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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먹고 대화하고 듣기+0

프롤로그

저는 결혼하면서 술과 담배를 끊었습니다. 결혼하면 좋은 남편, 멋진 아빠가 되고 싶어서 노력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의욕과는 반대로 가정폭력과 폭언을 일삼고 늦도록 술을 마시고 가정을 등한시하는 남편은 아니지만 은근히 아내 말을 안 듣고 아이들과 잘 놀다가도 화를 버럭 내는 그런 아빠였습니다.


그렇지만 단 하나,

아이들과 간식 먹는 시간만큼은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서로 호흡이 척척 맞아서 잘 먹고 즐기고 있습니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그런 시간도 금새 지나가려고 합니다. 붙잡지를 못합니다.


'같이 먹는 시간이 짧아지고 있고요.'

'같이 먹는 음식개수가 적어지고 있습니다.'


젤리 한 개를 나눠먹어도 깔깔거리며 웃던 아이들이

이제는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을 주문하거나 사줘야만 웃어줍니다.


한때 아이들과 간식 먹는 시간이 빨리 오길 소원했는데,

막상 '와글와글'거리며 간식 먹는 시간이 오고 나니,

벌써 '그건 안 먹어요.'라고 말하는 때가 왔습니다.


너무 아쉽습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같이 간식 먹으며 울고 웃던 얘기들을 적어 보고 싶었습니다. 그 얘기들을 나누면서 제가 느낀 감동, 슬픔, 감사, 속상했던 마음들을 꺼내보려고 합니다. 대단한 음식은 하나도 없습니다. 길을 걸으면서 만난 '깨알'처럼 정말 작은 것들을 먹으면서 나눈 대화들입니다. 아이들이 어린이집 다닐 때부터 초등학교 다니고 있는 지금 까지 먹는 것들이니 거창한 음식들이 있을 순 없습니다.



대단하지 않고 젤리 같은 것 하나 나눠 먹으면서 나눈 대화인데 그것들이 결국 저를 바꿔가고 있으니 소소해도 소중하긴 합니다.



제가 글을 발행할 때마다 저는 더 나은 아빠가 되기 위해 또 노력할 것입니다. 앞으로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이 읽고 나서 잠시 웃으셨으면 그걸로 힘이 날 것이고요.

매일 공개반성문만 쓴 것 같아서 이 매거진은 제가 아이들과 먹으면서 느낀 다양한 것들을 적으며 조금은 밝은 마음도 나누겠습니다.



오늘도 함께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여전히 사랑합니다.


큰사람(by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출처:사진: Unsplash의 Nico Sm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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