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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프로젝트 #41

큰사람

길을 걸으며 깨알들을 만나면서 추억이 떠오를때면 상당히 즐거워집니다.

그럴 때마다 어느 프로젝트에 올릴까 하는 고민도 하게 됩니다. (깨알프로젝트- 재밌는 깨알 올리기/잊사잃 프로젝트- 추억돋는 깨알들을 올리기)


그런 고민은 묻어두고 재밌는 깨알들을 나누면서 추억 깨알도 그냥 나누기로 했습니다.



괜한 고민을 접어둔 이유는 아무 생각 없이 걸어도 목적지에 도달하고,  고민하면서 길을 걸어도 목적지에 도달했습니다.  때로는 과도하게 고민하고 심각해하며 길을 걸을 필요가 없는데도 그랬던 적도 있었습니다. 목적지에 도달하고나면 '왜 그랬지?'라며 또 후회하곤 했습니다.



그런 행동들을 하면서 일상 속에서도 매번 고민을 거듭하면서 기회도 놓치고 돈도 놓치는 일을 반복합니다.  그런 반복의 후유증이 너무 커서 요즘은  '제발 길을 걷는 것처럼 하자!'라고 중얼거리기도 합니다.


그런 마음을 담아 오늘은 깨알들을 구분없이 펼쳐 봅니다. 이제는 삶의 여정도 '흐르는대로' 자연스럽게 해볼 예정입니다.



#1. 만국기..

만국기를 보는 순간!! 짜릿했습니다.

보자마자 저는 노란 모자를 쓴 초등학생이 되었습니다.  달리기에서 1등을 하고 손목에 1등 숫자 스탬프를 받고 씩씩거리면서도 신나던 그 옛날 제가 됩니다.  학교 교문앞에서 알록달록 만들어지고 있는 솜사탕을 군침 흘리고 바라보던 그 학생으로요.



만국기의 의미는 모릅니다. 다만 만국기가 걸린 날은 여지없이 뛰어다니고 '청군 백군 이겨라!'를 외치던 그 날과 매칭됩니다. 호빵-단팥 같은 조합처럼요. 요즘에는 새로운 대형마트가 오픈하거나 새로운 프랜차이즈점이 개장하는날 걸리기에 조금은 아쉽습니다.



보는 순간 너무 신나서 아이들 앞에서 흥분된 마음을 주체하지못하고 사진 찍고 웃었던 생각이 또 납니다.



#2. 연탄집..

연탄집 간판을 보는 순간!! 기분 좋았습니다. 다시 과거로 돌아갔으니까요.



아직도 '연탄으로 고기 구워 먹는 집이 있구나' 건강에는 쫌 그렇지만 재밌고 좋았습니다.  부모님과 큰맘 먹고 외식을 나가면 연탄불또는 자갈탄,숯위에 석쇠를 놓고 고기 구워 먹던 추억이 새록새록합니다. 어릴때 월계역만 덩그러니있고 주변이 온통 새까만 석탄산더미였던 기억도 여전히 떠오릅니다.



부엌과 복도에 연탄아궁이가 있던 어린시절도 떠오릅니다.

지금보다 훨씬 불편했는데 왠지 그때가 더 추억이 많습니다. 맨날 연탄갈이를 혼자 하시던 어머니를 보면서 "왜 엄마 혼자 밤낮없이 연탄 갈아?" 라면서 맘 아파하던 때도 생각납니다.  새벽에 꺼진 불을 다시 살릴 때마다 번개탄이 무척이나 기특했습니다. 얼른 불이 붙어서 연탄갈이가 빨리 끝나니까요.



그런 기억도 생각나게 해주는 간판의 연탄그림이 오랜만에 좋았습니다.




#3. 대바구니..

골목길을 가다가 어느 식당벽에 걸린 대바구니를 만났습니다. 어찌 이런 물건이 아직도 있는가 싶었습니다. 매우 반가웠습니다.



예전 어릴 때는 길을 걸어 다니면 바구니에 늘 뭔가를 널어서 말리는 걸 보고 다녔습니다. 완전 시골집에 사는 친구집에 가면 대바구니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처럼 요긴하게 사용하는걸 보기도 했고요.



