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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프로젝트 #10

감자가 느낀 것.

늘 걸어다니길 즐기고 있습니다. 부쩍 더워진 날씨탓에 손수건으로 닦아도 닦아도 땀은 멈추질 않습니다. 흠뻑 젖은 옷으로 일할 수 없어서 늘 티셔츠를 갈아입고 일하기도 합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라는 말처럼 하늘부터 보도블럭까지 보고 다니기 때문에 보는 것들이 매우 많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숨쉬고 살아 있고 자유롭고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음에 대해서 감사하는 횟수도 점점 더 많아집니다. 작고 소소할 수도 있지만 느낀 것들을 보고하면서 또 생각해봅니다.



감자란? '늘 감사하는 남자'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늘 그렇게 살고 싶다는 저의 염원이기도 합니다.




#1 달팽이

매우 더운 아침이라서 천천히 걷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걷다가 저보다 더 천천히 걷는 자를 만났습니다. 엄청 느리지만 자기만의 속도로 보도블럭위를 지나가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 각양각색의 차량들이 쌩쌩 달리며 지나가는 것이 묘한 느낌이었습니다. 잠깐 허리를 숙여 보고 있노라니 천천히 기어가는 달팽이 뒤로 많은 차들이 쌩쌩 지나가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우리들 인생같았습니다. 유유자적 자기만의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 한없이 바쁘게 24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 낮과 밤이 바뀌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섞여서 살아가는 세상 속의 우리 인생같았습니다. 더불어서 저는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잠시 생각해봤습니다.


길을 걷다가

만난 달팽이


그만의 속도로 천. 천. 히.

가는 것을 보는 동안


보조기에 의지해서 조심조심 걷는 노인,

휘이잉 달려오고 지나가는 자동차들,

달팽이를 바라 보고 있는 나의 시간.


모두

같은 시간대인데

각자의 속도로 시간을

사용하고 있다.


그 와중에

초연한 달팽이는

아무런 동요없이

그의 길을 가고 있다.


나도

그렇게

초연하게

살아가리라.


by Dd






#2 호랑나비

일찍 눈이 떠진김에 산책삼아 시골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비온 다음날이라 아침해가 이미 뜨겁게 내리쬐고 있고요. 초록초록한 잎들 사이로 노란 꽃이 보였습니다. 그 꽃위로 위풍당당한 호랑나비가 알록달록한 무늬를 자랑하며 나름대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초록초록 사이에 노랑노랑 꽃과 호랑나비는 무시하고 지나갈 수 없을만큼 아름다웠습니다. 그 모습을 숨죽이고 지켜보면서 자연 속에서 보석을 찾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자연의 신비에 감사하면서 볼일을 끝낸 호랑나비가 별일없이 팔랑팔랑 날아서 자기 길을 잘 갔으면 좋겠습니다.



초록초록 잎들 사이에

노랑 알록달록

호랑나비.



이른 아침부터

노오랑 꽃과 호랑나비의

아찔한 교감.


꽃과 나비,

그 교감의 순간을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고

감탄할 수 있으니까.


그저

감사.  




by Dd






#3 가족

오랜만에 해외에서 가족이 방문했습니다. 엄마아빠들은 노부모를 또 만났다는 기쁨에 행복해했고요.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오랜만에 또 놀 수 있다고 즐거워했습니다. 가족은 이런 것인가 봅니다  피가 섞여 있고, 서로가 서로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뭐든지 주고 싶고 함께 하고 싶어합니다. 경계와 계산은 없습니다. 그런 분위기속에서 아이들은 마음껏 소리지르고 함께 놀이하고 뭐든지 신나게 먹어댑니다. 오랜만에 봐도 어제 밥 먹고 놀다가 헤어진 느낌으로 노는 것. 그것이 가족이겠지요. 흐뭇한 마음에 기분좋아하며 그 모습을 메모해봤습니다.



하루를 놀아도

며칠을 논 것같고


1년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것같고


많이 먹어도

적게 먹어도

조금 손해가 되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것이

가족.


그 울타리에

함께 있음에

감사.


By Dd



#4 새 도로

길을 걷다보니 도로가 나뉘어져 있었습니다  기존 도로가 그대로 있는 구간과 새로 도로를 깔아놓은 구간으로요. 깨끗이 새로 만든 도로를 보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 느낌을 얼른 적어봤습니다.


길을 지나간다.


울퉁불퉁 도로를 지나는 동안

덜컹거린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보니


새 길을 만났다.

이제는

조용하게 달린다.


울퉁불퉁을 지나와서인지

새 길은 엄청 편하다.


우리 삶도 똑같네.

지치고 고달픈

시간을 지나면


생각지 못한

평온과 감사가

넘칠 날도 생긴다.


그러니

살자.


By Dd



여기까지입니다. 여전히 길을 걷고 한결같이 두리번거리면서 다닙니다. 생각지못한 작은 것들이나 상황을 통해 작은 감사를 느끼고 있습니다. 그 감사가 비록 "유레카"를 외치고 더 유명해진 아르키메데스처럼 거창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소소한 일상에 찌들 때도 있고 화가 날 때도 있고 서운할 때도 있는 상황 속에서 단비같은 위로가 되어줍니다. 이런 것을 함께 나눠보고자  림에 글을 곁들여서 보고드려봤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하는 동안 보람찹니다.


오늘도 끝까지 읽어주시 함께 공감해주실 작가님들께 미리 감사드립니다.


감자의 탐정프로젝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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