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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알프로젝트 #40

큰사람

때알 프로젝트.. 프로젝트명이 바뀐 것이 아닙니다. 오타입니다.

가끔 오타가 날 때면 자판이 문제인가? 갑작스런 손가락 또는 뇌의 문제가 생긴 것인가? 라는 걱정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마음이 바빠서일때가 많았습니다.


지금 마음이 바쁜 이유는 계획한 대로 하나도 되지않고 흘러가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으면서도 포기하지않고 생각한대로 시간이 흘러가줄거라는 기대를 놓지 않아서입니다. 그러면서 '깨알'들을 통해 느낀 것을 놓치지않고 고스란히 적어내고싶은 마음까지 곁들여져서입니다.  "깨알프로젝트"명은 변하지 않았으며 오타가 난 김에 여전한 저의 모습을 돌아봤습니다.



어디서나 나타나는 "깨알"

그들 덕분에 '풉~"하면서 "찰칵"하는 순간이 "감사"합니다.

그런 "감사"를 오늘도 찬찬히 나누도록 마음을 다스리며 적어보겠습니다.



#1. 쓸 수 없는 물티슈..

아무렇지 않게 찢어서 물티슈를 꺼내려고 했습니다. 다행히도 그림을 피해서 찢었습니다. 찢고 물티슈를 꺼내서 손을 닦으면서 제대로 바라보니까 '스마일'이었습니다.



뒤늦게 알고 그림을 훼손하고 싶지 않았는데 다행히 그림을 피해서 찢었네요.  손을  닦기 위해 사용하는 1~2초 사이지만 제게는 아름다운 미소가 번지는 시간이었습니다.



1~2초 사이 제 역할을 하고 나면 쓰레기통으로 버려지는 물티슈와 포장지이지만 그 짧은 시간에 제게 "웃읍시다. 웃고 살자고요."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치~~"하고 웃어버렸습니다. 사회는 늘 퍽퍽하고 사람사이는 치열합니다. 그 틈 사이에서 내 모습으로 살아가는 순간순간들이 버겁기도 합니다. 피할 수 없는 관계 속에서 버틴다고 말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1~2초 잠깐 "치~~"하고 웃었더니 많았던 치열한 순간들때문에 느낀 힘듦이 '휘이이'날아간 것같아서 참 좋았습니다.



디자인해 주신 업체분께 감사.




#2.  투명한 손잡이..

투명함을 자랑하는 투명 손잡이를 만났습니다. 얼른 찍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광고가 재섭외되지 못해서 투명한 손잡이 그대로 있구나라는 생각으로 매출을 생각하면 씁쓸합니다. 그렇지만 투명한 손잡이 자체를 느끼면서 드는 생각은 달랐습니다.



" 내 마음이 저렇게 투명하다면 참 좋을 텐데. 그러면 아무나 손쉽게 편히 잡는 버스 손잡이처럼 누구와도 통하는 좋은 대화를 하는 사람이 되어줄텐대'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속마음은 감추고 은근히 아닌데 그런 척하고, 그런 것이 뻔히 보이는대도 아닌 척하는 그런 이중적인 마음을 지니고 사는 것이 은근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언행을 돌아보면서 회복을 꿈꾸다보니 언행과 속마음이 일치하는 사람과 대화는 속이 시원하고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그런 것들을 느낄수록 저의 마음 씀씀이에 대해서 자꾸 짚어보게 되었습니다. 투명한 손잡이처럼 투명한 마음을 가지도록 다짐하는 시간이어서 좋았습니다.




#3. 사랑받는 꽃..

 작은 물병에 담긴 몇 가닥이 소박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했습니다. 마치 수줍어하는 소녀가 예쁜 옷을 입고 묻는 말에 대답 못하고 그저 고개를 떨구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조그맣고 소박한데 노랑꽃의 아름다움이 주는 그 느낌이 참 이뻤습니다. 그 꽃은 원래 자기가 있던 곳이 무척 그리운 듯 창가를 향해 있었습니다.



아름다움을 곁에 두고 보려고 꺾어 온 것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보면서 다시 한번 노랑 꽃의 수줍은 이쁨을 감상하고 지나쳤습니다.





#4. 건재한 파리채..