큰집 명절에 가면 온갖 전(찌짐)을 밤새도록 만들어서 대바구니에 널어놓고 식히는 걸 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만들고 식힌 전들이 제사상에 올라갔다가 식사를 할때면 어린 마음에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그저 기다리고 기다리던 전들을 맘껏 먹는다는 생각에 행복했습니다.  대바구니는 그때 생각으로 '내복'처럼 없어서는 안 될 물건 같았습니다. 오랜만에 봐서 매우 반가웠습니다. 지금은 사용되기보다는 추억, 감성 소품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남아있어서 행복합니다.




#4. 천천히..

길을 가면서 늘 보게 되는 표지판 중의 하나입니다. 골목길이 좁으니 안전을 위해 '천천히'달리라는 표시이겠지요.



마음이 심란한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고민 저 고민을 하느라 시간은 정상적으로 흐르는데 저의 마음은 두 배 빨리 흐르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럴 때 만난 표지판의 '천천히'라는 말이 제게 메시지 같았습니다.



"급하지 않으니까 조금 천천히 생각하고 움직여!!"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도 급하지는 않은데 뭔가 잘해보려고, 완벽하게 하려고, 잘한다는 생색을 내고 싶어서 분주하게 굴고 있는 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5. 화분..

주문한 커피를 기다리다가 보게 된 조그만 화분은 저를 웃게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아이가 아니라 어른이지만 아직도 모르는 꽃들이 많습니다. 아이들과 같이 길을 걷다가 아이들이 물어볼 때면 쭈삣거립니다. 그렇지만 그 순간을 피하지는 않습니다. 꽃을 향해 같이 웅크리고 앉아서 '구글렌즈'를 켜서 검색합니다. 그렇게 알게 된 꽃들의 이름을 같이 되뇌어보면서 길을 이어가기도 합니다. 세상 참 좋긴 합니다. 가끔 몰래 도서관에 간 날, 원예,야생화 도감을 한참 들여다보기도 합니다. 아이들과 자연을 즐기기위해 '지식과 정보'를 몰래 비축하는 것이지요.



카페에서 본 화분의 이름을 읽고서 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피쉬본' 이름을 읽고 다시 들여다보는데 '기가 막히게 이름 잘 지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 먹고 남은 고등어 뼈, 화분 명패를 번갈아 보면서 혼자 웃고 있었습니다.


"xxx번 고객님~~"이라고 몇번 불러주고나서야 정신이 들면서 커피를 받아 들었습니다.



커피를 들고 나오는데도 웃음이 나왔습니다. 장난 같은 이름과 그 모양. 아이들에게도 보여주려고 찍어 나왔다가 모든 분들과 즐기고 싶어서 올려 봅니다.


여전히 발을 디디며 다니는 곳마다 '깨알'을 만나서 행복합니다.





발을 디디며 다닐 수 있다~~라는 자체가 행복하게 느껴지는 시간들이었습니다. 다리가 아플때도 있지만 그래도 걷는 이유는 걷기만 하면 세상의 요약판 같은 '깨알'들을 만날 수 있기때문입니다. '공짜'



이번 깨알들은 '추억'을 소환하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특이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아마도 추억 돋는 깨알들 통해 힘을 얻으라는 것인지도 모르고요.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라고도 하시더라고요.



여기까지 적는 동안 그 어떤 고민도 없었고 그저 행복한 마음만 가득했습니다. 사실 깨알들은 서울, 경기권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지금 여건상 지방 여행을 맘껏 할 상황은 아니라서요. 원래 재미꺼리가 떠오르면 아내와 협의(?)를 하고나서 차로 아이들 모두 태우고 부산 아침바다를 보러가기도 하고요. 강원도 바다로 가서 점심을 먹기도 했습니다. 요즘 재정 문제로 잘 안 움직이는걸 눈치챈 아이들이 "우리 요즘 어디 안간지 꽤 되었어요!!"라고 자주 말합니다.  재정 문제가 조금만 풀리면 슬슬 움직여볼까합니다. 작가님들과 국경을 오고가며 소통하다보니 더 들썩들썩하기도 합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미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의 깨알프로젝트 #41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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