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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단속반원이던 남자.

그리고 라이프 가드.

나는 수시로 단속을 한다.

 

어른들이 많이 쓰던 말로 '단도리'

정의 출처: Oxford Languages ·

1. 段取(だんど)り⇒채비, 단속(團束).

2. 어떤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하는 것으로, 즉, 채비를 속되게 이르는 말입니다. 또 주의를 기울여 잘 보살피는 것


주로 하는 단속으로는

입단속!

행동 단속!


모두를 숨 막히게 하는 걸 나만 몰랐다

그랬었다.



단속 1탄

아내와 부부동반 친교 모임에 갈 때

 

목적지로 가는 동안

"여보. 모임 가면 ~이런 말은 하지 마요."

"왜요? 어때요?"

"좀 그래!! 하지 마요."


 식사가 끝나고 차를 마시면서 각 가정의 대화가 이어지고 아내는 자연스럽게 하지 않도록 당부했던 말들을 다.

나는 금세 인상을 쓴다. 사람들과 함께 있기 때문에 화를 내지는 않는다.

아니 화를 못 내는 것이다.  


"어디 불편해요?"

"아니요. 그냥요. " 그러면서 나는 아내를 째려본다.

아내는 분위기를 느끼고 불편해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아내에게

"그런 말 왜 했어요? 왜? 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하다 보니 했네요. 그런데, 그런 말 좀 하면 어때요."


--예로 들면, 우리 남편이 아이들과 진짜로 싸워요. 우리 남편은 창피해서 그런 일 안 해요.--


"오늘 별로였어요. "

나는 기분 나쁜 표정으로 퉁명스럽게 대답하고 운전하며 오는 내내 말을 하지 않는다.

조수석에 앉은 아내는 얼마나 불편하고 힘들었을까?

참아주느라고.



단속 2탄

아이들과 동네 한 바퀴를 걷거나 놀러 가도 단속한다.  


"조심해. 뛰지 마라. 넘어진다."

"앞에 봐라. 엄마 손 잡아라."

"길 건너라. "

"지금 먹지 마라."

온통 단속, 단속 투성이었다.

하도 단속을 하니 매번 "해도 돼요? 먹어도 돼요? "를 묻는 지경이 되었다.


공항에서 일할 때  잠시 휴식하다가 외국인 부부와 아이를 보게 되었다. 아이들이 무빙워크 위를 걸으며 부모를 지나쳐서 끝까지 걷다가 돌아오곤 한다. 공항 내를 돌아다니다가 바닥에 그냥 주저앉아서 엄마를 기다린다.


"mommy!! mommy!!"


웬만한 행동은 그냥 허용한다. 특별한 일이 생겨도 여유롭게 아이들을 챙기며 빙긋이 웃어준다.


"Baby. Come on!"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 미리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점검하지도 않는다. 버럭 화를 내지도 않는다.


큰 충격을 받았다. 나의 모습과 정반대였다.

퇴근 후 아내에게 보고 느낀 것에 대해서 말했다.


"여보. 다들 그래요. 당신 너무 심해요."

"하지 말라는 것이 너무 많아요. 남편."


부부상담을 하면서 아내에게 대화 시 사용하는 단어들을 체크해 봤다.   

거의 비판적이고, 지시형이고, 주관적이었다.

한 가정의 가장이라고 나 혼자 짊어지고 이끌어나간다는 착각도 꽤 심각한 수준이었다.  

캡틴처럼 " 해라! 하지 말아라!"만 연발하고 있었다. 얼굴이 화끈했다. 그래도 그 시간을 통해 내가 몰라서 하고 있던 것들이나 알면서 하지 않았던 것들이 속속들이 드러나는 기회가 되었다.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 일단 허용하기 " " 가정은 아내와 함께 만들어가는 것" 등등 많은 것들을 새 지표로 삼았다.

나도 모르는 불안감이 아내와 아이들을 심각하게 단속하고 자유롭지 못하게 한 것이다.

내 생각의 테두리 안에서만 아내와 아이들이 맴돌도록 나도 모르게 단속했던 것이다.


다짐

'그러면 좀 어때?'

'비밀스러울게 뭐가 있는가?'

조금 여유롭고 조금 덜 불안하고 개방적으로 살아갈수록 아내와 아이들은 조바심내거나 불안해하지 않게 된다.


"당신 생각대로 해 봅시다."

"다치지만 않도록 조심하고 잘해봐"

슬슬 달라지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상전벽해'수준의 변화는 아직 아니다.

매일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그런 모습들로도 아내는 위로를 받는다.


이제는

단속반이 아니라 , 캐러비안베이의 안전요원처럼 바라봐주고 필요할 때 도움 주는 가드가 되어가고 있다.



오늘도 감사하다.

나를 여전히 사랑해 주는 아내가 곁에 있음에,

"아빠. 힘내세요."라며 안아 주는 아이들이 있음에

감사하다.


사진출처:  UnsplashCaspar R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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