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중요한 '감사'는 여전히 'free'로 감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도 그 자리에 '깨알'을 배치해 주신 분들께 감사하면서 제가 만난 '깨알'들을 나눠보겠습니다.
#1. 길 위의 깨알들..
1. 운명..
건강을 위해서 목덜미를 물어뜯듯이 내리쬐는 태양볕을 미워하면서 걷다가 만난 '깨알'입니다. 보자마자 '운명' 두 글자가 생각났습니다.
나무벤치에서 가장 좁은 틈을 비집고 올라와 있었습니다. 지금 막 올라오려고 고개 내미는 녀석도 있었고요. 그것을 보는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자기의 운명이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결정되니까요. 요즘은 안타까운 것들을 보면 잠시 먹먹해집니다. 가정회복을 위해 노력을 하다 보니 선한 마음이 더 채워지는가 봅니다.
누군가가 나무 벤치에 털썩 주저앉는 순간 힘겹게 비집고 올라온 그 풀들은 그냥 '운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까지 성장한 것도 기발하지만 곧 닥칠'운명'에 잠시 미안한 마음을 건네주고 다시 길을 걸었습니다.
2. 위장술..
지하철을 타려고 왔다가 그냥 아무 말도 못 하고 그 자리에 '일시정지'했습니다.
아! 이런 위트를 여기에 주차시킨 분은 어디 있으신가요? 안장에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고 바퀴가 주저앉을 정도면 한참을 찾아오지 않았네요.
본인이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는 의미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쉽게 알아보지 못하도록 비슷한 배경에 주차하셨나 봅니다. 어쩌면 의도치 않게 주차하신 분도 쉽게 찾지 못하시나 봅니다. 가끔 이렇게 만나는 '깨알'들은 사진을 찍고 지나가도 계속 웃음이 나옵니다.
3. 창 밖..
가끔 들려서 밀크티와 커피를 구매하는 카페에서 만났습니다.
문 닫기 전에 알리려고 내놓는 인형입니다. 가 아니고 실제 강아지입니다. 주문한 음료가 나올 때까지 보통 카페 벽에 걸린 장국영의 사진들을 감상하면서 추억에 젖다 보면 금세 음료를 받게 됩니다. 주인분이 장국영의 뼛속 깊은 팬이라는 말에 그 옛날 홍콩영화에 빠져서 영웅, 로맨스에 심취했던 날을 떠올리게 하는 곳입니다. 그날은 강아지가 문 앞으로 쪼르륵 가더니 문 밖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퇴근시간을 기다리는 것인가?
들어올 손님을 상상하는 중인가?
건너편 옷가게에 강아지가 들어갔는가?
너무 귀여워서 카페 사장님께 '허락'을 받았습니다. 별거 아닌 글이지만 '강아지 사진'을 올리고 싶다는 제 의견에 흔쾌히 '승낙'해주셨습니다.
#2. 마음에 감사 & 행복..
1. 쓰레기통..
무더운 날 터덜터덜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두껍고 묵직해 보이는 쓰레기통을 꿰맨 '주황색 수선 자국'에 눈이 머물렀습니다. 두꺼운 플라스틱을 힘겹게 오고 가며 꿰맨 플라스틱 줄들을 보면서 저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저는 아내, 삼 남매와 살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지낸 시간 동안 아내의 마음은 멍들었고, 아이들은 자신감 대신 불안감을 늘 안고 살았습니다. 그런 가정의 모습이 모퉁이가 깨진 쓰레기통 와 오버랩되었습니다. 모퉁이를 꿰맨 자국들은 성격적으로 부족한 저의 모습을 하나씩 알아내고 고쳐가는 노력 같았고요. 하나하나 고치다 보면 완벽하게 수선되어 제 역할하고 있는 쓰레기통처럼 '회복된 가정'이 될 거라는 확신도 들었습니다.
