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걸으면서 느끼고 얻는 것이 많아서 참 좋습니다. 그러다보면 하루가 풍성해지기도 하고요. 그렇게 길을 걸으며 매번 길만 보다가 가끔은 하늘도 봅니다. 그러면 더 색다른 것들이 보이면서 자연의 신비로움에 고개를 숙이기도 합니다. 두 눈이 바라보는 모든 것에 여전히 감사하고 감동하며 지내는 중입니다.
혼자 보고 느끼는 것이 아쉬워서 찍어서 나누고 있습니다.
재미가 있을 때도 있고, 특이할 때도 있고, 별스럽지 않을 때도 있지만 마치 토요일에 오는 가벼운 소식지처럼 제가 얻은 '깨알 재미'들을 올려 보겠습니다.
#1. 송신탑..
전 직장 멤버들이 모인 자리에 초대받아 식사후 밖에 나와서 보게 되었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송신탑이 매우 아름다웠습니다. 깜깜한 밤을 배경삼아 초록 불빛에 감싸있고 주기적으로 깜빡버리는 빨강 불빛들이 귀걸이와 목걸이를 한 여인같았습니다.
저 송신탑이 무너질리 없을 것이니 우리도 항상 서로의 근황을 체크하자면서 '도원결의'를 했고요. 집으로 초대해준 분은 송신탑 근처에 사니까 지키는 역할이고, 초대받은 우리는 송신탑이 늘 무사하다는 소식을 듣는 의미로 종종 만나러 오겠다는 장난섞인 인사도 했었습니다.
가끔 도시 속의 거대한 랜드마크들을 보면서 사람의 위대함을 느끼기도 합니다만, 밤하늘의 초록 송신탑이 매우 아름다웠습니다.
#2.구부렁 나무..
지하철을 내려서 걷다가 구부러뜨린 아니면 구부러진 나무를 만났습니다. 다들 분주하게 걸어가느라 나무 옆을 지나치는데 저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인위적인지 자연적인지는 몰라도 나무로부터 느끼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얼른 찍었습니다.
구부러져도 한결같이 나무 역할을 하듯이 저도 언제나 한결같은 사람이 되어보리라 다짐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바쁜 출근길이라 무심히 걸어가고 있는 동안에 혼자 사색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3. 모퉁이 미학..
점심을 먹고 골목 골목을 돌면서 걷고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건물의 지하층 입구를 무심코 보다가 계단과 계단이 만나는 지점의 '공간 미학'을 만났습니다.
저는 일단 감탄했습니다.
갖다 놓고 배치해놓은 분의 감각에 대해 감탄하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감탄이후에는 수많은 이야기와 할 말을 담고 있지만 간결한 자태가 일품이라고 평가해봤습니다. 그러면서 느낀 것은
고르고 고른 몇 마디 단어만으로도 극한의 감정을 간결하게 전달하는 작가님들의 섬세한 터치를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4. 생명 살리기..
길을 지나가다가 어느 빌라모퉁이의 '값진 화분'을 보았습니다. 재활용의 극치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이 사진 덕분에 '재활용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이고 길거리에서 보이는 것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깨알프로젝트와 이어지는 프로젝트입니다.
생명살리기라고 표현해본 이유는 큐팩을 반쯤 자르기위한 주인의 노력도 알고 있고, 작은 식물들이 제대로 살도록 물주고 햇빛보게 하는 정성도 느껴져서입니다. 또, 머리아픈 쓰레기로 될 것을 한번 더 사용하고 버리는 주인의 노력이 지구를 살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구를 살리게 되면 그 안에 사는 사람과 모든 생명체들이 조금이라도 더 쾌적한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겠다고 느껴지고요. 요즘에 초등학교에서는 환경에 대해 배우는 시각이 달라졌음을 알고 놀라기도 했습니다.
예전에는 살고 있는 환경을 잘 보전해서 물려주자는 개념이었다면, 지금은 미래 세대에게서 빌려서 사용하고 있다고 개념이었습니다. 저는 빌려쓴다거나 공유의 개념이라는 전제에서 함부로 훼손하거나 오염시키면서 사용하면 안된다는 경각심이 강화된 개념으로 이해해봤고요.
매일 일상을 살아가는 감사를 느낀다면, 미래의 누군가도 그런 일상의 감사를 느낄 수 있도록 부단한 노력을 하는 것도 현재의 우리 몫이라고 생각해봤습니다.
#5. 나무 사다리..
어느 건물옆 모퉁이에 무심하게 걸쳐놓은 물건에 시선이 가고 마음이 갔습니다. 나무 사다리.
잊사잃 프로젝트(잊혀지고 사라지고 잃어버려야하는 물건들에 대한 추억 돌아보기)에 쓰려다가 올립니다.
나름대로 귀한 사진입니다. 어릴때 큰집에 가면 감나무에 기대서 한번쯤 손내밀어보기도 하고요. 남의집에 놀러가서 마당화장실위 옥상에 올라가기위해 사용하기도 하고요. 한명씩 칸에 들어가서 기차놀이도 했고요. 바닥에 내려놓고 외발로 뛰어가며 다리힘 자랑도 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이제 나무 사다리는 보기 힘듦니다. 그래서, 보일 때마다 감사하고 반가운 마음에 사진 찍고 잠시 주춤거리며 감상하기도 합니다. 사라지는 물건들이 못내 아쉽기도 합니다.
아쉬운 이유는 물건들이 사라질때마다 그에 얽힌 저의 추억도 보내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길과 하늘에서 만나는 깨알들은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이 나름대로 질서를 유지하며 공존함을 느낍니다.
멀리 보이는 산의 능선이 훼손되지 않도록 아파트라인이 조성되어 있는 것을 보면 제 마음이 흐믓해지기도 합니다.
마음이 힘들어서 마음 둘 곳없이 터덜터덜 걷다가 만나게 된 깨알이 '푸훗' 하고 잠시 웃게할때면 '감사'를 조용히 외쳐봅니다.
저는 2024년도에도 깨알들을 보면서 웃고 감사하고 반성하고 즐거워해볼 예정입니다. 기발찬 것이 아니더라도 그냥 쓰레기 한 조각이라도 즐겁다면 제게는 "깨알 프로젝트" 대상입니다.
잔잔하더라도 꾸준히 나눠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가정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동안 잠시 머리를 식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오늘도 끝까지 읽고 공감해주신 모든 분들께 미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깨알 프로젝트 #28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