그 옛날 파리채가 생각나서 찍었습니다. 얼뜻 보기에는 파리채였습니다. 스윙감 좋게 말랑거리는 실리콘으로 감싸있는 것이 월등한 타격감과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는 듯했습니다.



어린 시절 파리채는 빨강채에 파랑손잡이 또는 녹색손잡이로 늘 우직했습니다. 강직한 성격 탓에 무리하게 내려치다가는 부러지기도 했고요. 학창시절 체벌에 쓰일 때면  "얼른 부러져버려라"라고 저주를 퍼붓기도 했습니다.



졸고 있는 친구 뺨을 옆에서 갈기면서 '낄낄'대던 그 시절 생각도 났습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도로 측구에서 비를 두들겨 맞고 누워 있는 파리채는 여전히 실력발휘할 수 있으며 건재하다는듯!!  또렷하고 깨끗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사진을 찍고 지나갔지만 내심 누군가가 그 건장한 위용을 느끼고 가져가셔서 여전한 타격실력을 감상하시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5. 쭈욱 눌린 핸드크림..

건물 상가 옆을 지나가다가 바닥에 떨어진 조그만 핸드크림을 만났습니다. 한껏 눌려있는 상태로 떨어져 있는 것을 보면서 안쓰러웠습니다.



저 정도 눌러서 썼다면 엄청 아끼면서 끝까지 제대로 눌러쓰신 건데 떨어뜨리고 가셨다는 생각이 들어서 안타까웠습니다.  크기가 작아서 앙징맞았습니다.  주인과 떨어진 채 앞으로의 운명을 걱정하듯 눌려있는 핸드크림은 안타까웠습니다.



여름 빼고는 손에  핸드크림을 늘 바르는 편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고운 손등을 위해 핸드크림을 바르신다는데 저는 손바닥이 거칠고 건조해만나는 분들에게 미안해서 바릅니다. 그러다 보니 바닥에 떨어진 조그만 핸드크림도 눈에 들어왔나 봅니다. "x눈에는 x만 보인다."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인가요?



하루를 살면서 '깨알'들을 예상 없이 만날 때가 가장 재밌습니다. 원하던 일이 해결되거나 원치 않는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는 것들은 저의 의도대로이거나 아니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깨알'을 만나는 것은 그런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입니다. 예상 못한 상황이기에 더 재미도 크고 즐거움도 큰 편입니다.




늘 말씀드리지만 길을 걷고 느낄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사를 느끼고 살고 있습니다. 눈을 뜨면 하루가 시작되고 눈을 감으면 하루가 마무리되는 아무렇지 않은 일상 그 자체도 감사함을 느낍니다. 제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공짜로 하루를 매일 지급받으니까요.



그런 하루 속에 저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깨알'들을 길 위에서 만난다는 것은  '미라클'입니다. 1~2초 잠시 웃었다는 것 하나로 리프레쉬& 리셋 효과가 상당합니다.



미소를 잃고, '와하하하'라고 박장대소하는 웃음을 잃은 일상일지라도 예상 못한 '깨알'은 '푸훗'이라고 웃게라도 해주기 때문에 소중합니다. 깨알프로젝트를 이어가는 이유도 제가 느낀 '푸훗'을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어서입니다. 이런 '깨알'들이 길에 널려 있어서 참 행복합니다. 예술은 아니지만 꾸준히 나누고 싶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미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의 깨알프로젝트 #40 --끝 --



덧붙여서: 몸이 근질근질합니다. 해외에 계시거나 여행하시면서 글을 적어서 나눠주시는 작가님들 덕분에 더 들썩들썩합니다. 계획된 일이 잘 진행된다면 '세계 깨알 프로젝트 (글로벌 쎄써미 프로젝트)를 하고 싶습니다. 해외 어느 나라에 가서도 길에 널려있을 "깨알"들을 만나고 소감을 쓰고 싶어 집니다. 가끔 여행 중이신 작가님들의 사진 곳곳에 빼꼼히 고개 내민 '깨알'들을 볼 때면 설레기도 합니다.  그런 프로젝트를 할 때는 온 가족이 함께 동행할 예정이고요. 이런 상상을 하는 자체도 감사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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