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점짜리 아빠라는 오해의 시선들

남편 미워 마세요.

나는 아이들과 회복을 위해 시간만 나면 놀거리를 찾는다.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깡통, 나뭇가지, 쓰레기들을 가지고 논다.  

발로 차고 끌고 다니고 서로 이어 붙여 만들고 논다.

실제로 아이들과 노는 게 재밌기도 하지만 아직은 아이들과 놀아줄 아이디어도 남아 있다.

아이들도 '좋아해'준다.

말도 못 할 때부터 아빠에게 혼나서 마음에 상처가 생긴 아이들과 실컷 놀면서 관계회복 중이다.  

우리 놀이 중 하나를 말해본다.

비 올 때 놀이터는 워터슬라이드로

눈 올 때 놀이터는 솜사탕 바다가 된다.

놀이 1

비가 많이 오는 날은 학교가지 않는다.

놀이터 미끄럼틀에 빗물이 줄줄 흐른다. 공짜 워터슬라이드가 된다.

젖은 빨래세탁이 가능한지 아내에게 먼저 확인을 한다.

-- 아이 세 명의 겉옷부터 속옷과 양말까지 한꺼번에 젖은 채로 나오면 빨래 1회분이다. --

아내가 "OK" 하면 우리는 밖으로 나간다.

빗물 철철 흘러내리는 미끄럼틀을 쉴 새 없이 타기도 하고, 물웅덩이진 곳에 뛰어들어서 물 튀기기도 하고, 물 떨어지는 곳에서 물을 한없이 맞기도 한다.

김장 비닐이나 압축팩 대형봉투를 비옷처럼 온몸에 걸치고 거기에 닿는 빗소리를 느끼기도 한다.

흠뻑 젖은 상태로 1시간 정도 논다.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컵라면을 사 먹는다. 가지고 놀던 모든 쓰레기들을 모아 분리배출한 후 집으로 간다.

몸 외에 모든 것은 현관에서 벗어 빨래통으로 보낸다.

신났던 하루가 끝난다.

놀이 2

눈이 오는 날도 학교 가지 않는다.

눈이 펑펑 내리면 놀이터로 최대한 빨리 나간다.

가장 먼저 쌓여 있는 눈을 밟고 놀기 위해서이다.

한동안 내리는 눈을 그저 바라본다. 물론 땅바닥에 누워서.

눈이 소복소복 쌓여서 감촉 좋을 때 밟고 즐긴다. '뽀도독뽀도독'

눈덩이 굴려서 눈사람을 만든다. 크기는 자기 키만큼.

아이가 세 명이니 눈사람 3개가 될 때도 있고

굴리다가 실패하면 하나로 모아서 머리, 가슴, 다리 3 등분된 울라프가 될 때도 있다.

남은 눈을 모아서 던지거나 슬라이딩하고 땅바닥을 기어 다니거나, 눈에 드러누워 천사놀이를 한다.

집에 있는 아이들 친구들이 베란다에서 아이들 이름을 불러댄다. 아이들은 으쓱거린다.

1시간을 놀고 나면 오슬거리는 몸을 녹이러 간다.

코코아를 마셔준다. 따뜻한 튀김이나 햄버거로 허기와 추위를 달랜다.

만들어 놓은 눈사람이 내일아침에도 살아 있기를 소원하며 집으로 간다.

또 몸 외에는 모두 벗어서  빨래통으로 보낸다. 추위가 가시지 않을 경우는 탕목욕을 추가로 한다.

몇 년째 이렇게 놀고 있다. 이러다 보니

동네 학부형들이 내가 100점짜리 아빠인 줄 착각하신다.

그리곤 당신들 남편과 비교하기도 한다고 한다.

착각이다.

"어머. 역시 대단한 집이에요. 아빠가 얼마나 잘 놀아주시는지"

"부러워요. 우리 남편은 늦게 오고 주말에 자요"

"우리 남편은 밤새도록 게임만 해요. 아이들도 게임 가르쳐줘서 휴대폰게임만 하고요."

이런 반응들이다.

나는 아내와 함께 있다가 응수를 둔다.

"남편분은 열심히 돈 많이 버시고 아이들 원하는 거 다 해주시니까 나름대로 노력하시는 겁니다."

"일 년에 2번 해외여행도 애들과 가시고 에버랜드 혜택 받는 회사 다니시느라 고생하고 있으신 거예요."

"남편분들 미워하지 마세요. 각자 자기 능력껏 가족 사랑하고 있으신 겁니다."

"저는 적게 벌고 아이들과 동네에서 실컷 노는 것뿐입니다. 대신 해외여행 맘껏 가거나, 맘대로 물건 사주고 못해요."

"여보, 아이들과 회복하려고 노력하는 중인 나를 모르니까 그렇게 말하시지모"

"돈을 적게 버니까  해외 스키 타러 못 가고, 풀장 못 가고, 동남아 못 가고 동네에서 노는 건데. 하하하. 그래도 이렇게 아이들과 놀아 줄 수 있는 내 상황이 고맙고, 아이들과 웃으며 놀 수 있어서 감사해."

"아이들이 조금씩 나아지는 거 같아요. 한결같이 노력해 줘요. 고생하는 맘 알아요."

이렇게 나의 아내가 격려해 줍니다.

나는 100점짜리 아빠가 아니다. 10점짜리로 살아온 시간 때문에 아이들 마음의 상처가 크다.  

내가 무심코 했던 말과 행동들 탓이다. 그러니 무한 노력해야 하는 것이 맞다.

첫사랑을 회복하듯 첫 마음을 기억해 내자.  

우리는 사랑으로 가정을 만들었고, 사랑하며 살고, 사랑을 나눠주기 위해 살고 있다.

나도 모르게 구멍내서 나눠줄 사랑이 고갈되게 했으니 내가 부지런히 다시 채워야 한다.

다짐 1

부지런히 노력하자.

10점이 100점짜리 될 때까지!

남이 보던 안 보던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사랑하며 지내도록 노력하자!

또 불쑥 실수하고 아이들과 또 대립한다. "어이쿠!! 안돼!! 도돌이표는 안돼!!!!!!!!!!!!!"

p.s : 아빠! 내일 눈 온대요. 학교 가요 안가요?

        아빠! 마트 옆에 우리만한 박스가 있던데 가져올까요?

사진출처: Unsplash의 Robert Colli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