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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때문에 빅싸움.. 남자

10

미니 = 사소한 것

빅 = 굉장한 감정충돌 --이라고 정의해 본다. 


우리는 수십억이 오가고 신체가 훼손되고 양가집안이 충격에 휩싸일 일들로 싸우지 않는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작은 것들로 '감정'싸움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감정이 상한 채로 쉽사리 회복되지 못해서 대화단절의 시간도 종종 겪었다. 

수만 가지 중에 몇 가지만 적었는데 사실은 "서로의 차이"를 이해해주지 못함에서 오는 것들이었다. 

어떤 것은 창피하기도 하고 "왜 그랬을까?"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게 느낀 것을 마음에 잘 새겨놓고 새로고침을 잘해보겠다고 다짐해 본다. 



1. 젓가락 놓기

아내는 밥, 국그릇의 바깥에 수저세트를 놓아준다.  나는 밥과 국사이에 수저세트를 놓고 사는 것으로 평생 살아왔다. 그걸로 숱하게 싸웠다. 별거 아니니 제발 가운데에 넣어달라고 했다. 


-> 요즘에는 그냥 놓아주는 대로 먹는다. 별거 아니기 때문이다. 왜 진작에 몰랐을까.



2. 신발 

신발에 주걱 없이 발을 욱여넣으면 신발 뒤축이 무너진다. 물론 어릴 때 남자아이인 내가 매번 하던 행동이다. 그 습관은 고쳤다. 반대로 아내는 매번 발을 욱여넣고 신발을 신다 보니 신발 뒤축이 쉽게 망가진다. 일 때문에 그렇다고 하지만 늘 그렇긴 하다. 나중에 발뒤축이 아프다고 한다. 본인의 건강을 위해서 또는 아이들을 위해서도 고쳐보라고 제안하지만 되지 않는다. 사실 어른 습관은 어른이 고치는 것이고 아이들이 그 행동을 그대로 따라한 덕분에 아이 둘은 신발 뒤축이 매번 뭉개져서 고쳤으면 했다. 내가 고친 습관이라고 아내에게 매번 지적하며 "아이들을 위해서 제발 고쳐요."라고 말하고 싸웠다.  


-> 지금은 그냥 산다. 아내가 일터에서만 그렇게 하던, 아이들이 따라 해서 매번 신발이 망가져서 아프다고 하던 그냥 산다. 



3. 만물박사

나는 온 세상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보고 듣고 먹고 느끼기 위해 시도하는 것을 즐긴다. 아내는 필요하면 시도한다.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굳이 경험하거나 시도하지 않을 때도 있다. 나는 일단 해보는 편이고, 아내는 일정 시간 동안 파악이 되고 나면 하는 편이다. 그런 차이가 대단한 문제가 아닌데 나는 매번 아내에게 "함께 시도"하길 요구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얇은 지식으로 아는 척도 많이 했다. 아내가 참아주며 함께 해주는 것도 많았다. 그렇지만 아내가 매번 참아주는 건 무리다. 


-> 지금은 아내가 원하면 하는 것이고, 정말 원치 않는 것은 나만 시도한다. 얇은 지식으로 아는 척하는 건 안 하는 걸로 노력 중이다. "얇게 많이 아는 것이 도움 될 때도 있지만 문제 될 여지도 많다." 참아준 아내에 감사. 



4. 이불 

아내는 한여름에도 두꺼운 이불을 목까지 덮고 자야 한다. 어릴 때부터 그랬고 마음의 안정감도 있다고 한다.  숙면에 도움도 된다고 한다. 나는 계절에 따라서 이불을 바꿔서 사용하자는 주의이다. 여름에는 여름이불, 겨울에는 겨울이불을 사용하면서 흐름대로 살기를 원해서 자주 충돌했었다.  


-> 지금은 그냥 그렇게 산다. 죽을 만큼 덥지 않다면 폭신한 이불도 덮고 잔다. 자다 보면 이불은 알아서 나와 떨어져서 자고 있기 때문이다. 



5. 치약

매일 치약을 써야 한다. 짜서 사용하는 튜브는 항상 온 가족이 중간을 눌러서 사용한다. 그리고, 둘 다 가끔씩 다시 한쪽으로 밀어서 놓기 때문에 싸울 일은 없다. 다만 절약차원에서 가위로 잘라서 마지막까지 사용하다가 싸운다. 아이들이 힘겹게 누르고 밀고 있는 것을 보면 화를 자주 냈다. "어느 정도 사용하면 미리 가위로 잘라주면 좋을 텐데요" 말하면서 사실 짜증을 낸다. 사실 기구나 기계를 사용하면 되지만 아직 그러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지내는 게 답일까? 


-> 그냥 놔둔다. 보이는 사람이 잘라주기도 하고, 아이들이 힘겹게 누르고 있으면 잘라준다. 그래도 아직 부족한지라 짜증을 낼 때도 있다. 아예 통에 담긴 액체나 스프레이가 나오면 좋겠다. 



6. 시키는 사람

나는 신혼 초부터 뭐든지 자꾸 아내에게 시키는(요구하는) 습관이 있다고 아내가 말했다. "친정의 스케줄 좀 확인해 봐요." "우리 먹기로 한 거 주문해 줘요." " 애들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해줘요." 그런 행동들을 한동안 아내가 참아줬지만 너무 힘든 아내가 어느 날 폭발했다. "그만 좀 시키고 당신이 직접 해요."  아내는 힘들어했던 이유는 " 남편이 늘 시키려고 한다. 애매한 일은 자꾸 빠져 있으려고 한다."가 문제가 되었다. 정말 그런 생각이 있을 때도 있었고, 아무 생각 없이 아내에게 매번 그렇게 행동했을 때도 있다. 어떡해야 좋을까?  


