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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사람에게 소개받고 결혼한 남자

순대 사장님

나는 모르는 사람에게 아내를 소개받았다. 

처음 방문한 푸드트럭 순대 사장님이었다.


우리는 5개월 후 결혼했다. 

그리고, 


나는 곧 후회했다.  
아내는 더 많이 후회했다. 

의류회사에 다닐 때였다. 

금요일 저녁 늦은 시간까지 야근을 하며 일을 마무리했다.

맡은 업무에 대해 완벽한 마무리를 추구하느라 스스로 야근했다. 

늦은 퇴근길에 배가 고파서 편의점에서 요구르트를 사자마자 냉큼 들이켰다. 

마시는 동안 덩어리가 계속 목에 걸렸다. 반정도 마시고 나서야 유통기한이 지났음을 알게 되었다.  

편의점 가서 바로 항의를 했다. 

그랬더니 

"죄송합니다. 같은 걸로 바꿔 드세요."

"아니!! 유통기한 지난 걸 먹은 사람한테 똑같은 걸로 바꿔 먹으라고요?"

"환불해 줘요." 

"네네. 죄송합니다."

얼마 안 되는 돈을 손에 쥐고 황당한 마음에 터덜터덜 걸었다.  

걷다 보니 

길가에 순대 파는 푸드트럭이 보였다. 배탈이 걱정되어 순대 한 접시를 먹기로 했다. 

"순대 한 접시요."

"이 늦은 시간에 혼자 가세요. 황금 금요일인데."

"여자친구도 없고 일도 많아서 이제 퇴근해요. 순대! 맛있네요."

사장님이 갑자기 

"나 이런 사람은 아닌데, 괜찮은 처자 아는데 소개해줄까요?"

"예? 어색한 소개팅이 싫어서 애인이 없는데....ㅏ.....ㅓ...... 함 해볼게요."

뭔가 홀린 듯 수락을 했다.  사장님은 상대방 의향을 물어보고 전화번호를 건네줄 테니 

젊은 사람들끼리 알아서 해보라고 하셨다.  

다음날 전화번호를 받았고 바로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다음 날 우리는 커피 한잔을 놓고 어색한 대화를 시작했다. 

그런데!! 첫 대면에 2시간을 넘게 대화했다. 


대화 중에 내가 제안했다. 

"나이 먹은 사람끼리 만나보는 건데 밀땅연애나 서로 무작정 돈 쓰지 말고 대화하며 서로를 알아보죠?"

이런 행동이 아내는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그 날이후로 우리는 거의 매일 저녁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했었다. 

대화를 할수록 아내는 ' 이 남자는 정말 불친절하고 배려 없고 별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나는 첫 만남 후 무조건 '결혼'이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밀땅' '눈치싸움'은 없었다.

매일 커피 마시며 입에 단내날 정도로 대화했다. 커피를 또 시켜 먹기도 했다 

결혼 전 외박은 절대 안 되는 가정의 아내를 반영하여 우리는 매일 만나 대화만 했다. 

  

만난 지 2개월 만에 결혼확정하고 5개월 차에 결혼식도 했다. 

아내는 말도 안 되는 상황 전개에 '이러다 결혼하는 건가? 이렇게 결혼하는 건가?' 어리둥절했다고 한다.

결혼날짜를 아내로부터 받고 우리를 소개해준 '순대 사장님'께 인사를 드렸다. 

그분도 이렇게 결혼까지 이어지는 게 신기하다고 했다. 

그분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결혼과 신혼여행을 마친 후 그해 겨울 빙판길 사고로 인해 더 이상 순대장사를 하실 수 없게 되었다.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이다. 그분은 지금 어린이집 선생님이 되셨다. 


신혼기간은 꿀단지에서 꿀이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아내는 " 당신은 결혼 전보다 결혼 후가 훨씬 나아요."라고 말했고, 

내 대답은 "이제 잡은 고기이고, 나만의 여자이니 최선을 다해야죠."이었다. 

이때까지는 좋았다.  


모르는 사람(순대 사장님)의 소개로 결혼한 것은 나의 자랑이었고, 다른 사람들의 이해할 수 없다는 시선들을 즐기며 처음에는 맞추고 노력하며 잘 지냈다.  

그런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점 고집 피우고 억지 부리는 내가 되기 시작했다. 

첫아기가 태어나면서 싸우는 횟수도 더 많아지고 다양해졌다. 

급기야 

"으휴! 연애를 길게 할걸. 매일 늦은 시간까지 회사 앞에서 대화를 그렇게 했는데.... 이제 보니 우리는 오픈할만한 생각과 내용으로만 맴돌면서 대화를 했네요. 당신과 나 엄청 다르네요."

"그러게요. 우린 어쩜 이렇게 모를까요. 다르고요."

둘은 각자 가슴이 먹먹하고 속상했다. 화도 나고요. 

'왜 이러지? 언제까지 이러지? 답답하다. 이럴려고 결혼한 것이 아닌데.'

 

아이 셋을 낳는 5년간 매 순간 의견이 정반대였고, 매번 싸우고 속상하고 아파했다. 

나는 '이게 뭐 하는 짓일까 싶을 정도였다.'

아내는 '매일밤 울었으며, 마음은 썩고 문드러졌다고 한다. 숨이 안 쉬어지기도 하고.' 

너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나도 나를 모를 정도고 상황도 대책없이 흘러가기 시작했다. 

부부상담제안에 적극 손들고 참여했다. 

내 어린 시절, 내 학창 시절, 결혼 전과 후 나의 모든 마음과 경험이 속속들이 드러나는 상담시간에

얼굴이 화끈거리고 창피하지만 견뎌냈다. 그래야 제대로 된 결혼생활로 돌이킬 수 있다 싶었기에.


그리고 벌써 7년이 흘렀다. 


지나온 날들을 돌이켜보면 

'필요한 대화들을 지혜롭게 많이 하지 못했다.'

'수많은 상황마다 내 생각만을 고집하며 아내가 따라주도록 고집했다.'

이런 남자의 생각들이 엄청난 다툼과 서로의 상처를 만들었다. 

   

그리고 여전히 노력하고 있다. 깨달은 것들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금도 공사중이라고 한다. 

지금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아내와의 만남을.
아내도 감사하기 시작했다. 나와 살고 있음을. 



사진출처: Unsplash의 John 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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