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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조선 명탐정은요.' +20

깜장 초콜릿맛

장르, 국가를 가리지 않고 영화를 보았더니 아이들이 이제는 왠만한 영화는 잘 감상하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실 영화라는 미디어를 통해서 다른 나라에 대한 호기심이 자극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는데 다행이긴 합니다.



삼 남매가 커갈수록, 영화를 많이 볼수록 점점 의견을 모으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제는 국가를 고르고, 장르를 고르고, 영화배우를 선별도 합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주연배우가 어디에 나왔었는지 기억도 합니다. 그런 대화까지 하면서 영화를 못 고를 때면 엄마 아빠가 본 영화 중에 괜찮은 영화를 소개하기도 합니다. 



그런 영화 중에 하나가 '조선 명탐정'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아가'일때 수유후 재우고나서 아내와 봤던 영화입니다. 아이들에게 할리우드'미션 임파서블'영화의 한국판'정도라고 소개했습니다. 아이들은 재밌을 것 같다면서 만장일치 통과시켰습니다. 제안하는 저의 마음에도 은근히 자신 있었습니다. 김명민 배우와 오달수 배우의 주고받는 설전과 연기의 합이 극전개가 지루하지 않도록 이끄는 매력이 있으니까요. 모든 것들이 한국전통문화를 기반한 것도 한몫했고요.  



그렇게 시작된 '1편 각시투구꽃의 비밀'을 보고 나서 여운이 있는 결말을 보더니 아이들은 이내 눈치를 챕니다.'후속 시리즈가 있는지?'물어봅니다. 이제는 영화의 복선, 영화의 클리셰까지도 알아채기도 합니다  3편까지 나온 것을 알려줬더니 여지없이 후속시리즈를 이어서 보자고 아우성쳤습니다. 시간이 없던 터라 주말을 이용해서 보기로 합의했고요. 영화를 보게 되는 주말은 '척척척 상황'입니다. 알아서 할 일을 하고 영화감상하며 먹을 간식도 사 오곤 했습니다. 하고 싶은 것을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을 해야 하도록 가르치긴 합니다. 

 


1편 각시투구꽃의 비밀(2011)에 이어서 2편 사라진 놉의 딸(2015)을 보았고요. 흡혈괴마의 비밀(2018)까지 주말마다 감상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코미디, 액션, 추리가 버무려지는 스토리로 지겨울 틈 없이 따라가다가 결국 사건이 해결되는 결말을 아주 좋아했습니다. 역시 김명민, 오달수 배우가 주고받는 대사, 연기의 합, 액션에 몰입하면서 극찬을 하면서 봤습니다. 해외 영화에서 볼법한 최첨단 무기가 과거의 옷을 입고 재해석되어 등장할 때마다 그 기발함에 깔깔거리면서 박수를 치기도 했고요. 아이들 감상평은 최고였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습니다.  노비의 딸에게 김명민 배우가 묻는 씬이었습니다. 

"무엇이 되고 싶으냐? 부끄러워 말고."
"부끄러워하는 게 아니라,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노비의 딸은 신분이 그러해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서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나름 생각이 많아지는 장면인데 아이들에게 주연배우가 하듯이 장난 삼아 물었습니다.  



"너는 무엇이 되고 싶으냐? 부끄러워 말고 말해보아라!!"
"되고 싶은 거? 있죠? 꿈!! 당연히.." 
"축구선수, 네일 아티스트, 무대에 서 있는 슈퍼스타"

 
"아니!!! 구체적으로 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냐고?"
라고 버럭 하면서 캐묻고 싶었지만 되고 싶은 게 있다면서 꿈이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다행이었습니다. 영화 속 노비의 딸처럼 신분이 그래서 한 번도 되고 싶은 것을 생각해 본 적 없다는 말처럼 '아뇨! 생각해 본 적 없어요."라고 말했다면  "왜~~?"라면서 순간적으로 화를 내고 되묻는 실수를 했을 수도 있었습니다.  



큰아들은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고요. 둘째 딸은 네일아티스트가 되고 싶다고 했고요. 막내는 무대에 서 있는 슈퍼스타가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아이들 꿈은 수시로 바뀌기에 걱정하지는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꿈이 있고 그 꿈이 자주 바뀌더라도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훌륭합니다.  미래를 보면서 지내고 있는 아이들이 기특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벌써 '꿈'이 사라져서 속상하기도 합니다.  

