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앵두맛
아이들과 영화 얘기를 하다가 영화촬영도중 안타까운 사고로 하늘나라로 간 배우가 언급되었습니다. 아내도 기억하면서 "너무 멋있는 배우였다."라면서 극찬했습니다. 그 배우는 "폴 워커"였습니다.
"폴 워커"배우가 찍다가 마무리하지 못한 영화는 "분노의 질주 7편"이었는데 아이들은 그런 스토리때문인지 그 영화를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사회초년생때 강남대로에서 굉음을 내며 질주하던 스포츠카를 보면 마냥 부러워하게만들었던 이 영화를 이렇게 갑자기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먼저 최신작인 '분노의 질주:라이드 오어 다이 (2023)'부터 봤습니다.
영화 전반부에 아이들의 반응이 별로였습니다. 두 딸들은 "무슨 영화지?"라며 갸우뚱했습니다. 그렇게 아무런 배경지식없이 보다가 '붕~붕~붕붕~' 하면서 드디어!! 카 체이싱 (자동차끼리 따라가고 구르고 박살 나고 깨지는 최강 액션씬)이 시작되면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점점 몰입하더니 영화장면에서 "붕~붕~" "이이 이이잉 끼이이이익~~" 하며 엔진이 터질 듯이 달리고 부딪히고 드리프트를 할 때마다 아이들의 과자 먹던 손은은 과자를 놓고 꽉 쥐었으며 얼굴은 화면만 응시했습니다. 눈만 자동차의 궤적을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집중했고요. 숨소리는 들리지않고 자동차 굉음과 쉴새없이 몰아치는 차들의 질주만이 이어졌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는 오랜만에 맘껏 흥분했습니다. 아이들이 드디어 자동차 추격씬도 같이 즐길 나이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오랜만에 자동차 굉음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쾌감지수가 150% 채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잔뜩 긴장하고 몰입하면서 카 체이싱 장면마다 흠뻑 빠져들었습니다. 그렇게 제대로 숨도 못 쉬면서 몰입하다 보니 금새 '라이드 오어 다이 2023'는 끝났습니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에 아이들은 너무 힘들어했습니다. 오랜만에 제대로 즐겼는데 벌써 끝나서 아쉽다고 말하면서요.
'시리즈라면서요?'라고 아이들은 아쉬움을 쉽게 떨쳐내지못하고 얼른 물었습니다. '한편 더?'라는 저의 말에 '와우!! 좋아요!!'라고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참았던 화장실을 부리나케 달려갔다와서 얼른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러는동안 저는 체크해 놨던 '분노의 질주 시리즈 정리자료'를 가족 카톡방에 공유했습니다. 아이들은 다시한번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어지는 시리즈가 9편이나 있다는 것과 신나는 영화를 하루에 두 편 이어서 본다는 것에 온몸을 흔들면서 환호를 외쳤습니다.
그렇게 시리즈 정주행 시작했습니다. 최초의 영화를 시작으로 서사가 이어지도록 틈만나면 보았습니다.
분노의 질주(2001)-> 패스트 & 퓨리어스 2(2003) -> 패스트 & 퓨리어스-도쿄 드리프트(2006)->
분노의 질주 : 더 오리지널(2009) -> 분노의 질주:언리미티드(2011)-> 분노의 질주:더 맥시멈(2013)->
분노의 질주:더 세븐(2015)-> 분노의 질주:더 익스트림(2017)-> 분노의 질주:홉스 &쇼(2019) ->
분노의 질주:더 얼티메이트(2021)->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2023)
주말과 평일저녁 여유로운 시간을 활용해서 시리즈를 이어서 봤습니다. 아이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카레이싱, 드리프트라는 것에 푹 빠졌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중간중간 나오는 총격씬, 격투씬, 무법 야간 레이싱, 손바닥만한 치마를 입고 춤추며 튜팅카 주위로 모여드는 여인들, 꿀이 흐르는 것같은 진한 키스신과 어쩌다가 나오는 짧은 배드씬은 자체검열을 하면서 보느라 진땀을 흘렸습니다. 매번 "저건 영화다. 영화. 실제로 저러면 안돼!!"라고 말하면서요. 아이들은 아무렇지 않은데 부모마음만 '덜컹덜컹'했습니다.
우리가 처음 대화를 나누었던 '폴 워커'가 나오던 1편부터 보기 시작하니까 아이들은 빈 디젤보다도 '폴 워커'의 연기와 대사에 더 집중했습니다. 의리 있고 정의를 위해서 가끔은 희생도 하는 무모한 브라이언(폴 워커)에 박수를 치며 동조하기도 했고요.
드디어 '폴 워커'의 유작인 시리즈 7편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미 영화 정보상 공개된 내용입니다.) 아이들은 '폴 워커'가 어떻게 영화 속에서 처리되는지 궁금해하면서 기존의 시리즈보다 더 집중해서 봤습니다. 영화가 끝날즈음에 아이들은 말해주지 않았는데도 뭔가 어색하다면서 눈치를 채고 영화 말미에 '폴 워커'를 기리는 제작진의 마음 가득한 장면과 자막, 엔딩 크레디트를 읽고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감상했습니다.
