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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프로젝트 2 #5

깨알 감사 초심

길을 걸으면서 '깨알'을 찾아다니지는 않습니다. 걷다가 보면 '깨알'들은 '나 여기 있다. 보고 가소!'라면서 보입니다. 그럴 때마다 맛있는 음식을 생각지 못하게 먹는 느낌으로 '짜릿'합니다.



하찮은 물건이지만 그런 '재미'를 느끼는 것을 통해 지친 하루 또는 의도치 않은 일들로 버거울 때 '큰 힘'이 되기도 해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런 '깨알'들을 나누면서 저도 '깨알'들을 만났을 때 느낀 기분을 다시 느낄 수 있어서 오늘은 즐거운 시간입니다.




#1. 길 위의 깨알들


1. '너와 나'..

해가 내려간 늦은 저녁, 건강을 생각한다면서 채우지 못한 '하루 만보'를 채우려고 나왔다가 재밌는 것을 봐서 얼른 찍었습니다.



'소화전'은 늘 중요한 물건입니다. 이 물건의 위치를 알려주는 중요한 '표지판'이 옆에 있고요.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색깔 때문에 눈에 띄면서 중요함을 기억하게 합니다. 제 시선을 끄는 것은 그것보다 다른 이유였습니다.



같은 듯하면서도 다른듯한 색깔과 두 물건의 크기와 배치된 자리가 제 시선을 잡아당겼습니다. 제 눈에는 마치 '아내뒤에 선 남편'같이 보였습니다. 그런 느낌으로 아내에게 '남편'이 되고 싶은가 봅니다. 회복가정을 꿈꾸다 보니 가끔은 '깨알'들이 그런 모습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2. 와그작 캔과 너..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오후였습니다. 보도 경계석위에 제대로 구겨진 캔이 보였습니다. 보고나서 그냥 지나가려는데 그 옆에 떨어진 카드가 시선을 끌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상상해 봤습니다.



누군가가 시원하게 마시고 벌써 힘이 불끈거림을 느끼면서 캔을 '와그작'소리 날 정도로 밟아 버립니다. 길을 나서려는데!! 아뿔싸 호주머니에서 캔보다 몇 배나 값어치 나는 '카드'가 홀랑 떨어진 것입니다. 그런 것도 모르고 새로운 힘을 느끼면서 기분 좋게 길을 이어가신 누군가!! 그분을 상상하면서 잠시 서 있었습니다.



'귀한 카드를 잃어버리시고 한참을 찾으실 텐데.. 얼마나 입이 바싹바싹 마르실까...' '얼른 찾으시길 소원해요.'라면서 마음을 고쳐먹고 '카드의 빠른 복귀'를 소원해 드리고 길을 이어갔습니다.



3. 황금..

산책길을 걷다가 초록 초록 풀들 사이에 가지런히 놓인 누런 돌들에 시선이 갔습니다. '혹시!' 하는 마음에 근처까지 얼른 가봤습니다. 보고 나서 한참을 웃으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라는 최영장군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그런 말과 반대로 '돌보기를 황금같이 한'저의 행동에 혼자서 창피했습니다. 돈이 궁하니까 길가에 누런 돌도 '왠? 혹시?'라며 은근 기대했나 봅니다.



'설마...'라고 다가가서 '그러면 그렇지.. 돌.. 돌.' 중얼거리면서 웃었습니다. 혹시 몰래카메라인가 하고 두리번거리기도 했습니다. 잠시 착각하고 홀린 듯 다가갔던 저의 행동이 민망했습니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얼른 그 자리를 벗어났습니다.




#2. 마음에 감사 & 행복


1. 새장과 헬멧..

계획에 없던 경기도 어느 카페를 간 날이었습니다. 차 한잔을 마시고 여기저기 주변을 둘러보다가 눈에 들어오는 몇 가지가 있어서 얼른 찍었습니다. 첫째로는 새장이고 두 번째는 미식축구 헬멧입니다.


새장은 새가 있는 곳이며 새가 자유롭게 바깥으로 나올 수는 없습니다.

저는 장남으로 태어나서 한계가 없이 살아온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가지고 싶은 것들을 가정 형편이 되는 한에서 떼를 쓰지 않아도 할 수 있었고요. 부모님께서는 가능하면 해주시려고 최선을 다해주셨습니다. 새장 안에 넣고 나오지 못하는 새처럼 못하는 게 많은 것이 아니라, 가능하면 할 수 있도록 허용되는 환경이었습니다. 그렇게 클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신 부모님이 생각나는 '새장'이었습니다.


또 하나, '미식축구 헬멧'이 있습니다.

대학 가면'미식축구팀'에서 땀 흘리며 운동하고 싶던 꿈이 있었습니다. 그때 생각이 나서 얼른 찍었습니다. 대학 가면 해보겠다는 말에 부모님은 역시나 '할 수 있으면 해 봐라!'라고 흔쾌히 말씀하셨습니다. 또, '의류학과'로 지원하겠다고 할 때도 거센 반대는 없으셨습니다. 심지어 고등학교 3학년 때 그런 과를 지원하는 것은 전교에서 저 혼자였습니다. 원래 부모님과 친척어른들은 집안내에 직업들을 말씀하시면서 '교육직과 공무원 관련'학과를 권하셨지만 '의류학과'입학 의지에 큰 반대를 안 하셨습니다.