큰아들은 꿈이 없어졌습니다. 하루하루 그냥 피곤하고요. 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왜 다니는지 모른다고 합니다. 같이 축구공을  찰 친구가 없기 때문에 재미가 없다고 합니다. 이제 간신히 친해진 친구들은 모두 밤늦게까지 학원을 다니기에 같이 놀 시간도 없다고 하고요. 그런 매일의 일상에 대해서 '사는 맛이 없다'면서 툴툴거립니다. 아! 이제 본격적인 사춘기의 시작인가 봅니다. 



 둘째 딸은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 꿈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자신은 디자이너, 코디네이터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예쁜 옷을 보고 입고 느끼고 싶다고 합니다. 어떨 때는 오빠처럼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고도 하고요. 여전히 꿈을 꾸는 아이가 이쁩니다. 다만, 가끔 오빠가 하는 것을 하고 싶어 해서 속상하다고 말합니다.  

 


막내딸은 여전히 '슈퍼스타'가 꿈입니다. 그러다 보니 무대에 서는 기회만 되면 뭐든지 붙잡습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합니다. 그러는 이유는 조명을 받는 자리에 서서 사람들의 박수를 받는 시간이 행복하다고 합니다. 무대에 오를 때까지 열심히 연습을 합니다.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 메이크업받는 시간도 엄청 즐거워합니다. 무대에 올라가면 떠는 것이 아니라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조금이라도 더 예쁜 모습으로 완벽하려고 노력합니다. 무대가 끝나고 나면 엄청 서운해합니다. 벌써 끝났다면서요. 그렇게 지내는 아이가 그저 감사합니다. 여전히 '꿈'을 위해 노력하니까요. 

  


그렇게 지내는 삼 남매를 보면서 여전히 행복한 것은 아이들이 꿈이 있고 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입니다. 그리고 원하는 것을 위해 '지금' 공부를 해야 하는 것도 이해를 해서 다행입니다. 이유 없이 명분 없이 타의에 의한 공부는 언젠가는 탈이 나는 것도 주변에서 벌써 접했습니다. 벌써부터 "내가 왜 공부해야 해요?"라면서 사춘기 시작과 함께 부모에게 본격적으로 반항시작한 친구들도 있습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두려움이 엄습하기도 합니다. 삼 남매이니까 세배로 올 때니까요. 그런 두려움보다 시리즈 3편을 보면서 아이들과 대화하고 들은 말과 제 느낌을 적어 봅니다. 


아이들 한마디 -
되고 싶은 것이 있죠. 꿈!! 당연히..." - 조선 명탐정
덩달아 느낀 것
아이들이 꿈이 있어서 참 좋다. 그 꿈을 위해서 노력할 때마다 잘 도와야겠다. - 조선 명탐정


아이들은 '조선 명탐정 시리즈'를 통해 전통적인 색채를 입힌 한국영화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저마다 한복을 입고 싶어 하고 부채질을 하고 싶어 하며 자기가 양반이고 네가 종놈이라면서 장난도 쳤습니다. 이번 영화를 통해 우리 것을 더 즐기는 마음이 생겨서 흐뭇합니다. 명절이면 '한복'을 입고 싶다고 해서 감사하기도 하고요. 저는 늘 '한복'입는 것을 좋아합니다. 영화 3편의 포스터만 공유해 봅니다.  


출처:나무위키에서 발췌. 인용
출처:나무위키에서 발췌. 인용
출처:나무위키에서 발췌. 인용


아이들과 영화를 보면서 '꿈'에 대해서 대화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가장 좋았던 것은 노비의 딸과 김명민 배우의 대화를 통해 아이들과 꿈(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 대화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영화를 보다가 아이들 관심사에 대해 대화 나누는 것이 자연스럽고 좋습니다. 억지로 묻는 것이 아니라서 아이들도 속마음에 있는 생각들도 말해줘서 참 좋았고요.   



우리 아이들이 꿈이 있었습니다. 관심을 가진 것에 대해 책을 읽거나 자료를 찾아주면 심취해서 보는 것이 참 좋아 보입니다. 아내도 그럴 때마다 필요한 책을 얼른 사주거나 관련 기회를 찾아주면서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는 편입니다. 꿈이 있는 아이들은 꿈이 있어서 일상이 지루할 틈이 없을 때도 있습니다. 꿈이 변하기도 합니다. 관심이나 호기심분야가 달라지니까요. 그런 것도 귀엽습니다.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려고 합니다. 



