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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그러나 오래 있지 않는다.

어차피 늦게 오니까!

나는 아이들과 분당에 살았다.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도록 가르치고 싶었다.

아이들이 어려서 교회도 5분 거리에 살도록 정했다.

나의 출퇴근은 분당-인천을 아침, 저녁 오고 가는 여정이었다.

내가 결정했으니 내가 감수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주변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칭찬하거나 바라볼 때도 그런 반응에 우쭐대기보다는

내가 감당하겠노라고 다짐했으니 묵묵히 하자주의였다.


깜깜한 새벽에 출근 시작하고, 깜깜한 밤에 집에 도착했다.

토요일도 비슷했고 일요일만 온전히 집에서 쉬었다.

아내와 아이들이 좋은 여건을 접할 수 있다는 것에

마음의 위로를 받으며 더 열심히 살아내려고 노력했다.



그렇지만

나도 사람 중의 사람. 남자 중의 남자인지라 1개월, 2개월, 3개월 시간이 흐르면서

장거리 출퇴근에서 느끼는 피곤, 일에서 느낀 불평불만, 집에까지 가져온 다양한 스트레스

그것들은 아내와 수시로 충돌하게 하였고, 대화를 줄어들게 했으며, 아내의 모든 것들이 불평불만의 대상이 되어갔다. 이제 말을 배우는 아이, 아직 기저귀 차고 있는 아이 둘에게도 불평하고 혼내기를 시작했다.

점점 나는 가족 속에 이방인이 되어가기 시작했다.

왠지 나만 따로 있는 느낌, 아내와 아기들이 나를 멀리하고 싶어 하는 느낌!!

그것은 사실 나를 멀리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서 느끼는 무서움과 불안감 때문에 피하고 싶어 하는 두려움이었다.


부부상담을 전격 결정하게 된 계기였다.

아이들을 자꾸 훈육하려 들지 말고, 무섭게 지적하지 말고,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고 이해해 주고 잘 모를 때 알려주라고 했다. 누군가는 말했다. '내 아이라 생각하지 말고, 다른 사람이 맡긴 아이라고 생각하라' 그러면 아이들에게 함부로 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이들이 어려서 말을 잘 못할 뿐이지 다 알고 다 느낀다고도 했다.


 가족 안에 이방인이 되어가는 나.

'더 이상은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큰일 나겠다'라는 걱정이 생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중년의 고민을 너무 빨리 시작했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얘기였다.   


지금은 분당을 떠나서 살고 있다.

어느 날, 아이와 대화하다가 충격을 받았다.

"분당은 교회와 거리가 가까워서 편하고 좋은데, 우린 너무 멀리 다녀서 힘들어요."

"그래. 분당이 좋았지? 거리도 가깝고."

"그것만 좋았어요. 아빠는 무서웠어요."

"그러면 매일 힘들었겠네."

" 그렇긴 했어요. 근데 괜찮았어요."

"어..왜? "

"평일에는 잘 때 나가고, 잘 때 들어오셨기 때문에요. 일요일만 같이 있으면 되서 괜찮았어요."

순간, 머리를 망치로 얻어 맞는 충격이었다.

"아...그랬구나. 그래도 그런 말을 해줘서 고맙다."

예전에는 전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 말도 아빠가 들으면 화를 내거나, 삐지면서 분위기가 이상해졌기 때문이다. 그런 말을 해줘서 다행이다. 그렇지만 충격은 엄청났다.  

"아빠가 많이 무서웠구나. 미안하다. 사과할께." " 지금 많이 노력중이다."

"알아요. 아빠 조금 달라졌어요. 그래도 가끔은 무섭기도 해요."

대화 내용이 내게는 '계속 노력해주세요.'라고 들렸다. 이제라도 솔직하게 들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아내는 그런 관계가 이어지는게 염려가 되었다고 한다. 말도 잘 못하는 아이들이 벌써 아빠를 무서워하고 피하고 싶어하면, 아이들이 자기 표현을 하고 자기 생각대로 행동을 하게 되는 사춘기때 아빠가 '단절'과 '고립'을 겪을까봐라고 했다. 아내 말은 무서웠다.



좋은 아빠가 되, 좋은 가정을 함께 만들어가는 남자가 되겠다는 포부는

연기처럼 날아가고

'가족 안의 이방인으로 자리잡고,

가족을 위해 돈 벌러 다니는 존재로써 아빠!' 는 아니다.

내가 그린 그림이 아니다.  


화장실같았다.

함께 있어야 하지만, 늘 함께 오래 있지는 않아도 되는 것.

안 그러고 싶다. 굳은 마음을 먹는다.


" 아이들을 훈육한다고 지적하거나 혼내지 말고 아이들의 말을 들어주고 설명해주는 부모가 되자!"

나는 오늘도 그렇게 산다.


사진출처: 사진: UnsplashSamuel Regan-Asan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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