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산티아고 데 까미노

인생이 다 그렇지 뭐

by 조르바


산티아고 성당에 도착하기까지 총 31일, 세상의 끝이라 불리는 피니스테라를 거쳐 묵시아까지 가는데 총 33일이 걸려 까미노를 마쳤다(앞으로 써야 할 스토리가 사하라, 말라리아, 도서관 짓기, 아프리카 강도, 에이즈 환자, 칭쳉총, 인도 사기꾼, 쿠바 감옥, 사막과 설산에서 살아남기 등등등 이야기가 아주 많이 있기에 최대한 간추리기로 했다). 산티아고 성당 앞에 도착하는 날. 두근두근두근. 아마 이 길을 걷던 모든 이가 동일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전날 저녁부터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촐한 파티를 열지만 마음속에서 소리 벗고 팬티를 지르는 우리 안의 목소리들이 마구마구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한다. 끝이야!!! 끝이라고!!!! 더 이상 걷지 않아도 돼!!!!


드디어 산티아고 입성하는 날, 우리의 발걸음은 구름 위를 동동 떠다녔다. 가벼운 발걸음을 따라 우리의 목청에선 돌고래 사운드가 터져 나왔고 너도나도 기쁨의 몸짓으로 덩실덩실 춤을 추며 걷기 시작했다. 드디어 저 멀리 산티아고 성당의 모습이 보였고, 우리는 더 흥분된 기분으로, 더 빨리 걸었다. 도착했을 때의 그 기분은 어떤 기분일까?


잠시 후 우리는 마을 안으로 들어왔고, 성당 앞에 드넓게 펼쳐진 광장 안으로 들어왔다. 조금씩 내리던 비가 성당 앞에 섰을 때 멈췄다. 당장 등에 지고 있던 가방부터 땅바닥에 패대기치고 성당 앞 광장에 대자로 누웠다. 같이 걷던 이들도 하나둘씩 옆에 눕기 시작했다. 하늘을 바라봤다. 파랬다. 하늘이 이렇게 파랬구나. 뭐라고 표현을 해야 할까? 지난 한 달 동안 고생한 기억이 스쳐갔다. 처음 피레네 산맥을 넘었을 때 잡힌 여러 개의 물집부터, 온몸을 때리던 근육통, 길 위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 포기하고 싶은 마음, 도전하고 싶은 마음, 성취하고 싶은 마음. 이 모든 생각들을 접어두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찾아온 평화를 누렸다. 얼굴을 살살 간지럽히는 바람을 느끼고 누워있자니 세상 행복할 수가 없다.


하나둘씩 친구들이 도착한다. 도착해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가방을 내 던지고 눕는 일이다. 순례자가 아닌 사람들도 우리를 보고 웃으며 따봉을 치켜세우고 축하한다고 말해준다. 우리는 다시 일어나 사진을 찍었다. 길에서 한 번이라도 마주쳤던 사람이든 처음 본 사람이든, 이야기를 나눠봤던 사람이든 아니든, 완주를 했든 짧은 거리를 걸었든, 같은 시공간 속에서 각자의 고통을 즐기고 누린 순례자들이라면 모두 모여 사진을 찍었다. 입은 귀에 걸렸고 마음은 부풀어올랐다. 부풀어 오르던 이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이탈리아 친구 제피는 사진을 찍는 내내 감격의 소리를 지른다.


사진을 다 찍고 저녁에 있을 파티 장소를 정하는데 브라질에서 온 자나가 성당 앞에 도착했다. 우리는 다시 소리를 지르며 환영한다. 축하해 자나. 드디어 왔어. 얼른 와. 여기가 산티아고 성당이야. 자나는 트레킹 폴 대신 사용했던 나무막대를 의지하며 성당 앞에 마주 섰다. 그리고 울기 시작했다. 때마침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우리 모두는 가랑비를 맞으며 우는 자나의 모습을 묵묵히 지켜봤다. 고개를 높이 들고 성당을 바라보며 나무막대에 몸을 의지한 채 감격의 눈물인지 슬픔의 눈물인지 모를 눈물을 흘린다. 어깨가 들썩이고, 우리는 모두 그녀를 안아주었다. 그녀를 안아주며 서로의 마음을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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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 후 3일간 산티아고 마을에 머물렀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침대에 거머리처럼 붙어있을 생각을 하니 행복 회로가 마구마구 돌아갔다. 당시 막 방영하고 있던 응팔을 보며 얼마나 울었던지. 소파에 앉아 울컥울컥 대며 보고 있으면 숙소 아주머니가 다가오셔서 왜 그러냐고, 무슨 일 있냐고 물어봤다. 나는 아무 일 아니라고 흐엉 이게 너무 흑 슬퍼서 흐규ㅠ 드라맣ㅠ 때무네흐뀨흐흑ㄱ 엄마 생각 ㅠ 아빠 생ㅠ각 흑규ㅠㅠ 난다고 대답을 했다. 아줌마는 깔깔대며 웃는다. 가족을 향한 그리움을 담은 응답하라 일구팔팔은 내가 피니스테라와 묵시아를 가고, 스페인에 남아있는 시간 동안 나와 함께해주었다.


12360294_10203888595455384_7106034253158925718_n.jpg 피니스테라
12321172_10203888595735391_4902571895394643069_n.jpg 피니스테라
12346312_10203888595055374_7416148276352482336_n.jpg 피니스테라
12274522_10203888609455734_4682488929709019142_n.jpg 묵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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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시아'라는 표지판을 길에서 마주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드디어 '완전히' 끝이구나 라는 생각에 온 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그때 만났던 묵시아라는 해변도시는 내가 가봤던 어느 해변도시보다도 아름다웠다. 마지막 날의 30km 운행이 끝나고 다음 날 새벽에 일어나 묵시아의 언덕 높은 곳을 올라가 주변을 바라보는데 만감이 교차했다. 그 기분을 온전히 표현하지 못하는 내 글솜씨가 아쉽기만 하다. 너무나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 사람들이 이 길을 걷고 나서 왜 그렇게 극찬을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몇 년이 지난 지금 조차도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특별했던 순간으로 꼽히는 그 길, 인생에 한 번, 아니 두 번, 세 번이라도 추천하는 길이다. 아- 여행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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