그런 계획과 달리 고등학교 때 성적이 점점 떨어지는 바람에 결국 '의류학과'를 가려고 그 당시 분위기로 '지방대'로 내려갔습니다. '미식축구팀'은 없는 학교라서 '운동 도전'은 실패했습니다. 그럴 운명이었는지 키도 더 이상 자라지 않았습니다. 결과는 그렇게 되었지만 가능하면 '하고 싶은 대로 최대한' 허용해 주시고 지원해 주셨던 부모님 덕분에 원하던 '의류학과'전공 후 의류업계에서 10여 년 일해봐서 나름대로는 여한이 없이 행복했습니다.


저에게 부모님이 그렇게 해볼 수 있도록 '늘 허용'해주셨는데 사실 부모님의 바람과 기대와는 늘 정반대로 지냈습니다. '새장'과 '헬멧'을 보면서 느낀 것은 그 당시 부모님 희망과 정반대로만 지내는 저를 보면서 얼마나 속 터지고 먹먹하셨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극구반대'하고 말리고 싶은데도 참으셨던 것을 생각하면 그런 부모님 손에 자란 것이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그런 것을 전혀 못 느끼고 살다가 삼 남매와 좌충우돌하고 살면서 늘 혼내고 화내는 제 모습을 느끼다 보니 부모님의 '사랑'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잠시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한동안 '헬멧'앞에 서 있었던 것 같습니다.




#3. 마음에 깨알추가 - 초심

가정회복을 위해 노력하면서 초심을 되살려보고자 신혼 때 사용하던 아이폰4로 사진 찍으며 '깨알'을 만나고 있습니다.



해가 쨍쨍하던 날에 산책길을 걸으면서 초록펜스와 초록잎들 사이에서 유달리 빛나는 노랑 잎을 찍게 되었습니다.



색깔이 독특해서 아이폰4로 일단 찍고 가까이서 봤더니 잎 모양이 하트였습니다. 색깔도 도드라지지만 잎사귀모양이 독특했습지다. 목덜미에 뜨거운 태양이 느껴지지만 잠시 서 있었습니다.


노랑 하트 잎처럼 아름답고 콩닥거리는 사랑으로 아내와 함께 하는 것이 뭐든지 설레고 좋았던 신혼 때가 떠올랐습니다. 임신해서 배가 보올록 나오기 시작해서 옷맵시가 안 난다고 속상해하는 아내를 보면서 새로운 모습도 이쁘다고 마냥 좋아했던 때도 있고요. 신혼여행 후 같이 살면서 해준 첫 식사를 마주하고는 '어른 소꿉놀이'같다면서 재밌어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그랬습니다.



그랬던 신혼의 순수하고 사랑만 가득했던 저의 마음을 다시 떠올리면서 지금의 제 모습과 비교해 봤습니다. 아내는 여전히 저를 사랑해 주고 믿으며 지원해줍니다. 어려울 때면 묵묵히 견뎌줍니다. 제가 힘을 낼 수 있도록 늘 지지합니다.



반면에 저는 신혼 때는 그렇게 알콩달콩하다가 지금은 여차하면 짜증 내고 화를 내고 저를 조금만 안 챙겨주면 서운해하는 '진격의 어른이'로 변질되어 있었습니다. 비교해보니 지금은 저만 한참 달라져 있었습니다.



오늘 만난 '노랑 하트 잎사귀'를 보면서 다시 '신혼 때의 알콩달콩한 사랑'을 부활시키기로 다짐했습니다.





누런 돌을 멀리서 보고 알면서도 '혹시 황금?'이라면서 젠 걸음으로 걸어갔던 저의 한심한 모습을 다시 떠올리면서 웃었습니다. 미식축구 헬멧을 보면서 중고등시절 가져봤던 대학교 운동 꿈, 집안 어른들 직업과 동떨어진 '의류학과 진학'의지에 대해 거친 반대가 없으셨던 '늘 허용과 지지'해주시던 부모님을 떠올려본 시간이었습니다.



그런 제가 아이들에게는 뭐든지 '허용'하지 않고 자꾸 '경계'와 '한계'를 만든다는 것은 '받은 사랑이 변질'되었다고 반성합니다. 부모에게 '받은 사랑'만큼 자녀를 양육하면 좋을 텐데...말입니다. '좋은 것'을 보고 자라면서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력 끼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저의 바람이 아이들을 새장에 넣고 키우려는 것같아서 무서웠습니다.



길거리의 '깨알'들은 언제나 재미있으면서도 저를 돌아보게 해 줘서 고마운 존재들입니다. 하찮고 발에 차이는 것들이지만 거기서 '보석'같은 재미와 '깨달음'을 얻으니 저는 길을 걷는 것을 즐기고 감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도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미리 감사드립니다. 계속 '깨알'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즐겨주심에 대해서도 미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의 깨알프로젝트 2 #5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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