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살아간다는 자체,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감사를 잊지 않으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걸으면서 보는 모든 것들이 여전히 재미있고 상상도 더 많이 하게 해주는 것 같아서 '깨알'은 언제나 느끼한 음식을 먹고 입에 넣는 '민트'입니다.
별거 아닌 것을 매주 토요일 나눌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나눠보겠습니다.
#1. 길 위의 깨알들
1. 음료 한 캔
우리는 모두 위트가 있고 그걸 나누고 사는 사람 같습니다. 길을 걷다가 노트북으로 열심히 일하는 여성을 만났습니다.
일이 많았나 봅니다. 집에 가지 못하고 여전히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맥도널드 콜라를 마시고 일하다가 일이 끝나지 않고 졸려서인지 코카콜라 한 캔을 더 마시고 일하는 중입니다.
그런 느낌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야기 이어 쓰기'하듯이 쓰레기를 버려두고 갔습니다. 조형물의 노트북도 그 옛날 쓰던 노트북 모양이라서 정겹기도 했습니다.
2. 방향지시등..
운전을 한다는 것은 다양한 차들과 어울려 목적지로 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직진해야 하니 앞을 볼 수밖에 없고 앞차의 후미등을 주시하면서 운전을 하게 되는데..
보다가 웃음이 터져 나와서 신호대기하면서 얼른 찍었습니다. 망가진 방향지시등대신 부착한 화살표가 압권이었습니다. 사용하시는 운전자분의 위트가 최고였습니다. 실제로 좌회전 때 깜빡깜빡하길래 웃었습니다. 심지어 우천을 대비해서 일회용 봉지로 우비처럼 감싸놓으셨습니다.
얼른 고치셨겠지 하면서 한번 더 웃고 마음으로 엄지 척하면서 목적지를 향해 안전 운전했습니다.
3. 장독..
길 한편의 비닐하우스 앞 장독들을 보면서 웃었습니다.
3개가 마치 눈사람 같았습니다.
장독, 나란히 3개,
저는 당연히 저희 집 삼 남매를 떠올립니다. 아들, 딸, 딸 들이 사진을 찍으면 늘 이렇습니다. 함께 팔짱을 끼거나 서로 안아주면서 찍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나중에는 달라질까요?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런 생각과 함께 제가 어릴 때엔 집집마다 베란다에 장독 몇 개가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주택이나 시골도 아니지만 김치, 간장, 된장등을 담글 때 허리가 쑤욱 들어갈 정도로 큰 게 있었던 적도 있었고요. 수완 좋은 주민분들은 아파트 화단 구석에 장독을 몰래 묻어놓고 드시는 것을 본 적고 있습니다. 옛날이니까 가능했지요. 지금 단지 내에서 그랬다가는 큰일 나는 날이 됩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잊혀야 할 추억과 놓아줘야 할 기억, 물건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요즘이라는 생각이 또 들어서 가끔은 허전합니다.
#2. 마음에 감사 & 행복
1. 사탕..
각자 하루일을 보내고 집에 들어왔다가 깜짝 놀라고 웃었습니다. 아내와 제가 사들고 온 사탕 때문입니다.
아내는 우리가 목이 아플 때마다 먹는 사탕이 저렴하고 많다면서 사 왔고요. 저는 저희가 주로 먹는 사탕이 보인김에 사온 겁니다. 두 가지 맛 사탕이 개수만 달랐습니다. 들고 들어오면서 '이거 남편(아내)이 좋아하겠지?'하고 흥얼거렸을 우리 둘을 생각하면서 뭉클하고 '감사'했습니다.
'내가 사 왔는데 당신도 사 왔네요?'
'당신 좋아하길래 샀죠~'
둘이 비슷한 행동한 것도 재밌지만 서로를 챙긴다고 한 행동 자체가 감동이었습니다. 감동 덕분인지 가슴 한구석이 뭉클했습니다. 그런 마음의 눈으로 바라봐서인지 아내가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같이예뻤습니다.
2. 모자이크 벽화
길에 떨어진 꽃잎(좌), 조각들을 모아 만든 아름다운 벽화(우)
수변공원을 걷다가 다리아래 모자이크벽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깨어진 조각들을 색깔 맞춰서 붙여놓으니까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그림이 됩니다.