-> 요즘은 무작정 시키지는 않는다. 내가 해야 할 것들은 최대한 하도록 노력 중이다. 



7. 손발톱 깎기

나는 손발톱을 흘리지 않도록 바닥에 종이를 깔던지 그런 장소를 찾아서 한다. 아내는 잘라낸 손발톱이 튀지 않는 도구를 사용한다고 아무 데서나 자른다. 신혼 때부터 한동안 그런 차이에 대해 사소하게 다투었다. 무엇이 답일까?  


-> 지금은 그냥 서로가 편한 대로 자른다. 



8. 계획과 무계획

아내는 해야 할 일에 대해 꼭 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진행되는 동안 안정감을 느낀다. 나는 정말 계획이 필요한 것들은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운다. 그렇지 않은 것은 즉흥적으로 놀러 가거나, 물건을 사거나, 일을 진행하면서 수시로 계산하며 진행한다. 아내는 계획적인 것은 괜찮은데 무계획으로 일을 추진하면 돈과 시간 그리고 준비되지 못한 몸과 마음이 고통스러울 때가 있다고 했다. 아이들 앞에서 남편생각해서 참아줬다고 했다.


-> 지금은 가능하면 계획을 세우도록 한다. 여행이라면 아내가 마음에 들어 하는 숙박장소, 위치를 고르도록 해서 추진한다. 가능하면 아내의 계획적인 의견이 최대한 반영되어 진행되도록 하고 있다. 



9. 통화

우리 둘이만 있을 때 누군가의 통화가 길어지는 것을 싫어했다. 그런 모습들 때문에 아내가 한동안 우리 둘이 있을 때 전화를 받게 되면 불편한 마음을 가질 때가 많았다. 나도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아 주겠다며 스스로 메시지나 톡으로 해결하곤 했다. 아내는 그런 상황을 힘들어했었다. 


-> 우리 둘이 소중한 만큼 우리를 소중하게 생각해 주는 누군가와의 연락은 모두 "그때"가 가장 필요한 타이밍이라는 생각 한다. 사실 우리 둘이 있을 때 나의 업무전화가 길어져서 음식이 식고, 집에 가야 하고, 데이트가 망쳐지는 일이 더 많았다. 아내는 묵묵히 기다려줬었던 것 같다.  



10. 그럴 수도 있지.

아내는 "그럴 수도 있지요."라며 상황에 따라 이해하려고 하는 편이다. 나는 반대로 "그럴 수는 없어요." "그런 게 어딨 어요?"라며 반박하는 편이었다. 아주 작은 것에도 그런 일들로 무수히 감정대립을 했었다. 아내는 그런 상황에 놓일 때마다 마음 힘들어했다. 내가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  "그래요. 그럴 수도 있겠지요."라며 아내의 의견에 공감하고 동조하고 있다. 물론, 절대로 "그럴 수는 없어요."라고 할 때도 있지만 무턱대고 무조건 "그럴 수도 있지요."는 아직 못할 때도 있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줄어졌기에 아내가 "조금 나아졌네요."라고 격려해주기도 한다. 






별거 아닌 것이지만 감정대립하던 10가지만 적어 보았다. 하늘의 별처럼 무수히 많은 오해와 차이를 조율해 가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는 이 시간에 감사한다. 그래서 열심히 쓸 생각이다. 쓸수록 객관적으로 나를 돌아보고 더 수정해나가게 되는 이 시간이 소중하다. 


아내를 만나서 진정한 "여자의 마음"을 알아가고 이해하기 시작했으며, "세상의 엄마"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직장 내 "여자동료의 마음" 특히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 맘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정말 까마득히 몰라서 "고부간의 갈등"도 합리적으로 해결해주지 못하고 "풀지 못한 숙제"로 여전히 가지고 있다. 뉴스에 나올만한 화제의 인물도 아니며 회사에서 거창한 역할을 하는 대단한 "백년손님"도 아직 되지 못했다. 그렇지만 더 열심히 살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럴 수 있도록 격려가 되는 것이 요즘은  '브런치스토리'이다. 


  







수많은 브런치스토리 작가님들께.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도록 "허가"를 받은 날부터 열심히 써보고 있습니다. 글솜씨나 글내용이 서툼에도 '진짜 작가"님들의 '라이킷'이 "용기 내서 써 보세요."라는 말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일단 계속 써보고 있습니다. '진짜 작가'님들 사이에서 나의 좌충우돌과 새로고침에 대해 습작을 올리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면서 작가님들의 다양한 소재와 영역의 진솔하고 세련된 글들을 하나하나 읽다 보니 인생과 글쓰기를 배우고 있습니다.

제게 브런치스토리가 '인생 백과'같습니다. 아직은 댓글을 덧붙이지 못하고 읽기만 합니다. 귀한 글에 서툰 글밥 올리는 느낌이라서 '라이킷'만 누릅니다. 마음으로 공감하며 읽습니다. 오늘도 감사하고 내일도 감사하며 정진해 보겠습니다. 계속 감사합니다. 

 


출처: 사진: Unsplash의 Claudio Schwa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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