"사람이 죽었는데 저렇게 해주네. 멋지네. 진짜 좋은 사람이었나 봐요." -둘째 딸
"나는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어야겠다!!" -큰 아들
"가족이 제일 소중해! 가족!! 감사해요.엄마아빠!" - 막내딸
분노의 질주 시리즈 내내 카 체이싱과 다양한 폭력씬이 있지만 그 영화를 관통하는 "가족의 소중함"을 마음에 담은 아이들이 너무 기특했습니다. '폴 워커'의 영화 속 의리 있고 늘 정의를 위해서 애쓰는 모습을 보고 계속 응원하던 아이들이 엔딩크레디트를 보고 말했습니다. "사람이 죽었지만 모두가 진심으로 그리워하고 고마워하는 사람인 걸 보니 배역 말고도 실제로도 좋은 사람이었나 봐요." 아이들은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서 우리 아이들이 '마냥 어린아이'가 아니라, '알건 아는 아이'로 보였습니다. 이런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을 흐뭇하게 느끼는 순간, 이어서 드는 생각은 이런 아이들을 매번 다그치면서 혼내고 매몰차게 훈육한 저의 모습이 한심하게 느껴졌습니다. 마치 작은 유리인형이 깨질 것을 예상 못하고 계속 망치로 두드리는 악마 같았습니다.
큰아들은 이 영화 덕분에 가졌던 꿈과 비전이 희미해졌었는데 유치원 때의 꿈인 '자동차 디자이너'를 다시 꺼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스포츠카의 디자인, 다양한 컬러 배열, 튜닝으로 업그레이된 외형, 내부의 엔진과 각 기관들의 절묘한 배치들을 보면서 짜릿함을 느끼는 큰아들을 보니까 너무 흐뭇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아이들과 느낀 것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아이들의 한마디
"사람이 죽었는데 저렇게 해주네. 멋지네. 진짜 좋은 사람이었나 봐요." -둘째 딸
"나는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어야겠다!!" -큰 아들
"가족이 제일 소중해! 언제나 가족!! 감사해요!" - 막내딸 - 분노의 질주
덩달아 느낀 한 마디
- 가족의 소중함을 중요하게 생각해 줘서 고맙다.- 분노의 질주
부모의 기억 속에 남아 있던 분노의 질주 그리고 폴 워커 덕분에 아이들과 한동안은 자동차의 매력에 푹 빠져 지냈습니다. 지나가다가도 보이는 스포츠카의 브랜드, 버전, 색깔, 이름을 맞추며 즐거워하는 아이들과 지냈습니다. 운전하다가 예쁜 럭셔리스포츠카가 보일때면 얼른 옆으로 붙어서 아이들이 볼 수 있게 해주기도 했습니다. 분노의 질주 7편의 O.S.T 만 나눠보고 싶습니다.
https://youtu.be/_ogDymI9 BKM? si=7 Fk8 befIX7 CrKykA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보는 내내 아이들과 즐거웠습니다. 여름의 밤낮 없는 막바지 더위와 수시로 쏟아지는 비가 교차하는 나날들을 이긴 것은 분노의 질주 자동차 카 체이싱과 굉음 덕분이었습니다.
이번에도 부모의 '재밌었던 기억'을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했습니다.
아내의 기억 속 미남배우 '폴 워커' 덕분에 보기 시작한 영화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정말 신나게 즐긴 공통분모가 되었습니다. 큰아들, 두 딸들 모두 즐거워했고 심지어 '광분'할 정도로 즐긴 영화였습니다. 손에 붙든 것은 모두 '핸들'이 될 정도였습니다. 세대와 시대를 초월해서 즐길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저는 분노의 질주 7편을 보고 나서 '폴 워커'의 삶에 대해서도 찾아서 나누었습니다.
분노의 질주에서 나오는 드라이빙 연기, 기어 변속, 주로 사용하는 차는 왜 일본산인지? 왜 죽었는지? 어떤 삶을 추구하는 사람인지? 에 대해서 찾아봤습니다. 마지막 죽음이 자선행사를 참석하고 귀가하다가 친구가 운전한 차량 사고로 죽었다는 것도 말해줬습니다. 영화 속 배역과 비슷하게 현실에서도 다른 사람을 위해 노력하던 배우였고 불의의 사고로 일찍 죽었다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고 아이들은 말했습니다.
아이들이 다른 사람과 의리를 지키고,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기억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진짜 감사했습니다. 올바른 것들을 마음에 담아두려는 아이들이 저와 살고 있다는 것에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을 만큼 감사했습니다.
사춘기가 시작된 큰아들이 다시 생기를 느끼듯 눈이 반짝거려서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다시 반짝거리는 눈으로 '자동차 디자이너'꿈을 다시 꺼냈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그런 아들에게 아내는 '자동차 구조' '자동차 역사'에 대한 책을 얼른 사줬고요. 아들은 방에 넣어두고 보물처럼 여기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궁금해할까 봐 분노의 질주에 나온 자동차 정리한 글들을 공유했고요. 늘 하듯이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 나온 O.S.T를 공유해 줬습니다. 특히 분노의 질주 7의 마지막 See You Again은 큰아들이 멜론을 통해 자주 듣고 있습니다. 영화라는 미디어를 함께 나누면서 아이들 속마음의 단편들을 또 하나 알 수 있어서 좋고요. 영화와 관계된 O.S.T, 포스터, 관련한 소식을 확장하여 나누는 시간들도 즐겁습니다. 이번 시리즈를 보면서 아이들이 이 영화가 좋았던 이유를 하나 더 얘기했습니다. 이 영화는 폴 워커의 사망이 있긴 하지만 빈 디젤이 주인공을 끝까지 맡고 있어서 영화의 흐름을 깨지 않아서 좋다고 했습니다.
오늘도 여기까지입니다. 영화 시리즈를 보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그런 느낌을 서툴지만 적어서 나누는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미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by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출처:사진: Unsplash의 Sara Dub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