가까이 가면 깨어진 조각들이 무수히 많이 보입니다. 그것을 보면서 저의 일상을 떠올려봤습니다. 계획과 달리 밥 세 번 먹고 졸다보면 하루가 지나갑니다. 뿌듯하게 보내지 않은 하루는 후회가 됩니다. 고통스럽거나 억울한 하루는 정말 속상하고 억울하기도 합니다. 수많은 일들이 생기는 매일은 희비가 엇갈리면서 불평과 원망을 수시로 합니다. 그랬던 시간들이 어느새 지나가고 뒤돌아보면 놀랍니다. 지난 6개월 때문에 일이 해결되었고 흘러간 4년 때문에 일이 능숙해지면서 전문가 대우를 받기도 했습니다.
매일 매시간은 고통스럽지만 뒤돌아보면, 지나온 시간들이 모두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 시간들 덕분에 인생 혜안을 조금씩 얻어가며 성숙해지고 있습니다. 이제야 성숙해지냐고 할 수도 있지만 그런 모습이 저의 현주소입니다. 제가 흘려보낸 매일, 화내며 억울해하던 하루, 그 하루가 모여서 인생의 그림이 진행 중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오늘도 보내고 있는 '하루'자체가 불평스럽기보다는 불만족이기보다는 소중하고 '감사'했습니다.
다리밑 모자이크 벽화를 보고 '아! 그렇군!'이라고 깨달았으니 제겐 '감사'한 일입니다.
#3. 마음에 깨알추가 -초심
길옆 수변공원의 조각을 보고 길을 멈췄습니다.
한 여자가 은은한 음악을 음미하며 연주하는듯한 모습이었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저는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저의 결혼은 처음 본 순대집 사장님(모르는 사람)이 소개해준 인연으로 아내를 만나 5개월 만에 가정을 이뤘습니다. 결혼하자마자 아이 셋을 연달아 놓고 도시를 건너뛰는 이사를 다섯 번 했습니다. 직업이 7번바뀌면서 주/야간 교대일도 했다가 평범한 출퇴근도 했다가 쉬기도 했고요. 돈을 좀 벌다가 못 벌다가 굶을 때도 있었습니다. 일반인의 순탄하지 않은 결혼생활이기도 했으며 내 잘못이 아니라 다니던 회사들 탓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사실은 매 순간 자존심에 의한, 잘못된 마음에서 비롯된 '저의 선택'으로 감당하게 된 시간들이었습니다. 그 시간을 감당하고 지금껏 지내고 있습니다. 아내와 함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항상 한결같이 주어진 악기를 들고 최고의 음악을 연주하려고 심혈을 기울이는 저 조각의 여인은 바로 제 아내를 생각나게 했습니다. 저의 아내는 어떤 상황 속에서도 남편과 호흡을 맞춰서 함께 이끌고 있는 가정, 그리고 형제, 부모의 관계가 원만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지냅니다. 실로 고마운 아내입니다. 고부간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아서 일부러 시댁과의 단절을 통해서 아내의 마음을 챙기고 있지만 순식간에 속절없이 늙고 여위어가는 자신의 부모를 생각하면서 똑같은 시간을 겪고 있을 시어머니의 안위도 염려하면서 기도하기도 하고요. 어머니를 안 만나고 있는 저의 속마음을 헤아리기도 합니다.
그런 생각이 났던 수변공원의 조각을 사진을 찍다 보니 저의 결혼 초심을 깨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초심을 떠올리려고 아이폰4로 찍고 있는데 저에게는 감동과 함께 초심을 제대로 살려주는 귀한 사진이 되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힘들어서인지 생각이 깊어지고 길에서 보이는 '깨알'들과 더 깊은 교감을 하는 것 같습니다.
길에서 '깨알'들을 만나면 얼른 사진 찍고 잠시 서 있었는데 때로는 오래도록 서 있기도 합니다.
적어놓고 보면 별거 없고 대단하지도 않으면서도 일상 속에서 늘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듯, 마치 창작자인듯한 느낌으로 가끔 지내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일상 속 작은 프로젝트 덕분인지 토요일이면 백배 즐거운 토요일을 맞이합니다.
창작활동을 하시는 분들의 인고의 시간과 창작을 위한 사전준비, 노력에 비하면 '개미오줌'만큼의 시간과 노력이지만 '깨알프로젝트'덕분에 감사와 행복을 매일 느끼고 지냅니다.
이런 깨알프로젝트를 이번 토요일에도 즐겨주신 모든 분들께 오늘도 진심으로 미리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