주황색 수선줄이 무수히 많이 이어진 것을 보면서 저의 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져야 함도 느꼈습니다. 길거리 부서진 쓰레기통에서 저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고 여전히 이어갈 의지가 있다는 것도 '감사'했습니다.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 '행복'했습니다.
3. 마음에 깨알추가 - 초심..
신혼 때의 사용하던 아이폰4를 사용해서 사진 찍으면서 신혼 때 초심을 리마인더 하고 있습니다.
골목을 기웃거리고 무더위를 피하면서 걷다가 발견한 보라색 스쿠터에 '빙긋' 웃었습니다. 어떤 느낌으로 저는 웃었을까요?
태국을 떠올렸습니다. 정확히 신혼 초기에 방문했던 방콕시내입니다. 지상철에서 바라본 다양한 색깔의 택시들을 보고 놀라면서 재밌어했고요. 아내가 임신했을 때 방콕을 함께 방문했었습니다. 급한 방문이어서 아내, 뱃속아기, 셋이서 주말이용해서 갔습니다. 방콕에 도착해서 태국현지인 동료를 만나서 식사하고 나름의 인생계획에 따라 현지를 점검하느라 마음이 바빴습니다.
그때만 해도 임신한 아내를 '선물로 주신 공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 공주'가 임신한 몸으로 몇 시간 비행기를 타다 보니 다리가 코끼리다리처럼 퉁퉁 부어버렸습니다. 같이 현지를 확인하자며 동행했는데 무리한 탓에 살짝 나온 배보다 퉁퉁 부은 다리를 보면서 마음으로 '엉엉'울었습니다. 여러 가지 계획 때문에 급하게 동반방문했는데 결과적으로 모두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신혼이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첫째 아이가 생기고 순조로운 득했었는데 처음으로 계획한 일들이 물거품 되면서 아내에게 미안했습니다. 어른들께도 무능해 보일까 봐 의기소침해지기도 했습니다. 결혼해서 아내 앞에서 처음으로 '엉엉'울기도 했고요. 그 당시만 해도 아내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고 제 능력을 다해서 점점 나아지는 삶을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신혼에 와장창 박살 난 계획 덕분에 아내는 몸은 임신으로 무겁고 마음은 허망함에 더 무겁고 힘든 나날이 몇 개월 이어졌을 때입니다.
그때 아내에게 미안하고 어쩔 줄 몰라했던 그 심정을 보라색 스쿠터를 통해 다시 떠올리게 해 준 것은 '지금' '최선을 다해서 사랑하고 회복'하라는 것 같습니다.
아래에는 보라색 스쿠터를 통해 떠올린 태국방문, 결국 실패한 계획과 그때 마음을 꺼내준 태국택시기억을 참조하기 위해 '헬로 마니 블로그'에서 태국 택시 사진들을 발췌. 인용했습니다.
발췌. 인용한 출처 : 헬로 마니 블로그 태국 택시 사진
주중에 발행하는 글은 늘 반성하고 고치는 노력만 적고 있습니다. 그런 노력이 아내나 아이들의 피부에 와닿는지에 대해서 의문도 생길 때가 있습니다. 그런 마음을 알아주기라도 하듯이 길에서 본 대형 쓰레기통 수선자국은 '정진하면 된다'라고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아서 뜨거운 오후에 길에서 잠시 서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의 부족한 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생각에서 창피함과 아내와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으로 '발행'버튼을 누르고 나면 한참 동안 의자에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습니다. 다행인 건 주말에 올리는 '깨알 프로젝트'를 통해서 조금이나마 파란 하늘을 파란색으로 느끼고 하양 구름을 보면서 마음껏 상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그런 시간들을 통해 '푸훗'웃으면서 숨통을 틀 수 있어서 좋습니다.
브런치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소통되는 남편,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프로젝트였으니 정진에 대한 각오는 하고 있습니다. 글을 적다 보면 '너무 몰라서 간 큰 남편'이었고 지금도 그런 것 같아서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여전히 창피합니다. 이렇게 이번 깨알들도 여기까지 적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