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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프로젝트 2 #4

깨알 감사 초심

길을 걸으며 느끼는 재미가 공짜라서 늘 즐겁습니다. 요즘에는 밤에 보이는 것들도 낮에 보이는 '깨알'만큼 선명하지는 않지만 재밌습니다. 사실 그런 것들이 다른 분들이 보시기에 별거아니라서 쑥쓰럽기는 합니다.



길을 걷다보면 요즘은 날씨를 예상할 수 없는 날들이 많습니다. 폭염이라고해서 단단히 마음 먹고 길을 걷고 있는데 먹구름이 서서히 하늘을 덮자마자 천둥번개가 치고 폭우가 쏟아지기도 합니다. 마치 말레이시아에서 만났던 뜬금없는 강우같은 느낌입니다.



그럴 때마다 자연의 힘에 놀라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얼른 피하기만 할 뿐입니다. 무지막지했던 일본 지진과 해일, 태풍과 함께 부쩍 횟수가 늘어나는 우리나라 지진도 생각나면서 섬뜩하기도 합니다. 모든 자연 현상앞에 인간은 '힘없는 존재'임을 다시한번 확인할뿐입니다. 그런 순간들을 거치면서 만난 '깨알'들을 천천히 나눠 보겠습니다.




#1. 길 위의 깨알들


1. 맨홀..

까망 아스팔트 위에 그어진 두줄의 중앙선은 절대 넘지 말아야 할 선입니다. 특이하게 맨홀이 함께 시공된 길을 보면서 잠시 생각을 해봤습니다.



절대 넘지 말아야 할 선이 꼭 있어야 할 맨홀과의 '상생'을 위해 선을 끊어가면서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절대'라는 것은 없다는 것이 생각납니다. 한때 실수로 중앙선을 침범하며 유턴하다가 벌금과 함께 벌점도 받고 교육도 받으러 갔던 생각도 났고요.



사회 속의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가족과 살아가면서 '상생'하는 법을 잘 몰랐던 저의 모습도 생각났습니다. 아이들이라고 무시하면서 무조건 간섭하고 통제하던 제 모습, 사회에서는 아랫사람에게 지시해놓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고 제가 했던 방법을 제시하면서 그것이 '답'인양 가이드했던 날도 생각났습니다. 지혜로운 '상생'을 잘 몰랐었던 탓에 서로가 힘들었습니다. 맨홀과 중앙선의 적절한 '공생'을 보면서 이제는 '간격'조절을 잘 하는 삶을 살기로 다짐해봅니다.




2. 경고 팻말..

갑자기 불어난 살을 빼고자 '운동으로써의 걷기'를 하려고 길을 나섰다가 만난 표지판이 발걸음을 멈추게 했습니다.



'잦은 뱀 출현'이 일단은 무서웠습니다. 불편하다는 생각도들었고요. '무서움'이 앞섰지만 생각해 보면 '다행이다.'싶습니다. 도시화가 진행되고 편의를 위해 도로가 생기고 새로운 구조물들이 생길때마다 원래의 자연은 훼손되고 사라져갑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여전히 '뱀'이 나타난다는 것은 아직도 '자연'이 우리와 함께 있다는 것이니까요.



아이들이 가끔 물어볼 때가 있습니다.

"저 동물은 왜 저기서 차에 치어서 죽어요? 도로를 피해서 가면 되잖아요~"

"원래 동물들이 다니던 길인데 도로가 생기고 건물이 생겨서 그래. 원래 동물들의 통로니까 예전처럼 가다가 차에 친거지. 우리 편의를 위해 만든 것들이 자연의 순리를 방해하는거지!!"

그런 의미에서 아직 '다행이다.'라는 것입니다. 어릴때 학교뒷산만 가면 수시로 보던 뱀이었습니다. 소풍때는 뱀을 잡아서 여학생들한테 던지면 놀라서 자빠지는 것을 보면서 친구들과 '킥킥'거렸습니다. 그러다가 선생님께 붙잡혀서 호되게 혼나기는 했습니다. 건물숲사이에서 사계절이 느껴지는 자연이 곁에 있음이 감사했습니다.


3. 스마일..

손을 씻으러 갔던 세면대, 목이 말라서 물 한모금 먹으러간 정수기 근처에서 만난 '깨알'들이 '풉'하고 웃게 해줬습니다. 그리고 기분이 좋아졌었습니다.


우리 몸은 가짜 웃음에도 몸에 좋은 물질이 나온다고 라디오 방송에서 들은 적이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도시, 건물 곳곳에 '스마일'이 더 많이 배치되어 박장대소가 아니더라고 '푸훗'하고 웃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건강해졌으면 좋겠습니다. 회색도시에 살면서 자연스러운 웃음보다는 웃음을 유발하기위해 기획된 것들통해서만 웃음이 생기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같습니다.



도시 공간속에 '공공미술'에 관심 많은 저로써는 가끔 뱅크시의 '메시지 가득한 미술'을 눈여겨보기도 하지만 '메시지 가득'보다 이렇게 1초 웃음을 주는 '깨알 미술'이 도시를 뒤덮어 주기를 은근히 바라기도 합니다.





#2. 마음에 감사 & 행복


1. 담장너머 그리고 창문밖..

올해는 아이들과 의미있는 활동을 계획했는데 '서대문 형무소'방문이 그 중 하나였습니다.