경험은 쓸데가 다 있다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나름 의류학과 전공했다고 각 장면에 나오는 옷에 대해 설명해 주면서 어깨가 으쓱했습니다. 과제물로 손바느질로 만든 한복을 제출하고 좋은 학점 받았던 것도 겸사겸사 자랑했습니다. '너희들이 입고 사진 찍은 거 아빠가 학교 때 만들었던 거다.'라면서 은근히 심장 두근거리면서 뿌듯했습니다. 아빠 실력을 자랑하고 그걸 알아들을 나이까지 되었다는 것도 신기합니다. 시간 참 빨리 흘러갑니다.  

 


하고 싶은 것들이 다시금 샘솟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다시 한번 학교 때처럼 아트웨어를 만들고 싶어 졌습니다. 토르소에 광목천을 대고 입체패턴을 떠서 가위질하고 재봉틀로 마무리해서 현란한 옷을 만들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기도 합니다. 오랜만에 저의 못다 이룬 꿈도 다시 스멀스멀 피어올랐습니다. 각종 재활용 소재들을 수집해서 소재별로 아트웨어시리즈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제는 선뜻하지 못합니다. 작업실을 얻을만한 여력이 없습니다. 아직까지 생활비를 풍족하게 지원해 주는 능력자가 아니라서 그런 것은 꿈꾸지 못합니다. 또, 아이들 앞에서 재봉틀을 돌리는 모습을 아직은 보여주고 싶지 않기도 하고요. 생각해 보면 토르소에 실핀을 꼽을 때, 가위로 원단을 사각사각 자를 때 무척이나 즐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당장 또는 근시일 내에 실행가능성이 희박한 프로젝트입니다. 돋보기를 껴도 보이지 않아서 실을 바늘에 못 끼는 날이 오기 전에 해야 할 텐데 말입니다.



차고와 같은 공간이 있다면 작업실로 사용하면서 아트웨어도 해보고 자동차를 나만의 색깔과 감성으로 다시 부활시키는 프로젝트도 해보고 싶습니다. 이번 영화를 통해 제 마음 서랍에 먼지가 묻은 채로 넣어둔 꿈도 다시 꺼내보는 시간이어서 은근히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생각만으로도 가슴 뭉클하면서 행복했습니다.  



영화는 시리즈별로 차이가 있습니다. 재밌는 편도 있고 다소 지루한 편도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것과 별개로 아이들과 꿈에 대해서 얘기해 볼 수 있었고 한복에 대해서도 아빠가 얘기해 줄 수 있는 영화여서 나름대로 뿌듯한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할리우드판 조선 명탐정인 '미션 임파서블'을 보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미리 감사드립니다. 영화 줄거리는 없고 영화를 통해 아이들과 느낀 것들을 적고 있습니다. 그런 시간을 통해 아이들 마음을 알게 돼서 저에게는 너무 좋은 시간이 되고 있습니다. 작가분들 중에는 이미 봤던 영화인데 다시 보고 싶어 졌다는 분들도 있으시고, 안 본 영화인데 한번 봐야겠다는 분들도 있으셔서 내심 놀라고 있습니다. 저는 아이들과 영화를 보면서 대화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정말 감개무량한 시간들입니다. 이런 것들을 함께 나눌 수 있으니 그저 미리 감사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by 바람업이 연 날리는 남자 Dd)

출처:사진: Unsplash의 Heather Barnes


덧붙이는 글:

영화에 참여한 배우들의 이슈, 영화 속 애매한 대사와 연기에 대해서 신경 쓰기보다는 이슈가 생기기 전에 아내와 함께 봤던 재미를 아이들에게 전해준 영화입니다. 한국전통을 요소로 사용한 영화의 별미와 영화를 통해 아이들과 대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함께 감상했던 영화이고요. 늘 말씀드리듯이 영화를 맛깔스럽게 평론할 수준도 안되지만 영화의 스토리나 결말을 '절대로' 적지 않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혹여나 오해 또는 불편한 마음이 없으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조심스럽게 덧붙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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