담아서 계속 적어 보겠습니다.



미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출처: 사진: Unsplash의 Christopher O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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