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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해가는 아내.. 남자

Hands.

아내를 처음 만 날

"손이 고생을 하나도 안 한 손이네요."

"고생도 모르고 그냥 귀하게 자란 느낌이네요. "

라면서 그냥 느껴지는 대로 말했다. 아내말로는 일하는 동안 항상 손으로 만들고 씻고 해야 하는 일의 반복이라서 손관리가 매우 힘들었다고 했다. 해외에서 고생도 많이 했다고 했다. 나는 그런 말에 공감이 안되어 '피식' 웃었다.  전혀 믿어지지 않을 만큼 하얗고 구김 없이 고운 손이었다.   



  늦은 나이에 갑자기 만났기 때문에 서로를 잘 알아보자며 매일 저녁 회사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대화만 했다.  

대화를 끝내고 집을 가기 위해 나란히 걷는 중이었다. 맞은편 자동차가 갑자기 우리 쪽으로 바싹 붙는 바람에 위협감을 느껴서 순간적으로 아내 손을 잡고 내 쪽으로 당겼다.


이런!! 처음 만났을 때 봤던 느낌대로 하얗고 보드라운 손 그 자체였다.


"헉!! 손이 보는 것보다 더 곱네요. "  " 아! 맞다. 괜찮아요?"

"네.... 네....." 아내도 급 어색해하며 답했다.  

"아이코!! 미안요." 하면서 얼른 손을 놓았다. 얼른 급 어색해진 분위기를 깨고 계속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각자의 집으로 갈 버스를 타야 할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손을 갑자기 잡았는데 생각보다 더 보드랍고 구김 없는 손이라서 여전히 고생은 1도 안 해본 여자라고  짐작한 것을 확신으로 바꾸는 순간이었다.



그랬던 아내가 결혼 후 변하기 시작했다.

마음!! 아니다. 손이 변해가고 있다.


왜 변해갈까? 우리 생활이 늘 3배라서 일까?

우리아이가 셋이다. 결혼 시작부터 2년 주기로 첫 아이가 태어나고, 둘째가 태어나고, 셋째가 태어났다.

이사를 하고, 또 이사를 하고, 또 이사하고 또 이사했다. 도시를 이동하는 이사만 5번.  



  아내의 손은 거칠어지면서 점점 도톰해지기 시작했다. 아이가 셋이다 보니 결혼한 가정이 겪는 들을 늘 3배 겪는 것이다. 손에 보습크림을 바르지 못하는 재정상태도 있었다. 그것보다 당장 기저귀,분유 구매에 우선 지출해야  정도였다.



  우리의 재정상태가 악화되어 아내는 파트타임 일을 하기 시작했다. 아내의 거칠어진 손은  도톰해졌다.  아내 조 일해서 이자감당하고 싶다고 했다.  얼른 재정문제를 해결해야 마음이 진짜 편할 것 같다고 했다.

  


  나는 늘 반대했다. 조금만 일하라고 했다. 사실 내가 뼈가 부서지더라도 일할테니 돈 때문에 험한 일을 하거나 돈을 더 벌겠다고 어려운 일을 하겠다고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원하는 일이 아니라 돈 때문에 하는 일이라 몸과 마음이 피폐해질까 염려가 되었다.



  그런데, 그렇게 아내를 아끼는 내 마음이 커져갈수록 반대로  수입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만 고생해 볼 테니 파트타임 일을 조금만 하라고 거듭 당부했다.

"없어서 못 사고 못 먹어서 속상한 것보다는 아프더라도 덜 힘든 게 나아요."

"일을 하게 해 줘요." 아내가 말하면서 내게 한 마디 더 덧붙였다. " 이상주의자. 남편"



나는 어떨까?

나는 곱상하다는 외모와 어려 보인다는 것에 대해 남자로서 콤플렉스가 있었다. 그래서인가 나는 무슨 일을 하던지 손을 아끼지 않았다. 손을 험하게 다루었다. 군대 가서도 특기병으로 복무하면서 꼼꼼한 손 씻기를  안 하고 무조건 손으로 하는 일은 나서서 수행했다. 그런 덕분인지 나의 손은 얼굴 생긴 것과는 다르게 손이 험악하다. 내 손은 얼굴첫인상만큼 곱지는 않다.  아내도 처음 손 잡은 날 내 손의 거칠거칠한 느낌에 살짝 놀란 듯했다. 내 손은 그렇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내 손은 변화를 거듭하더니 이제는 손이 거칠고 두툼해졌다. 요즘도 아내 손을 종종 잡고 다닌다. 손 잡고 걷는 동안 내 눈은 앞을 보고 얼굴은 웃고 있지만 마음의 눈에서는 촛농 같은 뜨거운 눈물이 뚜욱~뚜욱~흐른다.


처음 만났을 때 아내의 손은 하얗고 몰랑몰랑한 고운 손.

지금은 거칠고 두툼한 손.

목주름처럼 회복이 안 되는 아내의 손.


그 손을 잡은 내 손은

오늘도 내 마음에

눈물이 흐르게 한다.


  지금 일확천금을 얻어서 호화로운 생활을 하게 해 줄 수도 없다. 투자를 잘해서 여유자금을 만들 수도 없다. 해외이주를 해서 새로운 생활을 하면서 새로운 삶으로 바꿀 수도 없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고치면 좋을 것들을 다듬는 노력먼저 하려고 한다. 그러면서 아내의 손이 더 이상 망가지지 않도록 해주고 싶다.


"아내의 손이 많이 변했다. 더 변하지 않도록 해주자."


오늘도 다짐하며 내가 고칠 것을 위해 계속 노력 중이다. 그리고, 일상의 하나인 일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 여전히 열심히 출근한다.


출처: unsplash - Lina Troch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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