아이들이 중1, 초5, 초3이라서 방문하고나면 느끼는 것이 있을 줄 알았습니다. 날이 너무 더워서인지 나라가 있는 소중함과 감사에 대해 느끼기보다는 너무 더워서 '헥헥'거리느라 집의 소중함만 느꼈다고 했습니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소중한 목숨을 바친 애국열사들, 갖은 고통을 겪었던 공간, 대한민국의 회복을 위해 울부짖고 최선을 다했던 손길들을 느끼면서 아이들보다 제가 감사하고 감동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주변을 둘러싼 높은 담장과 담장위로 보이는 하늘, 고통과 간절함을 울부짖었던 나무가 언뜻 보이면서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벽돌 갯수보단 많은 분들이 자유롭게 '대한민국'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그날을 위해 이 담장안에서 얼마나 울고 힘들어하셨을까 싶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갇혀서 고초를 겪거나 옥사했던 공간을 둘러보다가 창문을 보면서 또 울컥했습니다. 지금은 그 공간을 들락날락거리면서 답답함과 서늘함을 느끼면서 수많은 분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상상하기만 합니다. 그 당시에는 눈앞에 보이는 저 창살 창문을 붙잡고 얼마나 울었고 얼마나 대한민국의 회복을 위해 애원하셨을까 싶었습니다. 그런 울분과 노력이 지금 제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주셨다고 생각하니 '감사'가 느껴지면서 가슴이 울컥했습니다.


나라를 위해 한번뿐인 자기 목숨, 혹여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이름없이 죽을수도 있는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나라의 회복을 위해 투쟁하고 희생했던 그분들이 존경스럽고 감사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감사함과 애국열사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가르치려고 방문했다가 폭염에 혀가 쏘옥 나오고 터덜터덜 걷는 아이들을 달래느라 꾹꾹 참는 하루였습니다. 그래도 잊지 않게 하고 싶어서 가방에 부착하는 기념품, 장식, 태극기 팔찌들을 사주면서 오늘 방문을 잊지 않도록 했습니다.



저녁을 먹고 산책을 나왔다가 가로등에 걸린 태극기를 보면서 저 혼자 뭉클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일 수 있도록 '대한민국'이 여전히 건재함에 감사했고 그렇게 되도록 낮에 본 수많은 애국열사분들에게 다시한번 감사했습니다. 태극기에서 모티브를 따서 옷을 디자인할때면 늘 불평했었습니다. 다른 나라국기보다 화려하지않고 뭔가 허전하고 힘없어 보인다고요. 오늘 본 태극기는 그런 느낌이 아니었습니다. 단정하고 깔끔하면서 할 말을 하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필요한만큼의 아름다움과 자신감이 넘치는 느낌이었습니다.


나라를 위해 희생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이런 나라의 진정한 가치를 되새겨볼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이런 나라에 살고 있음에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3. 마음에 깨알추가 - 초심

아이폰4로 찍은 사진(좌), 부연설명을 위해 갤럭시로 찍은 사진(우)

결혼할때 초심을 다시 떠올려서 더 좋은 생활을 만들어보겠다고 아이폰4로 깨알들을 찍는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신개념 신호등을 만났습니다.

보통 건널수 있는 시간을 보여주는 신호등이지만 오늘 신호등은 '몇초가 지나면 건널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얼른 찍었는데 아이폰4로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이해를 돕기위해 기존의 휴대폰으로 찍어서 첨부했습니다.



신개념 신호등을 보면서 저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인생에 있어서도 다시 행복해지거나 문제가 해결되는 시간을 알리는 시계가 있다면 좋을텐대 말입니다. 결혼을 하고 신혼이 지나자마자 가시덤불같은 시간이 수시로 반복되면서 아내는 이를 악물고 참아가며 함께 상황을 이겨냈습니다. 저는 억울해하고 투덜거렸지만 그런 저를 위로하고 도와주며 곁에 있었습니다. 언제쯤이면 그런 시간이 끝날지는 전혀 몰랐고 지금도 모릅니다. 다만 이 시간이 지나가면 해결될거라는 희망을 붙잡았을 뿐입니다. 그러는동안 고통은 엄청났었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막연함에 피가 마르고 입이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고통이 이어졌고요. 마음도 피폐해졌습니다. 그런 아내에게 이런 '시간알림시계'가 있었다면 기다림의 양을 알기에 덜 힘들었을텐대라는 푸념도 해봤습니다.



물론 지금 삶의 시간이 유쾌통쾌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예전보다는 제가 아내와 대화다운 대화를 하면서 지내려고 노력하다보니 '조금' 숨통이 트일 정도라고 아내가 말했습니다. 신개념 신호등을 보면서 삶에 반영되면 좋겠다! 라는 막연한 푸념과 희망을 해본 저녁시간이었습니다.





깨알프로젝트 발행을 위해 수차례 점검을 하는 금요일밤!! 어쩔때는 재미가 하나도 없을때가 있고요. 어쩔때는 재미있는 것이 너무 많아서 '과유불급'일때도 있습니다. 매번 발행버튼을 누르고 느끼는 것은 길에서 만난 '깨알'들이 매우 재밌었는데 '그 때 그 재미'를 제대로 전할만큼의 실력이 제겐 없다고 불평하는 날이 많습니다.



이번 발행글을 적으면서도 마찬가지로 그런 아쉬움이 앞섭니다. 그렇지만 조금 다른 느낌도 있었습니다.

건재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감사함과 14년째 아내와 함께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다림의 양을 알 수 없고 고통의 시간이 끝나는 시점을 전혀 모르지만 여전히 함께 살아주고 있는 '아내'에게 고마웠습니다.



오늘도 제가 만난 '깨알'을 보시면서 감상해 주신 모든 분들께 미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의 깨알프로젝트 2 #4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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